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값은 내려갈 줄 모르고 있습니다. 시내 곳곳에 어느덧 작은 금 거래소도 생길 정도로 금에 대한 투자 열기도 높은 것 같고요.

본래 금은 '안전자산'이며, 주식과 회사채 등의 위험자산이 하락하는 시기에 가격이 오르곤 했습니다. 전반적인 경제 상황과 주식 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금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지 않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것이죠. 

근데 현재 시장은 이런 전통적인 상황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지금은 주식도 꾸준히 올라온 상황이고, 미 연준이 올해 내 금리 인하를 시작하겠다고 시사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죠. 즉, '안전자산' 보다는 '위험자산'에 대한 관심이 더 높고 자본도 쏠려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죠.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요? 오늘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우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장식품에서 화폐, 화폐에서 지금의 투자 자산으로 그 역할이 변해온 역사를 살펴봅니다. 지금 투자 자산으로서의 금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투자자들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는 중이에요.

과연 금의 강세는 지속될까요? 어떤 기능을 하면서 투자 자산으로서의 그 존재감을 더욱 키울 수 있을까요? 투자 자산의 역사를 알고 그 자산의 기능에 대해 명확하게 짚어 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인류 역사에서 금은 '장식품'과 '화폐'의 두 가지 역할을 수행했고, 이 두 가지 역할은 서로를 강화하고 지지했다.

 

금은 산화에 대한 높은 저항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모든 물질이 녹슬고 부식되어도 찬란하게 빛난다. 유연성도 높아서 금 1온스(28그램)으로 80킬로미터나 되는 금사를 뽑을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기원전 4000년경 고대 이집트는 파라오의 권력을 상징하기 위해 금으로 장신구를 만들었다. 고대 이집트에서 금으로 된 장신구는 왕족만 사용할 수 있었으며 부와 권력을 상징했다. 금을 찾으려는 열망은 콜럼버스로 하여금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에 닿게 했다. 

또, 금은 놀라울 정도로 밀도가 높다. 밀도가 높아 적은 양으로 큰 액수의 화폐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금으로 된 최초의 주화가 기원전 700년경 터키 지역에 등장한 이래 고대 그리스, 로마, 이집트 등 많은 문명에서 금으로 만든 주화를 화폐로 사용했다. 비교적 최근인 세계 2차 대전 이후에도 글로벌 통화 체계는 금에 기반하고 있었다. 

2차 대전 이후 서방 세계 주요국(미국과 서유럽을 중심으로 한 44개국)은 1944년 뉴햄프셔주 브레튼우즈에 모여 미국 달러를 금 1온스 당 35달러로 고정하고, 다른 나라들은 미국 달러를 기준으로 화폐가치를 정하기로 했다. 브레튼우즈 체제하에서 미국은 막대한 금을 지하 금고에 보관하고, 다른 나라 재무부와 중앙은행이 달러를 가져오면 언제든지 금으로 바꿔 주기로 약속한다. 

화폐로서 금의 시대는 1973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더 이상 다른 나라 정부와 중앙은행에게 달러를 금으로 교환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종지부를 찍는다. 미국이 베트남 전쟁 때문에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겪으면서 다른 나라들이 달러의 금 태환 역량을 의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주변국들이 너도나도 달러를 금으로 바꾸려는 하자, 요구를 감당할 수 없게 된 미국은 달러를 가져오면 금으로 바꿔 주겠다는 약속을 철회하고 만다. 

달러를 고정시켜두고 있던 금이라는 닻이 없어지면서, 달러는 외환시장에서 자유롭게 '변동'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달러에 고정되었던 금도 자산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었다. 브레튼우즈 시대에는 금 가격을 35달러에 고정하기 위해 중앙은행과 정부간의 거래를 제외한 사적 주체의 금 거래를 금지했다.

금은 더 이상 화폐가 아니다. 이제 그 어느 나라도 금의 가치를 보장하지 않는다. 쉽게 거래할 수 있고 환금성도 높지만, 금으로 세금을 낼 수 없고 정부가 지폐로 교환해 주지도 않는다. 

금 값이 떨어지자 중앙은행들도 금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1992년부터 1999년까지 금 가격이 300달러 이하로 떨어지자 중앙은행들이 3000톤의 금을 팔았다. 1999년 5월 영국 재무부는 금 보유고 715톤 중 415톤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금 가격은 닷컴버블이 붕괴한 후 바닥을 잡고 오르기 시작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제 성장이 가팔라지면서 달러가 약세장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금 가격은 2001년 3월 250달러를 바닥으로 계속해서 오르더니 글로벌 금융위기로 은행 시스템에 대한 불안이 커진 2012년 말에는 1700달러에 이르며 정점을 기록한다. 

금이 금융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기 시작한 1973년 이후 2012년까지 약 40년 동안 금값의 장기적인 흐름은 '달러'의 대체 자산으로 움직였다. 달러의 구매력이 강해지면 상대적으로 금의 매력이 하락했고,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면 금의 가치가 올라갔다.

경제적 혹은 지정학적 위기로 구매력이 감소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금 수요를 지탱했다. 특히, 달러의 구매력 약화는 금값 상승의 주요 동력이다. 2012년 이후 이어진 달러 강세 속에 나타난 금값 상승은 다소 이례적인 현상이다.

금에 투자하는 모든 투자자가 달러 약세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많은 중앙은행이 외환 보유고의 일부로 금을 비축하고 있으며, 기관 투자자들도 자산 배분 수단으로 금을 투자하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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