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독점 기업의 '새로운' 조건
뭐니 뭐니 해도 빅테크 기업을 주목시킨 사건은 바로 이렇게 빡빡해진 반독점 규제 흐름의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온 FTC 위원장인 리나 칸의 지난 22일
독점 인터뷰였다. FTC와 법무부의 기업 인수 합병지침 개정 추진 발표 후 진행된 이 인터뷰의 제목은 <빅테크, 빅딜, 반독점의 새 시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만큼 인터뷰한 언론인 두 명도 거물 중 거물이다. CNBC 대표 프로그램 <스콱 박스(Squawk Box)> 공동진행자 앤드류 로스 소킨(Andrew Ross Sorkin)은 날카롭고 수준 높은 질문으로 최고경영자들을 쩔쩔매게 만드는 기업 인터뷰계 최고봉, 뉴욕타임스 팟캐스트 <스웨이(Sway)> 진행자인 카라 스위셔(Kara Swisher)는 IT업계 베테랑 언론인으로 정치-경제를 넘나드는 최정상 인터뷰어다.
칸 위원장의 인터뷰에서는 FTC와 법무부가 추구하는 반독점 결정 요인이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기존의 기업결합 심사에서는 회사끼리 결합하여 소비자 가격이 인상되는지 여부를 주로 봤지만 테크 기업의 경우 소비자에게 공짜 또는 거의 공짜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 이 공짜 서비스의 대가로 사용자들이 정보, 데이터를 제공하기 때문에, 테크 기업의 반독점 소송이나 기업결합심사에서도 이렇게 데이터 병합이나 활용, 특히 데이터 재가공 등을 통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측면 또한 고려해야 한다는 게 새로운 규제 당국의 기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소비자 피해를 어떤 수치로 증명하나? 공짜 서비스 대신 프라이버시를 일부 포기한다는 그 균형추를 누가 결정해야 하는지? 규제당국? 소비자? 아니면 시장?"
소킨이 인터뷰에서 칸 위원장에게 던진 질문은 강화될 규제에 대한 시장의 궁금증을 반영한다. 칸은 소킨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기존에는 그 균형추를 FTC가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법적 판단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전통적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시장 지배력을 결정하는 요인이 무언지, (합병을 통한 제품이나 서비스) 품질 저하 가능성이 있지는 않은지 질문을 던지면서 합병 가이드라인을 개정해야 한다."
칸이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한 이유가 있다. FTC가 메타를 상대로 제기했던 소송에서 '시장 지배력의 재정의’와 '소비자 피해’ 논리를 수정해 법원에 제출했고 이를 판사가 1월에 받아들이면서 반독점 소송이 드디어 진행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우선 FTC는 메타의 시장 지배력이 높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일일 활성 사용자 수(Daily Activer Users: DAU), 월간 활성 사용자 수(Monthly Active Users: MAU), 소비자가 메타의 플랫폼에서 보내는 시간 등 시장 조사기관 컴스코어(Comscore)의 데이터를 법원에 제출했다. 실제로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이터다. 판사는 이 자료를 토대로 메타의 시장점유율이 법원이 통상적으로 인정하는 독점 수준을 넘는다고 판단했다. FTC가 수정 제출한 내용을 보고 '제대로 숙제를 해왔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도 알려졌다.
어찌 보면 DAU, MAU, 소비자가 보내는 시간 등의 중요한 데이터가 당초 FTC 논리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의아할 정도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막판에 정권 눈치 보느라 (트럼프는 소셜미디어 기업들을 길들이고자 했다) 건성으로 소송을 제기했던 것인지, 내부에 테크기업을 파악할 전문 인력이 부족해서 소셜미디어 시장 지배력 기준을 진짜 파악하지 못했던 것인지 미스터리다.
한편, 메타(구 페이스북)가 인스타그램-왓츠앱을 합병한 게 불법이라며 미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FTC)가 제기했던 소송에는 파란불이 켜졌다. FTC는 트럼프 행정부 말기인 2020년 12월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왓츠앱 인수에 대해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었지만 2021년 6월, 법원이 FTC의 주장 근거가 부실하다며 퇴짜를 놨었다. FTC는 다시 논리를 가다듬어 법원에 제출했고 1월 법원은 ‘소송 진행 가능’하다며 메타의 소송 신청 기각을 각하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콜 오브 듀티 등의 게임 타이틀을 가진 게임 기업 액티비전 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를 약 687억 달러(약 82조 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독점 규제 타깃이 된 메타, 아마존, 알파벳, 그리고 애플에 가려져 있지만, MS는 기업가치 측면에서 세계 2위의 회사다. 2021년 4분기에 애플을 제치고 한때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런 MS가 게임업계 3위 기업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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