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느려져도 전환은 계속된다

1. 전기차 전환이 불안하다면, 2. 화석 연료로 만들어지는 AI
2024년 4월 3일 수요일 
오늘은 필히 일어날 전기차 전환이 느려진 글로벌 시장 현황을 우선 살펴봅니다. 점차 영향력이 확대되는 중국 전기차 기업들과 기존 기업들의 경쟁은 격화될 것으로 보여요.

이어서 빅테크 기업들이 최대 에너지 컨퍼런스에 참석해 화석 연료 확보에 대해 문의하고 다닌 이유를 짚어볼게요. 이전에도 잠시 짚은 이야기지만, AI를 돌리기 위한 데이터 센터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이를 돌릴 에너지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얼마나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지 계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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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전기차전환 #시장재편
1. 느려져도 전환은 계속된다
테슬라의 올해 1분기 판매량이 2023년 1분기 대비 8.5%나 하락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판매 하락은 202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며, 향후 테슬라를 넘어 전기차 시장 전체의 전망을 어둡게 바라보게 하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테슬라는 총 38만 6810대를 판매해 순수 전기차 30만 대를 조금 넘게 판매한 BYD로부터 분기별 전 세계 판매량 선두 자리를 되찾았어요. 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42%나 하락한 BYD의 모습까지 보면 현재 전기차 시장의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죠. 

최근 전기차 시장의 느려진 성장세는 장기적으로도 전기차가 과연 자동차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을 만들어내고 있었는데요. 그 와중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하는 두 업체의 부진한 실적은 이런 의심을 더욱 키우는 중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과연 전기차로의 전환은 예상보다 더 느려지는 것일까요? 성장세가 이전 같지 않은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테슬라는 사이버트럭의 판매량은 이번에 공개하지 않았어요. (이미지: 테슬라) 
전기차로의 전환이 멈추지는 않고
이전 같지 않긴 하지만 전기차 시장로의 전환이 궁극적으로 이루어질 것임을 의심하는 시선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이제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커지는 중이에요. 아직 전기차의 가격은 소비자의 기대치만큼 내려오지 않았고, 가격도 비싼 상황에서 "환경을 위해" 혹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전기차를 사야 한다는 구호는 일반적인 소비자에게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죠. 즉, 좋은 품질의 차량을 좋은 가격에 판매해야지만 더 많은 소비자들이 다시금 전기차에 눈길을 줄 것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전환의 초기에 있는 기업들의 손실이 쌓이면서 불안감을 더 크게 조성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단적인 예로 포드는 2023년에 전기차 부문의 손실이 47억 달러(약 6조 3530억 원)에 이르렀고, GM도 기존 전기차 확대 계획을 축소하는 등 시장에 불안한 신호를 보내기도 했죠. 

파이낸셜타임스의 자동차 산업 취재를 리드하는 피터 캠벨은 테슬라의 1분기 실적이 나온 어제 칼럼에서 향후   전기차 확산의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 첫째는 아직 전기차가 비싸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결국 전기차가 장기적으로 비용을 더 아끼는 옵션임을 깨닫고 전기차 판매 성장세는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품질이 좋아진 전기차에 비용까지 아낄 수 있다면 내연기관 차량으로 이들이 돌아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 두 번째 시나리오는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충전 인프라가 빠르게 확산하지 않는다면 성장세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고, 현재 각 기업과 정부가 장기적으로 세운 내연기관 차량 대체 계획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전기차가 계속 늘어는 나겠지만, 다수 차량이 되는 데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거죠. 

정부가 나서서 억지로 소비자들에게 전기차를 사게 할 수는 없어요.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줄 수는 있어도 내연기관 차량을 선택하거나 고수하는 소비자들에게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이 모든 국가에서 통할 수는 없겠죠. 신차 판매의 90%가 전기차인 노르웨이의 경우, 내연기관 차량을 모는데 강력한 페널티를 부과해 전기차 보급률을 크게 끌어올린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하지만 2030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라는 계획을 세웠던 영국의 경우에도 2035년으로 이 계획을 연기하기로 했고, 프랑스에서도 차량 연료세에 대한 저항이 아주 큰 상황입니다. 모든 국가에서 노르웨이와 같은 '실적'을 기대할 수는 없어요. 지금까지 전기차 확산은 정부 정책의 기여가 큰 부분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결국 차량 자체와 소비자 편의로 승부가 되어야만 하는 것이죠. 

전 세계 산업 지형이 바뀌는 중
이제 자동차 기업들은 더 싸게 차량을 만들고 판매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고려하는 중이에요. 일본의 닛산은 지난해 11월에 2025년부터 중국에서 차량을 생산하고 수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어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내연기관 차량 모두 포함해서요. 현재 미국과 중국의 지속되는 무역 갈등 속에서도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국가의 비율은 전 세계의 80%가 된다는 분석을 바탕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하고요.

