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임 매거진은 어떻게 변신했나

1. 타임지의 부활, 2. 전기자동차 박람회, 3. (지난주 이야기) 다시 만난 메타
2022년 1월 18일 화요일

오늘은 테크 거부에게 인수된 이후 시사 매거진 '타임(TIME)'이 어떻게 다시 성장하고 있는지를 우선 보고요. 이어서 '전자제품 박람회'를 왜 자동차 기업들이 접수했는지, 그리고 지난주 큰 이슈 중 하나였던 메타의 반독점 소송 재개의 맥락을 살펴볼게요.

[미디어] #마크베니오프 #타임매거진
1. 타임지는 이제 디지털 콘텐츠 기업
1923년 창간해 대표적인 시사 주간 잡지로 자리 잡았던 타임(TIME) 매거진은 지난 2018년 9월에 세일즈포스(Salesforce)의 CEO인 마크 베니오프와 그의 아내인 린 베니오프가 인수했어요. 한때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이자 대표적인 잡지였던 이들은 디지털 시대 이후 종이 잡지의 구독이 계속 줄어들면서 역시 힘겨운 시기를 보내왔는데요. 테크 거부의 인수 이후 3년이 넘게 지난 지금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과 새로운 사업으로 다시금 위상을 회복하고 있어요.

(일단은) NFT 사업에도 나서는 등 새로운 시도도 적극적이에요.
잡지만이 메인이 아니고
타임의 2021년 매출은 약 30% 성장했고, 2022년 매출은 또 30% 성장해 2억 달러(약 2380억 원)가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어요. 이제 론칭한 지 1년이 되지 않은 디지털 구독제는 구독자가 현재 12만 명을 넘겼고, 늘어난 트래픽을 통한 디지털 광고 수익도 계속 증가하고 있어요. 물론 여전히 종이 잡지 구독자가 약 200만 명에 이르러 구독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디지털 전환을 하고 1년 만에 빠르게 성과를 만들고 있는 상황이에요.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제 기존의 '매거진' 콘텐츠만이 주요 사업이 아니라는 것이에요. 약 2년 전 시작한 영상 콘텐츠 사업인 타임 스튜디오는 이제 매출의 25%를 책임지는 사업이 되었어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와 CNN과 같은 방송사 등에 공급하면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나가고 있죠. 새로운 투자를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의 제작을 빠르게 실행했고, 커가는 스트리밍과 비디오 콘텐츠 시장의 흐름을 놓치지 않게 되었어요.

테크가 자리 잡기도 했지만
타임의 성공은 베니오프 부부의 투자로 인해 뉴스룸 전체가 디지털화를 촉진하기 시작했고, 이를 위해 세일즈포스의 제품과 운영 방식 등을 차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장 먼저 나와요. 인수 후 3년이라는 시간 안에 디지털 구독제와 비디오 스튜디오 사업을 빠르게 키워온 것 역시 편집국, 마케팅, 테크 등 기능을 중심으로 분류되고 짜인 조직이 아니라 세일즈포스와 같은 테크 조직처럼 구독제, 스튜디오 등의 '제품'을 중심으로 짜인 조직으로 전환했기에 가능했어요. 2018년 인수 후 타임이 매년 연말에 진행하는 갈라 형식의 타임100(TIME100, 매해 타임이 선정하는 영향력 있는 인사 100명) 행사를 2개월여 앞두고 전혀 다른 컨셉의 서밋(Summit)으로 바로 바꾸어 진행했던 것도 테크 기업 특유의 빠른 실행력이 이식되기 시작한 사례로 보고요

이 과정에서 타임이 사람들의 이목을 더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인수 이후 이전보다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로도 외연을 확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베니오프 부부가 인수하기 전에는 포춘, 피플 매거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등 수십 개의 다양한 매체를 소유한 메레디스 코퍼레이션(Meredith Corporation)이라는 거대 미디어 기업의 한 퍼블리셔였던 타임은 다른 ‘계열사’들과 겹치는 분야로 콘텐츠를 확장하기 어려웠어요. 하지만 독립된 미디어가 된 이후 '일하는 사람들(=구독할 가능성이 큰 사람들)’의 관심을 더 끌 수 있는 비즈니스 콘텐츠를 확대하고, (자녀 교육을 위해 구독료를 아끼지 않을 부모들을 타겟 고객으로 삼은) 어린이들을 위한 타임을 론칭하는 등 뚜렷한 콘텐츠로 독자들을 모으는 데 성공했어요.

