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1일. 와비파커는 준비되어 있었다

1. 틱톡 인수 드라마, 2. DTC의 시조새, 3. 디스럽션은 고객이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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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재밌는 해외 비즈 뉴스레터
어느덧 2020년도 벌써 9월을 맞이했네요. 모두 안전하게 9월의 첫째 주 보내시길 바랄게요. 오늘은 끝나지 않는 틱톡 인수 드라마DTC 모델의 시조새인 와비파커의 근황 그리고 투명한 농업 이커머스 시스템을 만들려는 스타트업이 맞닥뜨린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소셜미디어] #미중갈등
1. 끝나지 않는 틱톡 인수 드라마
틱톡의 인수를 둘러싼 이슈는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질 분위기입니다. 중국 상무부와 과학기술부가 12년 만에 수출 제한 기술 목록을 업데이트해 발표했는데요. 이 목록에는 AI 인터페이스를 아우르는 여러 기술이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되었어요. AI와 개인화된 콘텐트 추천 엔진이 핵심인 틱톡의 기술도 이에 (당연히) 포함되죠. 이제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가 일부 운영권을 해외의 기업에 매각하려면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해요.

무작정 금지하기에는 좋아하는 사람이 많죠.
우선, 지금까지 이야기를 훑어보면요
  1.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데이터 유출 등 국가 안보와 관련한 위협을 이유로 틱톡 사용 금지를 추진해 왔는데요. 미국 사업이 운영을 멈출 위기에 처하자 바이트댄스는 대지분을 판매하겠다고도 선언하지만 이내 전체 매각을 해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압박을 받으며 미국을 포함한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의 틱톡 운영권을 매각하겠다고 하죠.
  2. 이후 마이크로소프트가 틱톡과 인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되었는데요. 지난 8월 1일에 CEO 사티야 나델라가 백악관과의 협의를 거치며 9월 15일까지 거래의 구체적인 조건을 모두 합의하겠다는 데드라인까지 마련합니다. (이후에 트럼프 대통령은 45일내 틱톡과 텐센트의 위챗 사용을 금지할 수 있는 행정 명령을 일단 내리기도 해요)
  3.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소프트웨어 회사인 오라클도 틱톡의 인수전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이들은 틱톡의 핵심 투자사인 세쿼이어 캐피털 등의 지원을 받으면서 또 하나의 유력한 인수자 후보로 올라서죠. (오라클은 B2B 사업이 중점이지만 틱톡이 보유한 고객 데이터를 통해 기존의 클라우드와 데이터 사업을 강화할 수 있어요)
  4. 이후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하는데요. 바로 지난 8월 27일에 월마트가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인수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에요. 불확실성에 빠져들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수 가능성에 다시 힘이 실리게 되었죠. (마이크로소프트가 틱톡 인수로 B2C 플랫폼 사업에까지 진출을 하고 클라우드 사업에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월마트는 현재 강하게 밀고 있는 이커머스의 확장을 노릴 수 있죠)
현재 두 컨소시엄은 모두 틱톡에 오퍼를 낸 것으로 알려졌고, 이르면 이번 주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되었죠. 어떻게 되건 틱톡은 미국 기업에 매각이 될 것이 확실한 상황이었는데요. 중국 정부의 이번 발표로 인수 협상은 또 다른 변수가 나타났어요.

중국이 가만히 있지 않은 이유는요
중국의 이번 움직임은 다른 미국 기업을 규제하는 대신 미국 정부와 마찬가지로 협상에 (우회적이지만) 적극적으로 개입해 반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인수 자체를 무산시키거나, 인수 가격을 더 높이려는 작전일 수도 있고, 추가적인 조건을 붙여 향후에도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여러 갈등 상황에서 중국의 협상 레버리지를 올리기 위함일 수도 있다고 워싱턴에 위치한 전략 국제 연구센터의 중국 경제 정책 전문가인 스콧 케네디가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코멘트를 남겼어요. 최소한 이번 협상을 중국이 가만히 지켜보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신호를 전하기 위해서라고도 덧붙였고요.

블러핑에 "콜"을 외친 것이기도 해요
결과적으로 중국이 실제로 틱톡의 인수를 가로막게 된다면 틱톡을 폐쇄하겠다는 공언을 미국 정부는 실행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되는데요. 틱톡을 실제로 금지하고 폐쇄하게 된다면 이미 수많은 사용자로부터 반발을 사게 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어요. 틱톡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위헌 소송을 제기했듯이, 미국 내에서 관련한 소송이 이어질 수 있는 리스크도 있고요.