물론 닛산은 중국에서의 수출 흐름에 늦게 탑승한 것이기도 합니다. 테슬라는 상하이 공장이 전 세계 판매량 증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기지이고, 포드도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중국에서 10만 대 이상의 차량을 수출했죠. 전체적으로 보면 중국에서는 18개의 외국 기업이 지난해 91만 대의 차량을 수출했어요. 중국에서 수출된 차량 410만 대의 22% 수준이에요. 이런 상황을 두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아시아의 디트로이트가 되었다"라고 표현하고 있죠. 

중국의 전기차 기업들은 이미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자국 시장을 선점했고, 유럽에서 그 확산세가 무서운 상황입니다. 지난해 중국에서 유럽으로 수출된 차량의 총액은 340억 달러(약 45조 9780억 원)였는데, 이 중 약 40%를 유럽이 차지했어요. 뒤늦게 위기를 느낀 유럽은 중국 전기차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 조사에 들어가고, 관세 부과 절차에 돌입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어요. 하지만 중국의 전기차 기업들은 기존의 자동차 기업들이 그려놓은 지형을 완전히 바꾸는 중이라고 할 수 있죠.

동남아와 중동 시장에서도 확산세가 빠른 중국 전기차들과의 경쟁은 앞으로 더 힘겨워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균열이 가지 않을 것 같던 시장에서도 작은 균열이 일어나는 중인데요. 태국의 경우, 도요타와 닛산 같은 일본 브랜드가 지배적인 점유율을 기록하는 시장인데, 중국 전기차의 진출 이후 점유율이 눈에 띄게 하락했습니다. 2023년엔 여전히 압도적인 78%를 기록했지만, 2022년엔 85%였고 올해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죠. (참고로 테슬라는 다음 기가팩토리를 태국에 지을 수 있다는 (로이터 등) 유력 매체들의 보도가 이어졌죠)

이미 세계 시장 곳곳에서 중국 전기차를 받아들였고, 가격경쟁력을 갖췄기에 판매가 늘어나는 중입니다. 기존의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중국에서의 생산과 수출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BYD를 비롯한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향후 무역 장벽 등을 고려해 유럽에도 직접 공장을 차릴 계획이죠. (이미지: BYD)
수급이 맞지 않는 상황의 의미
물론 기존의 지형이 바뀌고, 전 세계 자동차 기업 간 경쟁까지 과열되면서 나타나는 문제도 있습니다. 현재 전기차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기 때문에 그 문제가 커지는 중이죠. 

2023년에 전 세계에서 생산된 전기차는 약 1050만 대인데, 판매량은 950만 대에 그쳤습니다. 올해인 2024년 생산량은 1350만 대로 예상되는데, 판매 예상량은 980만 대입니다. 현재 각 기업들의 계획대로라면 2025년에는 전기차 생산이 1800만 대가 되는데 현실적으로 수요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죠. 현재로서는 2년 안에 전기차 판매를 크게 끌어올릴 요인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고요. 

시장이 이대로 간다면 여러 기업의 어려움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매년 수십억 달러의 자본이 팔리지 않을 차량에 쓰이는 것이고,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상황은 더 안 좋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전기차 전환에 모두 큰 노력을 기울인 상황이지만, 더 많은 기업들이 기존의 전환 계획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가격이 떨어진 전기차 가격이 시장에 지속 보급되면서 전기차의 확산세가 빨라진다면 궁극적으로 수급 조절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경쟁에서 살아남는 업체와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업체들이 생기고, 자동차 시장 전반이 개편될 것으로 예상되죠. 전기차로의 전환은 필히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재의 생산 및 공급 경쟁이 만들어 지고 있는 것입니다. 

전기차 시장은 당분간 안 좋은 상황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시장은 글로벌하게 재편되는 중이고, 그 와중에 미국과 중국의 지속되는 갈등이 각 기업의 글로벌 전략을 더 골치 아프게 만들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재 전체 자동차 시장이 가리키는 (전기차로의 궁극적인 전환이라는) 방향은 뚜렷하고, 누가 먼저 시장을 선점하느냐의 게임이 더 치열해지는 중입니다. 

[에너지] #AI #데이터센터
2. 화석 연료로 만들어지는 AI?
"세계는 지금 3일마다 새로운 데이터 센터가 생겨나고 있다."

아마존 웹 서비스(AWS)의 엔지니어링 부사장인 빌 배스(Bill Vass)가 S&P 글로벌이 주최하는 연례 에너지 컨퍼런스인 세라위크(CERAWeek) 2024에서 밝힌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전력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인데요. 