새로운 콘텐츠가 꾸준해야
마크 베니오프는 최근 자신이 타임을 인수해 독립된 매체가 된 이후 콘텐츠를 확장하는 것이 가장 큰 챌린지 중 하나였다는 코멘트도 했는데요. 앞으로는 비즈니스 콘텐츠와 같이 기존에는 강점이 아니었던 분야지만 성장성이 높은 분야를 더 확장하면서 로이터나 블룸버그와 같은 미디어와도 경쟁을 해나갈 수 있어야 해요. 향후 디지털 광고 시장이 계속 커지리라는 예상 속에서 유입 증가를 통해 비즈니스 콘텐츠와 연결되는 광고 성장도 이루어내야 하고요.

타임은 작년에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드는 별도 스튜디오도 론칭해 아우디와 레고 등의 기업과 협업을 확대했어요. 또 타임 매거진 커버를 기반으로 한 NFT 컬렉션도 발행하며 새로운 흐름을 놓치지 않고 사업을 키워왔는데요. 콘텐츠 역량과 기존의 콘텐츠 자산을 기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해나가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죠. 마크 베니오프가 목표로 하는 10억 달러(약 1조 1900억 원) 매출 그리고 세계 1위 미디어 브랜드라는 목표 달성은 근 시일 내 어렵겠지만, 수익을 확대할 수 있는 사업을 빠르게 실행해 나가는 기업이 되었습니다. 더는 ‘시사 매거진'이 아니고 이제 디지털 콘텐츠 기업이 되기도 했고요.
☕️ 마크 베니오프의 계획과 야심
타임은 향후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면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탄소중립 어젠다도 푸시해 나갈 것으로 보여요. 이는 모든 비즈니스는 변화의 촉매제가 되어야 한다는 그의 평소 주장과 일치하는 실행이라고 하는데요. 타임을 통해 관련 콘텐츠와 솔루션을 제시할 계획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타임이 모두가 주목해야 하는 어젠다를 끌고 나가면서 더 큰 역할을 하는 미디어가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죠. 인수 후 3년이 지나고 디지털 전환도 안정화 되어가는 상황에서 타임이라는 미디어가 더 큰 역할을 해나가도록 만들려는 첫 단추이고요.

+ 최근 미디어 소식으로는 뉴욕타임스가 왜 스포츠 전문 매체를 인수했는지도 전해드렸어요. 함께 참고해 보세요. 

[전기차] #CES2022 #자동차박람회?
2. '전자제품' 박람회에 등장한 '자동차들'
올해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오토쇼를 연상케할 만큼 자동차 제조사들의 참여가 두드러졌어요. 앞으로 전자제품과 자동차의 구분이 모호해질 전기차의 미래를 각 기업들이 잘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고요. 이들이 보여준 대표적인 모습과 최근 소식을 정리해 봤어요.