이번 틱톡 드라마는 이제 미국과 중국 정부 모두 개입하는 이슈가 되었고, 앞으로의 전개도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모두가 이제는 틱톡의 추천 엔진 관련 기술을 뺀 상태로 인수해야 하는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인수가 이루어지기까지 또 어떤 변수가 나올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이후 새로운 국면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미국과 중국 간의 최대 이슈는 관세 부과가 핵심이었던 무역전쟁이었는데요. 무역전쟁의 1라운드가 양측의 새로운 합의로 마무리되면서 화웨이가 두 국가 간 새로운 갈등의 중심에 있었죠. 화웨이에 이어 틱톡 그리고 텐센트의 위챗 사용 금지 추진까지 테크 회사들과의 갈등 구조가 이어지고 있어요. 이런 분위기라면 무역전쟁 1라운드를 마치며 올해 내에 새로운 2차 합의를 약속했던 두 국가가 별 탈 없이 협상을 진행하기는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는 정말 무슨 변수가 또 나올지 예측도 어렵고요.

[이커머스] #DTC #안경스타트업
2. 와비파커는 준비되어 있었다
와비파커는 중간 유통 단계를 없애고 온라인으로 저렴하게 소비자에게 직접 안경을 판매하는 사업 모델을 2010년에 들고나온 스타트업이죠. DTC(Direct-to-Consumer)의 선구자로 이후 많은 스타트업에도 영감을 준 대표 기업이고요. 이제는 이커머스 계의 메이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올해 들어 총 2억 4500만 달러(약 2910억 원)의 추가 투자를 받았다고 밝혔어요.

안경은 필수재이죠. ⓒ Warby Parker
더 강해지는 DTC의 시조새
수없이 알려진 사례이기도 하지만, 와비파커의 모델이 새로웠던 것은 단순히 온라인으로 안경을 판매한다는 것이 아니었어요. 이들은 고객이 고른 안경테 5개를 우선 집으로 보내주고, 집에서 마음껏 안경을 써 본 고객은 그중에 마음에 드는 테를 고르고 다시 와비파커로 이들을 돌려 보내면 렌즈가 끼워진 완성된 안경이 고객에게 다시 배송되는 모델이었어요. 물론, 이 배송 과정은 전부 무료이고요. 가격도 최소 95달러(약 11만 원)에서 시작해 당시 기존의 안경 사업 모델을 파괴했죠.

이후 선글라스, 콘택트 렌즈 그리고 관련 악세사리까지 제품군을 넓힌 이들은 가상으로 안경을 써 볼 수 있는 앱과 시력 검사를 하고 처방의 유효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서비스도 앱으로 제공하며 온라인 사업의 기반을 넓혔죠. 물론, 현재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 125개의 오프라인 매장과 매장 내 혹은 인근 위치에 시력을 측정하고 안경 맞춤을 위한 시력 검사와 의사의 처방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운영하면서 오프라인으로도 사업을 계속 확대해 왔고요.

팬데믹을 비껴가는 사업 모델
와비파커의 창업자이자 공동 CEO인 닐 블루멘탈은 최근 CNN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안경이라는 필수재를 판매하는 사업을 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고도 했는데요.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줌(ZOOM) 등을 이용한 화상회의를 비롯해 사람들의 스크린 타임이 증가하면서 온라인 판매가 많이 증가했다고 밝혔어요. 안경은 화면을 통해 사람을 만나게 되면 두드러지는 악세사리기도 하므로 판매가 증가했다는 자체 분석도 곁들였고요.

와비파커는 코로나19의 확산 초기부터 모든 오프라인 매장의 문을 닫고, 온라인 판매에 집중을 해왔는데요. 온라인 판매 증가 덕분에 오프라인 매장의 손실을 상쇄할 수 있었고, 현재는 이들 매장도 거의 모두 문을 다시 열었어요. 이커머스는 필수가 된 지금 와비파커의 모델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미래를 바라보고 만든 사업 모델이 결과적으로 팬데믹이라는 미지의 변수 앞에서도 사업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는 요인이 되었기 때문이에요.

미래에는 온·오프 조화 준비
신규 시력 처방부터 와비파커의 제품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오프라인 사업은 더 많은 고객층을 만나기 위한 중요한 축이에요. 자체 제품 브랜드도 확장하려는 노력과 함께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쪽의 사업이 조화를 이룬다면 진정 메이저 브랜드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보고 있죠. 오프라인 사업의 확장을 온라인 사업 안정화 이후 시작한 이들은 팬데믹으로 인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온라인으로 사업을 집중하는 일시적인 '피벗(pivot)'이 가능했는데요. 앞으로 그간 추진하던 온라인 고객 경험의 고도화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오프라인 사업 방향을 더 고민할 것으로 예상돼요.

