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테크 빅딜의 2022년, 그 결과는?

[키티의 빅테크 읽기] 6화. 인플레이션과 반독점의 상관관계
2022년 1월 27일 목요일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 인수 발표는 큰 버즈를 일으켰죠. 하지만 이 거래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바로 이어서 나왔는데요. 최근 FTC가 정의하는 '독점 기업의 새로운 조건'은 무엇인지가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 빅테크 나아가 테크 업계 전체를 바라볼 것임이 예고돼요.

오늘 [키티의 빅테크 읽기]는 독점과 독점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판단하는 데 있어 새로운 조건은 무엇인지, 그동안 테크 사업을 지탱하는 축이던 소비자 데이터를 활용한 사업 제동 가능성에 대해서 살펴보고요. 현재의 정치 상황과 미국 경제를 흔들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왜 FTC 앞에 놓인 어려움인지 전해드려요.

[키티의 빅테크 읽기] 6화.
빅테크와 빅딜의 2022년, 그 결과는?
feat. 인플레이션과 반독점의 상관관계
1월에는 빅테크에 '빅이슈'가 연달아 있었다.  

우선 입법 측면에서는 지난 20일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가 반독점 법안 중 하나를 가결했다. '미국 혁신 및 선택 온라인 법(American Innovation and Choice Online Act)’이다. 이 법안이 상원 본회의를 통과하면 자사상품 선호행위(self-preferencing)가 금지된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자체 브랜드 상품(PB)을 검색 랭킹에서 제3자 셀러 상품보다 우대할 수 없다. 애플이나 알파벳의 경우에도 자체 앱을 경쟁사 앱보다 더 높은 위치에 둘 수 없다. 알파벳 검색 결과에서도 알파벳 자체 컨텐츠를 불합리하게 상위 노출시킬 수 없다. 하원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상정됐으나 통과는 불발됐고 상원의 경우 공화당 의원들이 본회의에서 어떻게 표결할지가 핵심이다.  

한편, 메타(구 페이스북)가 인스타그램-왓츠앱을 합병한 게 불법이라며 미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FTC)가 제기했던 소송에는 파란불이 켜졌다. FTC는 트럼프 행정부 말기인 2020년 12월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왓츠앱 인수에 대해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었지만  2021년 6월, 법원이 FTC의 주장 근거가 부실하다며 퇴짜를 놨었다. FTC는 다시 논리를 가다듬어 법원에 제출했고 1월 법원은 ‘소송 진행 가능’하다며 메타의 소송 신청 기각을 각하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콜 오브 듀티 등의 게임 타이틀을 가진 게임 기업 액티비전 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를 약 687억 달러(약 82조 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독점 규제 타깃이 된 메타, 아마존, 알파벳, 그리고 애플에 가려져 있지만, MS는 기업가치 측면에서 세계 2위의 회사다. 2021년 4분기에 애플을 제치고 한때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런 MS가 게임업계 3위 기업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것. 

반독점 규제 서슬이 퍼런 시점에 웬 간 큰 행보냐고 하겠지만, 사실 MS가 이렇게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진 배경엔 메타의 움직임이 있다. 2021년 페이스북에서 이름을 바꾼 메타는 사운을 걸고 메타버스에 올인하고 있으며, FTC의 반독점 조사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메타는 실제로 블리자드를 인수했을 수도 있다. MS의 블리자드 인수에서 회사가 내세운 또 하나의 논리는 빅테크 기업들의 단골 논리인 '중국과의 경쟁'이다. 참고로 게임 업계 전 세계 1위 기업은 중국기업 텐센트로 라이엇게임즈, 슈퍼셀을 비롯해 미국 회사 에픽 게임즈 지분도 갖고 있다. 2위는 플레이스테이션을 보유한 소니다. 미국 기업으로서 중국 대기업과 맞장을 뜬다는 측면을 FTC가 고려해 주길 바랐을 것이다.