BMW iX Flow의 모습. 차량의 외관을 스마트폰 화면처럼 조절할 수 있는 미래가 올 수도 있어요 © BMW
색도 바꾸고 태양광으로 충전도 하고
먼저 외형적으로 눈에 띈 것은 터치 한 번으로 차의 색상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BMW의 새로운 컨셉카 iX Flow에요. BMW는 (전자 잉크로 번역될 수 있는) E Ink라는 신기술을 접목한 컨셉카를 선보였는데요. 특수 나노패널들을 차량 외면에 붙여 자유자재로 색을 바꿀 수 있게 디자인했어요. 이 기술의 개발자들은 차량의 색으로 자신의 개성이나 처한 상황을 나타낼 수 있게 하는 효용성 외에도 배터리 잔량이 너무 낮거나 주차장에서 차를 찾지 못할 때 차량 색을 변화시켜 알아볼 수 있게 한다든가, 색상 변화로 열 반사율이나 전도율을 변화시켜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여러 장점이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컨셉카의 개념이지만 미래 전기차의 모습은 지금과 다를 수도 있다는 기대를 자아냈어요.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메르세데스-벤츠는 초장거리 주행을 주력 콘셉트로 내걸었어요. EQXX로 명명한 이 콘셉트 카는 한번 충전으로 1000킬로미터를 갈 수 있는 고효율 전기차에요. 벤츠 자체 비교군 대비 부피는 50%, 무게는 30% 줄이는 등 배터리 기술을 고도화해 에너지 효율을 높인 덕에 주행거리를 크게 늘릴 수 있다고 해요. EQXX는 배터리 성능 뿐 아니라 차량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장착해 이상적인 상황에서는 25킬로미터를 더 움직일 수 있는 전력이 생긴다고 하고요. 차량 주행 중에도 자동 충전이 되는 차량을 구상 중이라는 이야기죠. EQXX는 향후 2~3년 뒤에 상용화될 것으로 예측돼요.

전기 SUV와 픽업트럭은 기본
GM의 CES 2022  헤드라인은 이들의 시그니처 픽업트럭 모델인 쉐보레 실버라도였어요. 주행거리 약 644킬로미터의 전기 픽업트럭은 GM의 전기차 제조 플랫폼 얼티엄에서 만들어지는 첫 전기트럭으로 39,900달러(약 4750만 원)에 공급되고 2024년부터 인도받을 수 있어요. 전기차가 신규 트렌드에 민감한 일부 소비자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화가 되려면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픽업트럭 분야에서 승부를 봐야 하기 때문에 GM이 크게 힘을 실었어요.*
* 주요 경쟁사인 포드도 최근 미국인들의 ‘최애’ 자동차 F150 픽업트럭을 전동화한 F150 라이트닝의 인기에 힘입어 전기 픽업트럭의 생산량을 두배 늘리기로 했어요. 

소비자들의 대형차에 대한 선호도를 놓치지 않기 위해 BMW도 iX M60이라는 SUV 라인을 CES에서 공개했어요. 제로백 3.8초에 한번 충전으로 575킬로미터까지 갈 수 있는 성능을 자랑하죠. 픽업트럭보다는 조금 더 빠르게 2022년부터 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해요. iX M60부터 적용되는 '마이 모드'라는 독특한 기능이 눈에 띄는데요. 지금까지 스포츠/컴포트/에코 모드로 한정됐던 차의 모드를 릴랙스, 익스프레스 등으로 다양화해 디스플레이와 라이트닝, 그리고 차량 안의 소리까지 다양화시킨 게 포인트예요. 세계적인 작곡가 한스 짐머(Hans Zimmer)*가 함께 작업해서 기대를 모았어요.
* 한스 짐머는 영화 음악 프로듀싱으로 유명한 작곡가예요. 영화 듄, 인터스텔라 등이 최근 대표작이에요.

이외에도 2017년에 설립된 신생 베트남 자동차 제조사 빈패스트(VinFast)는 일반적인 크로스오버 차량 크기의 전기차 3종을 공개했고요. 대형차는 아니지만 스텔란티스(Stellantis)의 주요 브랜드인 크라이슬러는 에어플로우(Airflow)를, GM의 캐딜락은 이너스페이스(InnerSpace)라는 쿠페 타입의 전기차를 보여줬어요. 마치 오토쇼처럼 자동차 회사들의 신차 발표가 줄을 이었던 전자제품 박람회였어요.

자동차에 플스가 접목되는 미래도
자동차가 전자제품화되는 만큼 반대로 전자제품 기업도 전기차의 영역으로 스며들고 있어요. 소니는 올해 전기 SUV를 공개했습니다. 소니는 2년 전 Vision-S라는 전기차를 선보이기 시작했고 유럽의 일반 도로에서 주행 테스트를 거치기도 했어요. 지금은 운전자의 개입이 필수적인 레벨2 단계의 자율주행 단계지만 최종 목표는 운전자가 주행 중에 잠깐 낮잠을 잘 정도로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 4의 자율주행을 목표로 차를 디자인 중이라고 하고요.
* 자율주행 레벨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지난 콘텐츠 중 네 차는 얼마나 똑똑해?를 통해서도 볼 수 있는데요. 더 상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함께 살펴보세요.