이번 팬데믹은 크고 작은 모든 기업에 이커머스에 대한 조바심을 더 키웠는데요.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발전해 가는 DTC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사례가 되며, 많은 창업가에게 영감을 준 이들이 앞으로도 성공을 이어갈지 지켜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자신감 넘치는 회사 현황
이번에 공개한 투자 유치는 올해 2분기에 1억 2000만 달러(약 1425억 원) 그리고 3분기에 1억 2500만 달러(약 1480억 원)를 연속적으로 받았어요. 이제 와비파커의 기업가치는 30억 달러(약 3조 5610억 원) 이상으로 평가되고요. 재무 현황도 좋고, 현재는 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을 추가로 모을 필요는 없는 상황인데요. CNN 비즈니스과의 인터뷰에서도 닐 블루멘탈은 "사적 자본 시장에서 우리는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투자금을 유치해 온 상황이었다. 언젠가는 상장을 하겠지만, 현재는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고 상장 방식도 우리의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적정한 때에 진행할 것이다"라고 했죠.

[스타트업] #농업이커머스
3. 농업에도 아마존이 생기려면
파머스 비즈니스 네트워크(FBN)는 농작물을 재배하고 판매하는 농장주들을 위한 이커머스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스타트업이에요. 2016년부터 플랫폼의 확장을 본격화한 이들은 어느새 농업에 필요한 제품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다국적 대기업들의 경계 대상이 되었는데요. 이들의 커진 견제 속에서도 대규모 추가 투자를 받으며 성장을 계속 푸시하고 있습니다.

농장의 현황을 앱으로 관리해요. ⓒ FBN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해요
FBN은 농장주들에게 어떤 씨앗 종류가 현재의 농경지에 더 적합한지 등의 정보와 함께 농작에 필요한 제품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방식을 알려주는 데이터 플랫폼으로 시작을 했어요. 수익이 적은 현재의 농장 원가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정보도 제공하는 서비스에 연 700달러(약 83만 원)를 내고 가입하는 멤버십을 운영 중이고요. 플랫폼에서는 각 농장이 공개한 제품 매입 가격과 제품 관련 정보도 서로 볼 수 있도록 제공했어요. 이전까지 농장들은 기존 유통망에 있는 공급자만의 이야기를 듣고 농작 원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재료들을 구매했다면, 가격 네고(협상)를 가능하게 해주는 정보를 제공한 것이죠.

이들은 다국적 기업들이 각 제품의 공급을 독차지하면서 씨앗, 비료, 살충제 등의 가격이 올라 농작물의 원가가 얼마나 더 올라갔는지 등 지난 20년 간의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농장주들에게 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이 필요하고 이를 이용해야 하는지 설득해 왔는데요. 현재까지 13,000개에 가까운 농장이 멤버가 되었어요. 이들이 운영하는 농장의 면적으로 따지면 대략 위스콘신주 크기라고 하고요. (참고로 위스콘신주의 면적은 한국의 약 1.6배입니다)

기존 기업들의 견제는 세졌지만 
이들은 2018년에 캐나다에서도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지역의 대표적인 농업 자재 리테일 업체인 요크턴(Yorkton)을 인수했는데요. 이 리테일러에게 제품의 상당 부분을 공급하는 바이엘(Bayer), 코르테바(Corteva), 카길(Cargill) 등의 메이저 업체들은 갑작스레 공급을 중단하기 시작했어요. 대표적인 살충제 공급 업체인 신젠타(Syngenta)는 다른 업체들에도 자신들이 공급한 제품을 FBN에 판매하지 말 것을 종용하는 등 견제가 심해졌죠.

이들에 대한 지원도 세졌어요
FBN은 궁극적으로 데이터베이스 구독 모델뿐만 아니라 농장주들에 제품을 판매하는 이커머스 사업을 진행하며 수익을 내야 하는 사업인데요. 이들이 현재까지 구축한 시스템에 대해서 투자자들의 믿음은 강해지고 있어요. 이번 달에 이들은 2억 5000만 달러(약 2970억 원)라는 큰 규모의 추가 투자를 유치했는데, 벤처캐피털인 클라이너 퍼킨스(Kliener Perkins), 알파벳의 구글벤처스(GV)를 비롯해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 등이 참여했어요.

다가온 변화 앞에서 대치 중이에요
FBN을 견제하는 대기업들은 FBN과 같은 플랫폼이 자리를 잡고, 농장들이 이들을 통해 물품을 구매하게 되면 기존의 수익 구조를 유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자체 판로를 뺏길 수도 있다는 경계를 하는 것이죠. 하지만, 고객인 농장주들이 원하는 것이 투명한 가격 정보와 직거래가 가능한 플랫폼이고 이를 제공하는 이들을 언제까지고 막을 수는 없습니다. 견제를 받고 물품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지난 몇 개월 새에도 이들의 고객은 계속 증가해 왔어요.
☕️ 대기업들이 노력을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바이엘과 농작 기계로 유명한 디어앤코(Deere & Co.) 등도 변화를 감지하고 몇 년 전 부터 수억 달러를 들여 자체 플랫폼을 만들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농장 매니지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하지만, FBN이 플랫폼 성공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가격 정보와 물품의 직거래 배송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고 있어요. 고객인 농장주들이 원하는 것은 농장 매니지먼트 서비스만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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