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나 칸의 패배 카드: 아마존 (1편)

[키티의 빅테크 읽기] 27화. 새로운 논리로 나서는 지는 싸움
반독점의 상징이 된 리나 칸과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결국 아마존 카드를 꺼내 들었어요. 하지만 이번 아마존 소송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있습니다. 그가 유명해지고 결국 미 연방거래위원장이라는 직책을 맡게 된 시발점인 논문 <아마존의 반독점 패러독스>를 포함해 지금까지 주장한 내용과 배치되는 주장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적용했던 논리가 시간이 지나면서 더는 아마존에 적용하기 유효하지 않고, 진화한 비즈니스 모델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에요. 가격을 계속 낮추면서 '소비자 후생(Consumer welfare)'을 높여온 아마존의 정책들이 결국에는 가격을 높이고 있어 되레 소비자 후생을 헤친다는 논리를 담아서요. 지배적인 사업자 위치에 있는 아마존이 소비자를 위해 가격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기도 하죠.

하지만 이런 논리와 결의에도 FTC 승리를 끌어내기는 어렵다고 보는 시선이 지금은 훨씬 큽니다. 왜 그럴까요? 그렇다면 리나 칸과 FTC는 왜 결국 지는 싸움에 나선 것일까요? 

이번 [키티의 빅테크 읽기]는 아마존 이커머스의 핵심 사업 모델을 낱낱이 살펴보면서, 리나 칸과 FTC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분석합니다. 결국 아마존이 이길 싸움으로 보이지만, 아마존에게도 쉬운 승리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빅테크와의 반독점 소송은 AI 발전으로 더 지배력이 커지는 길을 만드는 중인 이들의 모습을 고려했을 때도 더 중요한 게임이 되었습니다. 가장 상징성이 큰 아마존과의 소송은 더 큰 그림의 중요한 분기점이고요.

+ 1, 2편으로 나누어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우선 1편을 보내드립니다. 내일 아침에 발행될 2편까지 전문 받아보시려면 샷 추가해 보세요!

[키티의 빅테크 읽기]
리나 칸의 패배 카드: 아마존
리나 칸이 드디어 칼을 뽑아 들었다. 칸이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미국 소비자 보호와 반독점 정책을 집행하는 최고 기관인 미 연방거래위원회(Fair Trade Commission, FTC) 의 수장이 된 출발점은 예일대 로스쿨 시절 쓴 <아마존의 반독점 패러독스>라는 아티클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리나 칸을 FTC 위원, 이어 위원장으로 지명했을 때 지켜보던 모든 미디어는 "아마존 소송이 언제 시작될까?"하며 신경을 곤두세웠던 이유다. 

그리고 그날이 왔다. 칸은 위원장으로 임명된 지 2년 만인 지난 9월 말, 아마존이 자사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한 써드파티(3P) 판매자들에 대해 불공정한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결국 소비자 가격을 높이고 서비스 품질이 저해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반독점 소송을 시작했다.

시애틀 소재 IT 매체인 긱와이어(GeekWire)의 토드 비숍(Todd Bishop) 창업자는 이번 소송을 시작한 FTC를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에 비유했다. 연어가 힘껏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서 결국 숨을 거두는 걸 암시한 것이다.

이번 소송은 그만큼 FTC에게는 힘든 싸움이지만 오랫동안 별러 온 소송이기도 하다. 작정이라도 하듯 FTC의 이번 아마존 소장은 무려 172페이지에 달한다. 이 소장에는 아마존의 각종 '영업 기밀'에 해당하는 숫자와 통계자료가 검은색으로 비공개(redacted)되어 있어서 궁금증을 유발하지만, 25년 동안 승승장구하며 미국 전체 온라인 소매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된 ‘에브리띵 스토어’ 아마존의 성공 방정식에 큰 칼을 꽂으려 하는 시도인 건 분명하다.

드디어 맞붙은 아마존과 리나 칸. FTC 소송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그리고 이 소송은 앞으로 빅테크와 반독점  소송 현황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결국 FTC와의 긴 싸움이 시작된 아마존의 '혁신'도 속도가 느려질까요? (이미지: 아마존)
프로젝트 네시(Nessie)가 무엇일까?
이번 소장의 주요 요지는 소비자들에게 가격이나 서비스 측면에서 만족도가 높은 아마존의 이커머스 서비스 뒤에는 아마존 셀러를 대상으로 한 반독점 위반 행위가 있으며, 이를 통해 결국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비용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172페이지에 달하는 이 소장에서는 아마존이 3P 판매자들에게 수수료 부담을 가중시키는 한편 이들 판매자들이 아마존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아마존이 아닌 다른 웹사이트에서의 판매 가격을 올리는 압력을 받고 있음을 서술하고 있다. 