하지만 소니의 자동차를 일반 소비자가 살 수는 없을 거예요. 소니는 자동차 제조사가 될 계획은 없고, 미래 모빌리티의 주요 축이 될 자율주행 차량에 대한 기술적, 사업적 이해도를 높이고자 하는 취지로 Vision-S와 같은 자율주행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어요. 360도 리얼리티 오디오라는 차량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준비 중이고 장기적으로는 클라우드와 5G 통신망을 바탕으로 플레이스테이션을 차량과 접목시키는 아이디어도 가지고 있다고 해요.

스마트폰과 스마트카의 경계
애플이 애플카를 준비 중인 것처럼 자동차 회사가 만드는 전기차도 스마트폰과 비슷한 효용을 주는 전자제품이 되겠죠. 테슬라와 애플카 프로젝트를 거쳐 현재는 포드의 첨단기술 및 임베디드(Embedded) 시스템 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더그 필드(Doug Field)도 자동차는 점차 스마트폰처럼 변모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업계의 많은 이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죠.

지난해 12월 유럽에서는 전기차가 디젤차 판매량을 앞섰다는 소식도 전해졌는데요. 전환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올해는 전기차가 대중들에게 예상보다 더 친숙해지는 한 해가 될 수도 있어요. CES에서 보여준 전기차의 미래가 2022년에는 어떤 식으로 우리의 일상에 다가올지 기대해보게 됩니다.
By 캐롤라인
* 캐롤라인은 전기차와 그 후방산업인 배터리 산업에 관한 이야기를 꾸준히 전해주고 있어요. (최근 아티클)
☕️ 운송 체인도 빠르게 전동화의 길로
이번 CES의 흥미로운 소식들 중 하나로 GM의 B2B 사업인 브라이트드롭(BrightDrop)의 신규 수주 뉴스도 전해졌어요. (GM은 2021년 CES에서는 브라이트드롭의 론칭을 발표했어요) 월마트는 브라이트드롭의 배달용 전기밴 EV600과 EV410 총 5000대를 주문했어요. 페덱스는 작년에 브라이트드롭으로부터 500대분의 계약을 했는데 이번에 2000대를 추가로 계약하고 향후 10년 동안 2만 대를 더 인도하기로 했어요. 페덱스나 월마트와 같은 거대 유통, 운송 기업에서도 차량의 전동화가 빠르게 이뤄질 거란 전망이에요.

+ 운송 체인의 전동화 전환에서 아예 한 단계 더 나아가 전기차로 무인 자율주행 배송을 실현 중인 스타트업인 누로(Nuro)도 계속 주목을 받고 있어요. 누로는 페덱스, 도미노 피자, 식료품점인 크로거 등과도 협업을 해오며 배달 음식이나 마트에서 주문한 물품을 로봇 차량이 배송하고 있는데요. 아직 실험 단계에 있지만, 운송업계가 궁극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방향을 가고 있죠.

*** 아래 이야기는 지난 주 금요일(1월 14일)의 '샷 추가하기' 콘텐츠 중 첫 번째 이야기인데요. 주요 이슈인 메타와 반독점 관련한 이슈를 업데이트해 드리기 위해 오늘 가져와 전해드려요. 참고로 '샷 추가' 구독자분들께는 스트리밍과 영상 콘텐츠 시장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경쟁 현황'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드렸어요 :) ***
[빅테크] #메타 #반독점 #리나칸
3. 메타에 되살아난 반독점 불씨
메타(구 페이스북)는 작년 6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각 주 정부들이 당시 '페이스북'에 제기한 반독점 소송이 기각되면서 빅테크에 대해 커지는 반독점 국면에서 중요한 승리를 거두었어요. 당시 법원은 메타가 소셜네트워크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해 독점적인 위치에 있다는 FTC의 핵심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았고, 논쟁의 근거도 부족하다고 보았는데요. 역량 부족이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망신을 당했던 FTC가 절치부심하며 소송을 다시 수정 제기했고, 법원은 메타가 다시 제기한 소송 기각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이제 '메타'에 대한 반독점 소송은 리셋되어 다시 시작된 것이에요.

