☕️☕️ 낱말 게임이 만든 네트워크 효과

1. 메타가 만난 암초, 2. 스포티파이의 책임, 3. 워들이 뭐길래?
2022년 2월 4일 금요일

오늘은 한 주간 큰 버즈를 일으킨 이야기들을 들고 왔어요. 우선 가장 빅뉴스인 메타(구 페이스북)의 기업가치 '폭락'의 원인을 짚어봤고요. 뮤지션들의 보이콧까지 일으킨 스포티파이의 팟캐스트 이슈 그리고 최근 인터넷 한 구석을 열광하게 한 낱말 게임 '워들(Wordle)'을 뉴욕타임스가 인수하기로 한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볼게요.

[빅테크] #애플 #틱톡 #메타버스
1. 메타의 멈춰선 성장 엔진
끝없이 성장이 이어질 것 같던 메타의 성장이 멈춰 섰어요. '메타버스'로의 피벗을 준비 중이긴 하지만 사업의 절대적인 비중은 페이스북을 포함한 소셜미디어 앱에서 나오고 있죠. 광고 수익의 하락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오늘 새벽 메타의 기업가치는 월스트리트 역사상 하루 최고치인 26%가 넘게 하락했어요. 메타가 현재 마주한 어려움이 간단치가 않다는 신호에요.

문제는 앞이 아직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죠.
애플의 광고 정책 영향
"OOO 앱이 다른 회사의 앱 및 웹 사이트에 걸친 사용자의 활동을 추적하도록 허용하겠습니까?"라는 질문으로 대표되는 애플 아이폰의 새로운 개인정보보호 정책은 도입이 예고되었을 때부터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미디어 기업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었죠. 작년 2, 3분기까지는 그 영향이 두드러지지는 않았으나 이번에 발표한 4분기 실적부터 본격적으로 그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고요. 정책 도입 이후 메타는 약 100억 달러(약 12조 원)에 달하는 광고 매출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하는데요. 2022년엔 이 영향으로 매출이 또 100억 달러가 넘게 빠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어요.

물론 바뀐 정책 영향뿐만 아니라 이어진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문제는 각 기업들이 광고에 쏟는 비용을 줄이도록 만들기도 한 영향이 있다고 분석돼요. 하지만 (역시 어제 실적을 발표한) 알파벳은 검색 엔진인 구글과 유튜브의 광고 실적이 각각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6%, 25% 성장하며 크게 뛰었는데요. 광고주들은 (페이스북과 비교했을 때) 개인정보에 덜 의존하는 구글의 검색 광고에 자원을 더 투입했다는 분석이에요. 결국 정책이 도입되었을 때 부터의 예상대로 페이스북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어요.

사용자 수 하락의 의미
회사의 상징이자 시그니처 앱인 페이스북의 4분기 일일 활성 사용자 수(DAU, Daily Active Users)는 작년 4분기에 19억 2900만 명을 기록하면서, 3분기에 기록한 19억 3000만 명 대비 100만 명이 줄어들었어요. 기업공개(IPO) 이후 사상 처음으로 줄어든 것인데요. 사용자 성장이 마이너스가 된 것은 틱톡을 비롯한 경쟁자들의 성장이 이제 본격적으로 페이스북의 성장에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어요. 페이스북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Monthly Active Users)의 성장률도 최근 들어 급격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요.

몇 년 전부터 젊은 층의 사용자가 계속 이탈하는 신호는 꾸준히 보였지만, 세계적으로 메이저 소셜미디어가 된 틱톡의 급부상은 결정타가 된 것으로 보여요. 틱톡은 2021년에 미국의 12~17세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스타그램과 비교한 주간 사용 시간도 앞질렀다는 결과도 나왔어요.* 틱톡과 같은 숏폼 영상 기능인 릴스(Reels)를 앱의 중심으로 끌어와 젊은 성인을 끌어들이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많은 사용자들은 틱톡에 먼저 자리 잡은 상황이죠. 이들이 인스타그램을 우선 사용하는 앱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요. 더군다나 숏폼 영상은 뉴스 피드나 스토리 기능에 배치되는 광고보다 수익성도 낮기에 당분간의 실적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요.
* 메타는 내부 조사에서도 13~17세 사이 미국 청소년이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비율은 41%밖에 되지 않는다는 결과를 얻었어요. 

메타의 메타버스는 아직
페이스북이 서둘러 '메타'로 사명을 변경하고 메타버스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를 낸 것은 페이스북 알고리듬과 운영 방식의 위험성을 폭로한 내부고발자의 ‘페이스북 파일'이 드러난 것이 영향을 끼치기도 했죠. ...

☕️ 그리고 빠지지 않는 반독점 이야기 
얼마 전에 전해드렸지만, 디테일이 강해진 FTC(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메타의 소셜미디어 사업에 대한 반독점 소송을 재개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FTC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메타의 AR/VR 사업에 대한 조사도 나서고 있어요. 시장 내 "경쟁과 혁신을 저해"할 수 있는 빅테크의 움직임을 사전에 막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죠. 메타는 여러모로 계속 어려운 상황에 둘러싸여 있기도 해요. 