이렇게 전력 사용량 증대에 따라 에너지원 소싱이 중요해지면서, 이번 세라위크에는 대표적인 테크 기업들이 모두 총출동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에서는 20명이 넘는 핵심 임원들이 패널로도 참여해 이목을 끌었습니다. 그간 석유와 가스 거래가 주로 이루어지고, 기후위기 대응 등을 위한 에너지 관련 정책 논의가 이루어지던 컨퍼런스에 이들이 대거 나타난 것은 AI 개발 경쟁이 격화되면서 에너지 확보 경쟁도 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AI는 앞으로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소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현재 이들이 원하는 속도로 AI가 발전하려면 새로운 데이터 센터가 매일 생겨난다 해도 부족할 수 있고, 에너지 조달과 새로운 에너지의 개발도 빨리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이에요. 

개발 경쟁에 가려져 AI의 전력 사용량과 에너지 확보 필요성이 가려지기도 했지만, 현재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앞으로 데이터 센터를 더 세우고 돌릴 에너지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입니다.
빌 게이츠도 세라위크에 연사로 나와 데이터 센터의 수익성에 있어 전력이 핵심이라는 메시지를 건넸어요. (이미지: 세라위크)
아직 계산도 안 되는 필요 에너지량
현재로서는 앞으로 AI가 발전하면서 필요한 데이터 센터의 용량은 물론 이들 데이터 센터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량도 제대로 예측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요. 문제는 이런 데이터 센터를 돌리기 위해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전부 석유와 가스 등의 화석 연료로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테크 기업들은 물론 많은 에너지 관련 기업들도 이미 2050년까지 탄소중립, 즉 ‘넷제로’ 달성을 선언한 상황이고,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만으로 에너지를 충당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죠. 최근 데이터 센터가 증가하는 버지니아주의 전기 공급자인 도미니언 에너지(Dominion Energy)는 기존의 계획대로라면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는 것이 확실했으나, 현재 전기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면 이는 달성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에너지 컨설팅사인 그리드 스트래티지(Grid Strategies)에 의하면, 현재 전 세계 데이터 센터 8000여 개의 삼분의 일 가량이 위치한 미국은 작년에 예측한 향후 5년의 전기 수요를 최근 두 배로 올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렇게 증가한 수요도 부족할 것이라는 예상이 벌써 나오고 있어요. 전례 없는 수준의 수요 증가 예측입니다. 

그래서 피어나는 화석 연료 필요성
미국이 도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기후위기 대응 법안'이라고도 불린다는 것 기억하시죠? 

이 법안의 목표 중 하나는 미국 전력 공급 업계가 2035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는 것이에요. 그래서 각 전력사들은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재로서는 재생에너지로는 증가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화석 연료 비중을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어요. 

빅테크 기업들도 천연가스를 비롯한 화석 연료 공급을 늘려야 할 필요를 피력하고 있죠. 얼마 전에도 미국에서는 데이터 센터 가동을 위해 일부 지역에서 석탄을 다시 발전에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현재의 재생에너지 증가 속도는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고, 원자력 발전과 같은 에너지원의 경우에도 오랜 건설 기간을 고려했을 때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있어요. 즉, 바로바로 사용할 수 있는 화석 에너지만이 현재 늘어나는 용량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이번 세라위크 컨퍼런스에서도 테크 기업들은 천연가스 구매에 대한 문의를 하면서 현실적으로 빠르게 데이터 센터를 가동할 수 있는 방법부터 알아보는 중임이 확인되었다고 전해져요. 컨퍼런스에 참석한 에너지 기업들은 데이터 센터 수요 증가를 에너지 산업에 당분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는 눈치이죠. 

얼핏 들으면 기존 화석 연료 업계가 새로운 테크의 발전을 기회삼아 다시금 그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듯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수요 증가를 감당하려면 현재로서는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에요. 즉, 세상을 집어삼킬 듯한 기세로 발전하는 AI라는 새로운 테크는 원초적인 화석 연료의 사용 증대가 꼭 필요한,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빅테크도 AI도 답 없음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데이터에 의하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와 같은 빅테크는 이미 2021년에 기업 운영상에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100% 달성한 상황이에요. 방대한 오프라인 물류 시스템까지 가진 아마존은 2021년 85%를 달성했고, 2025년까지 100%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이죠. 