이름도 리셋했고, 반독점 소송도 리셋되어 시작될 예정이에요.
디테일이 강해진 FTC
이번 결정이 주목 받은 이유 중 하나는 지난 6월에 소송을 기각했던 같은 판사인 제임스 조아스버그(James Joasburg)가 다시 소송이 진행될 수 있도록 받아들였다는 것이에요. 그는 "이번에 FTC가 보완한 사실들이 이전보다 강력하고 디테일해졌다"라면서 특히 메타가 독점적 지위에 있다는 주장이 잘 보완되었다고 판결문에 명시했어요.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과 메시징 서비스인 왓츠앱(Whatsapp) 등의 경쟁 서비스를 인수해 소셜미디어 시장을 장악해 경쟁을 저해했다는 FTC의 주장이 향후 소송을 진행할 만한 근거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죠.

근거가 된 새 데이터
인스타그램은 2012년에 10억 달러(약 1조 1860억 원)를 주고, 왓츠앱은 2014년에 190억 달러(약 22조 5400억 원)를 주며 인수했는데요. FTC는 이번에 두 서비스와 페이스북의 결합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2016년 이후 페이스북의 소셜미디어 일별 시장 점유율을 근거로 제시했어요. 데이터 분석 기관인 컴스코어(Comscore)의 데이터를 활용해 페이스북의 일별 시장 점유율이 70%를 꾸준히 넘어왔고, 1개월 기준으로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80%, 태블릿 사용자의 86%, 그리고 데스크톱 PC 사용자의 98%에 이른다는 점을 짚었어요. (FTC는 "개인의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로 시장을 한정하고, 2021년 가장 많은 사용자를 기록한 틱톡은 다르게 분류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소셜미디어 시장을 만들고 키워온 페이스북은 흡수한 새로운 서비스들을 더 성공적으로 키웠고, 메인 플랫폼인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소셜미디어 제국’을 만들어왔죠. 하지만 페이스북이 시장을 장악했다고 볼 수 있는 근거, 즉 소셜미디어 시장의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에 대해서는 그동안 그 데이터가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았는데요. 이번에 근거로 제기한 데이터와 논리를 봤을 때 법정에서 정식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고 본 것이에요.

경쟁과 혁신을 저해?
앞으로 이어질 소송의 핵심은 결국 페이스북이 잠재적인 경쟁사들을 인수해 경쟁뿐만 아니라 '혁신'을 저해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기도 해요. FTC는 페이스북이 스스로 혁신하며 성장을 한 것이 아니라 잠재적 경쟁자들을 '인수하거나 없애고'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죠. 아울러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은 인수가 되어 더 혁신적인 서비스로 발전하지 못했고, 사용자의 사생활 보호와 데이터 보안 수준도 떨어졌음을 짚었어요.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활용해 광고를 보여주면서 수익의 90% 이상을 창출하죠)

물론 앞선 페이스북의 인수는 이전에 FTC가 모두 승인을 한 것이고, 어떻게 경쟁을 제거하고 혁신을 저해했는지에 대한 근거는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았어요. 그렇기에 앞으로 소송이 시작된 이후에는 FTC가 이 점을 어떻게 입증하느냐 혹은 과연 입증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여요. 상세한 통계 분석과 전문적인 의견을 바탕으로 이런 주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도 판결에 명시되었고요. 

이제 시작되는 공방
반독점 소송의 첫 테이프는 끊고 나아가게 되었지만, 결론에 이르기까지는 수 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요.* 각각의 케이스에 대한 논쟁과 법정 공방은 그만큼 다룰 사안도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작업이에요. 페이스북에 대한 반독점 소송이 2020년 12월에 제기된 후 2021년 6월에 기각되었다가 이번에 소송을 재개할 수 있다는 판결을 받기까지만 해도 1년이라는 시간이 넘게 걸렸죠.
* 지금 보면 덜 복잡한(?) 케이스라고도 할 수 있는 1990년대 후반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반독점 소송도 최종 판결에 이르기까지 7년이 걸렸어요.