MS의 발표 후,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가 공동으로 기업 인수 합병 지침을 10년 만에 개정하기 위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발표를 통해 디지털 경제에 있어서 데이터 병합을 비롯해 다양한 테크 산업 특유의 요건을 고려하여 기업 결합을 꼼꼼히 들여다보겠다는 규제 당국의 의지가 드러났다.

이 발표가 MS의 인수합병을 명시적으로 반대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테크 기업 전반에 있어 지배력이 커질 수 있는 기업 인수 합병 시도는 억제하겠다는 규제 당국의 의지를 표명한다고 해석한다. 예전 FTC는 기업합병에는 비교적 관대하고 합병 후 반독점 행위를 규제했다면 리나 칸의 FTC는 아예 합병 시점부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가 성사될지는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드러난 독점 기업의 '새로운' 조건
뭐니 뭐니 해도 빅테크 기업을 주목시킨 사건은 바로 이렇게 빡빡해진 반독점 규제 흐름의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온 FTC 위원장인 리나 칸의 지난 22일 독점 인터뷰였다. FTC와 법무부의 기업 인수 합병지침 개정 추진 발표 후 진행된 이 인터뷰의 제목은 <빅테크, 빅딜, 반독점의 새 시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만큼 인터뷰한 언론인 두 명도 거물 중 거물이다. CNBC 대표 프로그램 <스콱 박스(Squawk Box)> 공동진행자 앤드류 로스 소킨(Andrew Ross Sorkin)은 날카롭고 수준 높은 질문으로 최고경영자들을 쩔쩔매게 만드는 기업 인터뷰계 최고봉, 뉴욕타임스 팟캐스트 <스웨이(Sway)> 진행자인 카라 스위셔(Kara Swisher)는 IT업계 베테랑 언론인으로 정치-경제를 넘나드는 최정상 인터뷰어다.

칸 위원장의 인터뷰에서는 FTC와 법무부가 추구하는 반독점 결정 요인이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기존의 기업결합 심사에서는 회사끼리 결합하여 소비자 가격이 인상되는지 여부를 주로 봤지만 테크 기업의 경우 소비자에게 공짜 또는 거의 공짜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 이 공짜 서비스의 대가로 사용자들이 정보, 데이터를 제공하기 때문에, 테크 기업의 반독점 소송이나 기업결합심사에서도 이렇게 데이터 병합이나 활용, 특히 데이터 재가공 등을 통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측면 또한 고려해야 한다는 게 새로운 규제 당국의 기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소비자 피해를 어떤 수치로 증명하나? 공짜 서비스 대신 프라이버시를 일부 포기한다는 그 균형추를 누가 결정해야 하는지? 규제당국? 소비자? 아니면 시장?"

소킨이 인터뷰에서 칸 위원장에게 던진 질문은 강화될 규제에 대한 시장의 궁금증을 반영한다. 칸은 소킨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기존에는 그 균형추를 FTC가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법적 판단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전통적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시장 지배력을 결정하는 요인이 무언지, (합병을 통한 제품이나 서비스) 품질 저하 가능성이 있지는 않은지 질문을 던지면서 합병 가이드라인을 개정해야 한다."

칸이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한 이유가 있다. FTC가 메타를 상대로 제기했던 소송에서 '시장 지배력의 재정의’와 '소비자 피해’ 논리를 수정해 법원에 제출했고 이를 판사가 1월에 받아들이면서 반독점 소송이 드디어 진행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우선 FTC는 메타의 시장 지배력이 높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일일 활성 사용자 수(Daily Activer Users: DAU), 월간 활성 사용자 수(Monthly Active Users: MAU), 소비자가 메타의 플랫폼에서 보내는 시간 등 시장 조사기관 컴스코어(Comscore)의 데이터를 법원에 제출했다. 실제로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이터다. 판사는 이 자료를 토대로 메타의 시장점유율이 법원이 통상적으로 인정하는 독점 수준을 넘는다고 판단했다. FTC가 수정 제출한 내용을 보고 '제대로 숙제를 해왔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도 알려졌다. 