[스트리밍] #음악 #팟캐스트
2. 스포티파이의 진짜 문제는?
스포티파이가 계속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주요 동력이자, 스포티파이 광고 수익 성장의 핵심이기도 한 조 로건(Joe Rogan)의 팟캐스트는 최근 백신 관련 허위 정보를 퍼뜨린다는 비판을 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계속 서 있었죠. 록 음악계의 전설들인 닐 영(Neil Young)과 조니 미첼(Joni Mitchell)이 결국 잇달아 스포티파이의 플랫폼에서 자신들의 음악을 내리는 이유가 되었고, 비슷한 움직임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도 예상되는데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오디오 플랫폼'으로 거듭난 스포티파이가 이제는 다른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마주했던 비슷한 문제에 직면했어요. 최근 발표한 실적도 경고를 울렸고요.

 앞으로 다른 문제 해결 방식을 내놓아야 할지도 몰라요.
팟캐스트와 조 로건이 중요한 이유
논란이 된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The Joe Rogan Experience)'는 매 회차별로 1100만 명이 넘는 청취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이 팟캐스트는 스포티파이가 음악을 넘어 대표적인 '오디오' 플랫폼이 되겠다며 확보한 대표적인 콘텐츠 중 하나였죠. 지난 2020년에 1억 달러(약 1200억 원)가 넘는 금액을 지불하며 라이센스를 확보했고, 스포티파이 팟캐스트 그리고 플랫폼이 확장하는데 큰 역할을 했어요. 인터뷰가 기반이 되는 콘텐츠를 통해 다양한 게스트와 이슈를 다루며 넓은 팬베이스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작년에는 페이스북과 유튜브, 애플, 그리고 스포티파이에서도 콘텐츠가 삭제된 적이 있는 극우 음모론자이자 라디오쇼 호스트인 알렉스 존스(Alex Jones)를 초청한 에피소드가 논란이 되는 등 문제는 이어져 왔어요.

스포티파이가 취한 '플랫폼'의 역할
이번 논란이 뮤지션들의 보이콧으로까지 이어지자 조 로건은 자신의 팟캐스트로 인해 “화가 났을 청취자들에게 사과”를 하며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목적이 아니었다는 해명을 했고, 팬데믹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주류의 전문가들도 초청해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어요. 스포티파이의 CEO인 다니엘 에크(Daniel Ek)는 논란이 되는 정보를 스크리닝 할 수 있는 플랫폼의 콘텐츠 모더레이션 정책이 투명하지 않았다고 인정을 했고,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어요. 

하지만 논란이 된 콘텐츠는 여전히 플랫폼에 남아 있고, 허위 정보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구체적인 정책은 세워지지 않았어요. 코로나19와 관련한 논의가 포함된 콘텐츠에는 주의 사항을 표기하겠다는 계획 등을 밝혔지만 논란이 된 콘텐츠에 대해 어떤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죠. 스포티파이는 결국 발행되는 콘텐츠의 내용에는 직접적으로 책임지지 않는, 과거 소셜미디어들이 취해온 '플랫폼'의 기능으로 자신들의 역할을 한정한 것이고, 더 큰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요.

광고 수익은 앞으로 더 중요하기에
음악 스트리밍 구독제 외에도 스포티파이의 주요 수익 원천은 팟캐스트 서비스를 통해 나오는 광고 수익이에요. 2021년 말을 기준으로 전 세계에 1억 8000만 명의 프리미엄 구독자를 확보했지만, 1분기에는 300만 명의 신규 구독자 유입이 예상되어 그 성장세가 확연히 느려지고 있어요. ...

☕️ (예상대로) 계속 커진 팟캐스트
현재 스포티파이의 플랫폼에서 스트리밍 되는 팟캐스트는 360만 개가 넘어요. 이번 1분기에 플랫폼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4억 18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요. 그동안 팟캐스트를 키우는데 주력하는 스포티파이의 전략이 과연 맞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는데요. 특히나 팟캐스트의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스포티파이의 베팅은 옳았다고 증명되고 있어요. 조 로건의 팟캐스트가 일으킨 버즈와 팬베이스로 인해 스포티파이의 팟캐스트가 성장한 것을 생각하면 이에 대한 독점 라이센스를 1억 달러에 사들인 것도 결국 스포티파이에게 아주 좋은 거래였다고 보는 시선도 크고요.

[미디어] #워들 #낱말게임
3. 대형 미디어의 작은 게임 인수
뉴욕타임스가 작은 게임을 최근에 인수하기로 했어요. 이 게임의 이름은 워들(Wordle). 다섯 개의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단어를 여섯 번 안에 맞추는 비교적 간단한 낱말 게임인데요.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만든 이 게임은 금새 바이럴을 일으켰고, 순식간에 수백만 명이 매일 하는 게임이 되었어요. 이 간단한 게임은 왜 이렇게 화제가 되었고, 뉴욕타임스는 왜 수백만 달러(약 200~300만 달러(24~36억 원) 추정)를 주고 재빠르게 인수하려는 걸까요?