하지만 메타의 싱거운 승리가 될뻔했던 소송은 어느덧 팽팽한 줄다리기가 된 것인데요. 리나 칸이 위원장으로 취임한 이래 FTC에게는 중요한 분수령이 되는 관문도 통과했어요. 뉴욕타임스와 블룸버그도 모두 FTC의 "큰 승리"라는 표현을 쓰면서 의미를 크게 부여한 이유가 있죠.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은 페이스북이 인수한 후에 페이스북과 함께 분명히 큰 성장을 했어요.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를 바탕으로 소셜미디어 시장도 계속 커져 왔고요. 그렇기에 "경쟁과 혁신을 저해했는지"를 실질적으로 입증하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돼요. 하지만 페이스북의 시장 점유율이 현재 독점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는 점을 기준으로도 다퉈나가야 하는 것은 메타에게 분명 불안한 상황이에요.
☕️ 디테일은 리나 칸 효과?
작년 3월에 FTC의 위원 중 한 명으로 지명되고, 7월에 연방거래위원장으로 취임한  리나 칸은 2020년 12월에 제기된 메타에 대한 반독점 소송에 관여하지 않았어요. 취임 후 몇 주 되지 않아 소송이 기각되면서 다시 소송을 제기해 이어갈 수 있는지가 첫 번째 시험대가 되리라는 예상도 많았는데요. 쉽지 않을 것이라던 예상 속에서 중요한 승리를 거두었어요. 

작년 6월에 소송을 기각했던 보아스버그 판사는 이번에 48페이지에 이르는 판결문의 시작을 "Second time lucky?(두 번째 도전엔 운이 좋은 건가?)”라고 명시하기도 했죠. 리나 칸이 위원장이 된 이후에 큰 변화가 없는 환경 속에서 다시 다듬은 새로운 근거와 주장이 먹혀들었는데요. 새로운 리더십이 분명한 효과를 발휘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죠.
☕️ 그리고 과거의 학습 효과? 
한편 메타버스 구축을 전제로 AR/VR 사업을 크게 밀고 있는 메타의 최근 인수 추진도 FTC가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나섰어요. 메타는 최근까지 5개의 VR 앱을 인수하면서 공격적으로 VR 기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는데요. 가장 최근인 작년 10월에 위드인(Within)이라는 VR 기반 피트니스 앱을 만드는 스타트업을 4억 달러(약 475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한 건에 대해 FTC가 공식 조사에 나서기로 했어요. 메타가 이 업체와 경쟁할 VR 기반 피트니스 앱을 따로 만들고 있었는지도 하나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고요.

이 움직임을 두고 FTC가 이제 "경쟁과 혁신을 저해"할 수 있는 빅테크의 인수를 사전에 막기 위해 나선 것으로도 해석하는데요. VR 생태계를 만들며 VR 하드웨어 시장을 장악해온 메타의 오큘러스 사업이 다음 세대의 기업들이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지도 살펴볼 것으로 예상돼요. 향후 큰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는 기업을 인수해 “흡수하거나 묻는다"라는 전략이 쓰이지는 않는지를 보는 것이죠. 경쟁 소셜미디어를 모두 인수하도록 승인했던 과거의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것이고요.

한편 FTC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는 테크 업계에서는 상반된 의견이 나오고 있어요. 실리콘밸리와 플랫폼 사업을 다루는 대표적인 칼럼니스트인 케이시 뉴튼(Casey Newton)은 과거 인수와 소셜미디어에 초점을 맞추는 이번 소송 재개보다 미래 사업이 발전하는데 더 큰 영향을 줄 이번 조사가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고요. 역시 테크 업계의 대표적인 분석가인 베네딕트 에반스는 아직 관련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메타가 AR/VR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 시장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표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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