어찌 보면 DAU, MAU, 소비자가 보내는 시간 등의 중요한 데이터가 당초 FTC 논리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의아할 정도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막판에 정권 눈치 보느라 (트럼프는 소셜미디어 기업들을 길들이고자 했다) 건성으로 소송을 제기했던 것인지, 내부에 테크기업을 파악할 전문 인력이 부족해서 소셜미디어 시장 지배력 기준을 진짜 파악하지 못했던 것인지 미스터리다. 

중요한 시사점을 여러 가지 남긴 인터뷰가 되었다. (출처: CNBC 유튜브)
"가격 인상만이 소비자 피해가 아니다"
FTC가 수정 제출한 논리는 아주 심플하지만 의미심장하다. 진보적 싱크탱크인 미국 경제 자유 프로젝트(American Economic Liberties Project) 맷 스트롤러(Matt Stroller) 리서치 디렉터가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시절 FTC의 논리는 "페이스북은 괜찮은 회사인데 이러저러한 반경쟁적 행위를 했다”였는데, 수정 논리에서는 "페이스북은 스스로 기술 개발을 그다지 잘하지 못했기에 다른 회사를 인수했다”고 썼다는 거다. 

이렇게 하면 페이스북이 갖고 있던 소위 ‘차고에서 시작한 혁신 기술 스타트업’이라는 이미지를 걷어내면서 페이스북이 경쟁자를 ‘인수하던지 묻어버리는(buy-or-bury)’ 전략을 썼다는 논리를 좀 더 설득력 있게 전개할 수 있다. 이 논리 전개야말로 마크 저커버그나 쉐릴 샌드버그를 법정에 서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스트롤러의 주장이다.  

이 논리가 칸의 인터뷰에서도 드러난다. 칸은 "특정한 유형의 제품 품질 저하나, 특정한 유형의 프라이버시 침해는 소비자 가격 인상이 없더라도 소비자 피해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칸은 이 인터뷰를 왜 한 것일까? FTC는 일종의 경찰이라고도 비유가 되는데, 경찰 이름이 널리 알려지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칸 자신이 인터뷰를 자주 하지는 않지만, FTC 회의를 일반에 적극적으로 공개하기도 한다. 이번 인터뷰는 업계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일 것이다. MS가 블리자드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하기 전 메타와 블리자드가 인수합병을 위해 서로 접촉했지만 메타가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나 칸의 규제 강화 선전포고 자체가 이미 빅테크 기업들의 인수합병 움직임에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미국 언론 대부분은 메타가 당분간은 그 어떤 인수합병도 불가능할 거라고 전망한다)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FTC로서는 이렇게 사전 분위기 조성이 중요할 터다. 칸이 업계를 보는 시각이 반영되어 있기도 하다. 칸은 FTC 입성 전 쓴 논문에서 "이해충돌을 감시하는 것보다 이해충돌을 유발하는 산업 구조를 방지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새로운 사업을 하겠다며 이름까지 바꿨지만 새로운 사업도 반독점 조사를 받게 될 수 있다.
'프라이버시 전문가'를 영입하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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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키티의 한글 이름은 홍윤희이다. 이커머스 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소셜임팩트를 담당하고 있다. 딸의 장애를 계기로 장애를 무의미하게 하자는 취지의 협동조합 무의(Muui)를 운영하며 2021년 초 카카오임팩트 펠로우로 선정됐다. IT, 미국 정치, 장애, 다양성, 커뮤니케이션 등의 주제를 넘나들며 페이스북브런치에 글을 쓴다. 한국일보, KBS 제3라디오, 아웃스탠딩 등에 정기 기고와 출연 중이다.

[키티의 빅테크 읽기]는 본격화되는 미국 빅테크에 대한 규제 흐름과 이의 영향에 대해 다룰 롱폼(Long-form) 아티클이에요. 테크 산업을 넘어 전체 경제와 정치 영역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의 맥락과 행간을 놓치지 않는 시선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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