소장을 받아 든 기자들의 눈에 들었던 것 중 하나는 아마존이 2019년까지 판매자 상품 가격비 교를 위해 운영한 '프로젝트 네시(Project Nessie)'였다. 이 프로젝트 언급 전체는 검은색으로 지워져 있어 더 눈에 띄었다. (일반에 공개하는 고소장에서 소송 당사자의 영업비밀 등에 속하는 내용은 당사자의 요청에 의해 검은색으로 가려진다)

그러나 프로젝트 네시는 이전에도 어느 정도 그 정체가 공개되어 있었다. 아마존이 "상품의 비정상적 가격 변화"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운영한다고 자사 블로그에 밝힌 적도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아마존이 올린 매출이 10억 달러(약 1조 3500억 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프로젝트 네시를 통해 아마존은 인터넷 가격 정보를 긁어와서 (웹 크롤링) 판매자들이 타 사이트에 올린 상품 가격이 아마존에 비해 싸면 판매자의 아마존 사이트 검색 결과 내 노출을 억제했다. 

이런 식의 가격 비교 내부 프로젝트 자체가 문제일까? 그렇진 않다. 이커머스 기업이 타사와의 가격 비교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경우는 흔하다. 아마존 또한 모니터링 목적으로 네시를 운영했으며 2019년 종료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너무나 당연하게도) 아마존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유는 아마존이 3P 판매자들의 사이트 노출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인 가격을 통제하기 위해서였다.

FTC는 아마존의 가격 통제 툴이 다른 경쟁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판매자 생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무기와 결합되었다며 두 가지를 제시한다. 

하나는 '바이 박스(Buy Box)'*, 그리고 다른 하나는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Fulfillment by Amazon, FBA)'*이다.
* 바이 박스는 상품 옆 '장바구니 담기'와 '지금 구매하기'가 동시에 뜨는 구역인데, 현재는 '피처드 오퍼(Featured Offer)'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본 아티클에서는 편의상 바이박스로 표기한다. FBA는 아마존이 직접 구축해 운영하는 물류 네트워크와 서비스이다.
오른쪽의 '바이 박스'가 뜨는 상품이 있고 안 뜨는 상품이 있다. 뜨는 상품은 아마존의 알고리듬이 선정한 가격 경쟁력 있는 상품이다. (이미지: 아마존닷컴)
아마존은 다른 마켓플레이스(미국의 경우 이베이, 한국의 경우 G마켓이나 네이버 쇼핑 등)와는 제품 정렬 방식을 다르게 하고 있다. 마켓플레이스에 상품 이름을 검색하면 수십 개, 수백 개의 판매물품을 보여준다.

그런데 아마존은 검색 결과에 알고리듬으로 선정한 '가장 경쟁력이 있는 상품'을 우선적으로 보여주고 거기에 '장바구니', '지금 구매' 버튼을 달아준다. 아마존 판매자 마케팅 사이트에서 추산한 바에 따르면 아마존이 바이 박스로부터 올리는 매출의 비중은 75~90%에 달한다. 

판매자 또한 바이 박스 의존 비중이 높다. FTC는 바이 박스 노출에서 제외된 판매자는 “존립 위기에 빠진다”고 주장한다. 판매자들 입장에서는 바이 박스 노출이 매출에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바이 박스 노출을 결정하는 요건엔 '경쟁력 있는 가격(다른 경쟁 상품에 비해 낮거나 동일한 가격)'과 '빠른 배송'이 들어 있다.

FBA는 판매자 대상으로 아마존의 빠른 배송을 제공하는 것이다. 아마존 배송을 주요 서비스로 이용하는 아마존 프라임 계정을 가진 소비자는 미국 인구의 50%에 달하는 1억 7000만 명에 달한다. 3P 판매자가 아마존 배송을 이용하는 건 바이 박스 노출에 있어 필수일 뿐 아니라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다수의 아마존 고객에게 노출되는 필수 요소다.
3P 셀러의 비중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미지: 아마존 2023년 2분기 실적 발표 자료)  
'최저가'와 '신속 배송'이 가격을 올린다? 
근데 이 지점에서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최저가 판매를 위해 판매자끼리 경쟁하는데 어떻게 전반적으로 소비자 부담이 늘어난다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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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키티의 한글 이름은 홍윤희이다. 대표적인 이커머스 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리드했고, 소셜임팩트를 담당했다. 딸의 장애를 계기로 장애를 무의미하게 하자는 취지의 협동조합 무의(Muui)를 운영하며 2021년 초 카카오임팩트 펠로우로 선정됐다. IT, 미국 정치, 장애, 다양성, 커뮤니케이션 등의 주제를 넘나들며 페이스북과 브런치에 글을 쓴다.

한국일보에 정기 기고 중이며, 장애-유니버설 디자인-ESG-사회혁신 등의 주제로 대중 강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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