하지만 AI의 등장으로 모든 것이 달라졌고, 현재로서는 AI 발전에 따라 에너지 시장도 급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정부가 제시한 IRA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재생에너지 확대에 먼저 힘을 쓰겠지만, 데이터 센터를 계속 늘려야 하는 빅테크 입장에서는 에너지원을 확보해 충분한 용량을 확보하는 것도 경쟁의 한 축인 것이죠. 빅테크 기업들은 AI 발전의 필요성과 다양한 에너지원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연결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IRA는 풍력과 태양 에너지 등의 재생에너지 시설 건설과 생산에 10년 간의 세제 혜택을 제공할 예정기에 재생에너지의 확대도 진행이 되겠지만, 전력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경우에는 화석 에너지의 사용 증대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그 정도가 아직 어느정도일지를 가늠하지 못하는 것이 불안한 상황입니다.  

이미 작년 10월에는 AI 서버들의 전력 사용량이 2027년까지 네덜란드 혹은 스웨덴의 연간 전력 사용량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는 현재 기준 전 세계 전력 사용량의 0.5%이고, 한 기술이 사용하는 전력 사용량으로는 아주 큰 비중인 것이죠. 물론 불과 반 년 전의 이 예상은 현재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어 발전한 AI 현황으로 인해 업데이트 되어야 합니다.

지난해 11월에는 AI의 발전으로 인해 - 예를 들어 신호등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 등이 적용되면서 - 전 세계 탄소 배출을 2030년까지 최대 10%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만들어 질 것이라는 보스턴컨설팅그룹과 구글의 공동 리포트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AI를 돌리기 위해 현재 사용되는 에너지원과 데이터 센터의 건설 속도 그리고 앞으로 예상조차 어려운 증가량을 고려하면 이 리포트가 낸 결과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 수 없다는 평가가 이미 나왔습니다.  

챗GPT와 같은 생성 AI는 24시간 꺼지지 않으며 지속해서 에너지를 소비하는 중이고, 날이 갈수록 그 단위는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 세워지는 데이터 센터들도 보통은 화석 연료만으로 가동이 가능한 곳에 위치해 있기에 빅테크 기업들은 그들이 약속한 재생에너지 비율 100% 달성 혹은 탄소중립을 계속 지키기 위한 방법도 마련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과연 이들이 개발 경쟁을 잠시 뒤로 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을까요? 아마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것이 맞겠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고, 그 논의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습니다.

[빅테크] #TSMC #엔비디아 #반도체
3. 지금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
TSMC의 창업자인 모리스 창과 엔비디아 창업자 젠슨 황이 2002년 한 행사에서 함께 자리한 모습이에요.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인연은 서로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는 결실로 맺어졌죠. © 블룸버그
지금 세상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어디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마 이 질문엔 많은 분들이 엔비디아를 떠올리실 거예요. 하지만, 엔비디아도 그리고 애플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도 모두 앞으로 현재 기술 산업 생태계의 발전에 있어 TSMC가 가장 중요한 기업이라고도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사명인 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즉 '대만 반도체 제조 회사' 글자 그대로의 일을 수행하는 파운드리(Foundry)인 TSMC는 이미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으로 비롯된 엄중한 국제 정세 속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아온 기업이고, AI 혁신이 일어나 테크 산업 전반을 재편하고 있는 와중에 그 존재감이 더욱 커졌죠. 

칩 설계는 하지 않고 위탁 생산만을 하겠다면서 1987년에 탄생한 대만의 한 기업이 이렇게 큰 존재가 될 것이라고 상상한 사람은 몇이나 되었을까요? 아마 큰 회사가 될 수는 있어도 이토록 생태계 혁신의 한 가운데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회사가 되리라고 예측한 이들은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물론 창업자인 모리스 창(Morris Chang)은 TSMC가 "위대한 반도체 회사"가 될 것이라는 점은 늘 믿었던 것 같습니다. 그가 미국에서의 생활을 뒤로 하고 대만으로 갔던 이유가 위대한 반도체 회사를 만들겠다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밝혔는데, 결국 TSMC는 지금 주요 테크 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회사가 되어 (그의 말대로) 위대한 회사가 되는 길까지 만들어가고 있는듯 하죠.

그는 지난해 뉴욕타임스와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서도 애플 주요 제품에 들어갈 칩을 생산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어떻게 엔비디아와 인연을 맺었는지의 이야기 등을 풀어냈는데요. 세상에서 가장 주목 받는 제품을 만드는 테크 기업들과 협업하는 TSMC의 역할을 단순화했기에, 가장 복잡한 공정을 수행하면서 결국 산업의 가장 중요한 길목을 선점하게 되었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TSMC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도체 회사가 되면서, 현재로서는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되기도 했죠.

이번 [드래프트]는 이런 TSMC를 세운 모리스 창의 최근 인터뷰 기사들을 토대로 정리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TSMC가 지금 모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지고, 어떤 목표를 세우고 발전해 왔는지를 알게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주목 받는 빅테크 기업들이 의존하는, 어쩌면 세상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기업이 된 TSMC의 미래를 전망해 볼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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