(운이 좋으면) 이렇게 빨리 맞추기도 해요. (워들 링크
파트너를 위해 만든 게임인데
워들은 낱말 게임을 좋아하는 파트너를 위해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조시 워들(Josh Wardle)이 만든 게임이에요. 다섯 개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단어를 공란에 적어 알아맞히는 것인데요.

  • 정답 단어와 맞는 위치에 들어간 알파벳은 초록색으로 표기되고, 
  • 위치는 맞지 않지만, 정답 단어에 포함된 알파벳은 노란색으로 표기돼요. 
  • 정답에 포함되지 않은 철자는 회색으로 표기가 되고요. 

이렇게 단어를 유추해 가면서 여섯 번 안에 맞추는 것이 목표인 게임이에요. 다섯 개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영어 단어는 약 1만 2천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조시 워들은 특히나 낱말 퍼즐을 좋아하는 파트너인 팔락 샤(Palak Shah)의 도움을 받아 사람들이 '알만한' 단어 2500개를 추려서 게임을 완성했다고 해요. (뉴욕타임스는 워들이 이들의 '러브스토리' 속에서 탄생했다고 표현하기도 했어요.)

처음엔 커플이 즐기던 게임을 가족들에게 소개했고, 가족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웹에 공개하게 되었어요. 작년 10월에 최초로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했고, 11월 1일을 기준으로 90명이 참여한 게임은 이후 불과 2개월 만에 30만 명이 넘게 하는 게임이 되었어요. 게임은 사람당 하루에 한 번씩만 할 수 있는데요.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쉽게 질릴 수 있는 게임에 적정한 제한을 둔 영리한 설계가 되었어요. 데이터를 수집하지도 않고, 광고도 없이 간단한 규칙 설명과 게임만 바로 보이는 깔끔한 웹사이트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기도 했고요. 

플레이어들과 함께 만들게 됐고
애초에 워들에는 게임 결과를 소셜미디어 등에 공유할 수 있는 기능도 없었어요. 하지만 워들의 인기가 가장 먼저 시작된 곳 중 하나이기도 한 뉴질랜드의 한 게이머가 정답의 철자는 가린 채 초록색, 노란색, 회색 블록으로만 이루어진 게임 결과(여섯 번 안에 한 줄에 초록색이 다 채워지면 정답을 맞춘 것이죠)를 공유할 방법을 만들었고, 게임의 창조자인 조시 워들은 이 방법을 코드로 만들어 공유 기능을 추가했어요. 결국 사용자들이 직접 게임을 하면서 공유하는 방식을 창조하게 된 것이에요.

모든 플랫폼과 서비스가 사용자들의 참여로 완성되기도 하지만, 워들은 사용자들을 유도하는 장치 없이도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는 사례가 되었어요. 사용자들의 행동을 예측하고 유도하는 목적이 없이 만들어진 '제품'이 많은 이들을 통해 순환하는 인터넷의 순기능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고요. (참고로 현재 구글에서도 'wordle'을 치면 검색창 옆의 구글(GOOGLE) 글자가 워들 게임을 하듯이 만들어져요.)

하나의 상품이 될 예정이지만
낱말 퍼즐과 스도쿠 등을 포함한 뉴욕타임스의 게임 구독제는 현재 100만 명이 넘는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데요. 작년에만 5억 번이 넘게 플레이 되었다고 해요. 뉴욕타임스는 최근 스포츠 전문 디지털 미디어인 디애슬레틱(The Athletic) 인수로 총 구독자 1000만 구독 가입 목표를 3년이나 당겨 달성했는데요. 2027년까지 유료 구독자 1500만 명을 달성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어요

뉴욕타임스는 유료 구독제가 핵심 사업 모델인 만큼 워들이 추후 당연히 구독제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어요. 물론 수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이 된 만큼 당분간은 무료로 유지할 예정이에요. 하지만 현 상태가 오래 가지 않을 수도 있는데요. 사용자들이 이렇게 (자발적으로) 좋아하게 된 게임이 일정 가치를 부여받고 하나의 상품이 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죠. 뉴욕타임스와 같이 새로운 콘텐츠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려는 미디어 기업이 사람들을 사로잡은 게임의 '코드'에 가치를 매겨 지불하는 것도 당연한거고요.
☕️ 뉴욕타임스 실적 업데이트
뉴욕타임스는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2021년) 매출도 20억 달러(약 2조 4030억 원)를 넘긴 21억 달러(약 2조 5200억 원)를 기록했다고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알렸어요. 게임, 요리, 소비자 상품 추천 등 각각의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구독제가 성장하는 가운데 앞으로는 이들 상품과 메인 상품인 뉴스 구독제가 합쳐진 번들 상품의 성장에도 집중할 예정이에요. 이들은 이제 전 세계에 영어로 의사소통 가능한 성인 인구 1억 3500만 명을 총 가용 시장(TAM: Total Addressable Market)으로 본다고 해요. 

🗒 잠시 알립니다! - 샷 추가 콘텐츠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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