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디의 리테일 우화] 10화. 지속 성장 비결을 보여주는 숫자들 룰루레몬은 요가복을 넘어서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되었고, 이제는 스포츠웨어 브랜드를 넘어 더 큰 시장을 바라보는 의류 브랜드로 성장 중입니다. 201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확장해 온 룰루레몬은 팬데믹을 기점으로 그 누구보다 존재감이 큰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되었죠.
이렇게 크게 성장해 온 데는 물론 기업 성장의 기본이 되는 일들을 그 어떠 기업보다 충실히 잘 수행했기 때문인데요. 오늘 [조디의 리테일 우화]는 룰루레몬이 그 기본이 되는 일들을 어떻게 수행하면서 성장했는지 복습하고, 나아가 향후 몇 년간의 지속 성장이 담보되는 발판을 어떻게 마련했는지를 전합니다.
브랜드 이야기보다는 룰루레몬이라는 브랜드가 만들어 내는 숫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한 기업의 어떤 수치들을 어떻게 분석하고, 그에 따라 성장 전망을 판단하는 이야기이고요.
룰루레몬은 어떻게 지속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지 ( 샷 추가하고) 차근히 살펴보시죠 :) |
[조디의 리테일 우화] #스포츠웨어 성장 기본언어 - 룰루레몬 편 지속 성장 비결을 보여주는 숫자들 |
프리미엄 애슬레저 브랜드 기업, 룰루레몬은 캐나다 기업가 데니스 칩 윌슨(Dennis Chip Wilson)이 1998년 설립하였다. 룰루레몬의 창업자 데니스 칩 윌슨은 원래 스케이트와 스노우보드 등 레저용 운동복을 판매하는 일을 하였는데 1990년대 후반 소비자들의 요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흐름을 알아차리고 요가복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사업 초기, 임차료를 충당하기 위해 사무실을 낮에는 디자인 스튜디오로 이용하고 밤에는 요가 스튜디오로 공간을 대여해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형성된 커뮤니티는 제품의 피드백을 얻고 고객과 소통하는 창구 역할을 하게 되었다. 커뮤니티는 브랜드의 체험 마케팅을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데 매우 중요한 채널이 되고 있다.
본격적으로 룰루레몬의 숫자를 파고들기 전에 위의 이야기와 같이 널리 알려지기도 한 룰루레몬 성장 원동력을 정리해 복습할 필요가 있다. 정리하니 단순하지만, 시장의 파도를 적기에 늘 잘 읽고, 거대한 스포츠 브랜드들 틈 사이에서 고속으로 성장해 '빅 브랜드'가 된 비결이다.
자, 룰루레몬 성장 기본법부터 복습을 하고, 이어서 실적으로 나타난 중요한 숫자들을 짚어보며 이들의 응용법을 살펴본다. |
성장 기본법 I. 커질 시장을 개척하라 스포츠와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전 세계에 애슬레저(athletic+leisure) 열풍이 불게 되면서 이와 관련한 시장이 크게 성장하게 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약 800억 달러(약 107조 원)를 기록했던 미국 스포츠웨어 시장은 2022년에는 약 1006억 달러(약 135조 원)로 조사됐다(CAGR, 연평균 성장률 6%).
이 보고서에 따르면 관련 시장은 2023년 약 1065억 달러(약 143조 원)를 거쳐 2027년까지 약 1316억 달러(약 176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돼 전망도 밝다. 미국 스포츠웨어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약 5.5%로 전체 미국 소매 의류 시장의 성장률, 약 2~3%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미국 스포츠웨어 시장 규모 (데이터: 유로모니터) 룰루레몬이 베이스로 하는 미국에서부터 스포츠웨어 시장의 성장세는 커졌다. 전체 의류 시장의 성장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클 것으로 예상된다. |
최근 소위 '엠지(MZ)'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고프코어(Gorp Core)룩'도 애슬레저 시장 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고프코어룩은 아웃도어를 일상복으로 소화하는 패션 트렌드를 일컫는 표현으로, 야외활동 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먹는 견과류를 뜻하는 '고프(GORP = Granola, Oatmeal, Raisin, Peanut)'와 자연스런 멋을 추구하는 '놈코어(Normcore = Normal + Hardcore, 일부러 평범함을 택함으로 더 멋진 스타일을 드러내는 패션)'의 합성어이다.
고프코어룩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대략 3년 전부터이다. 팬데믹 시기에 홈트레이닝 열풍과 재택근무 등으로 정장 대신 편한 레깅스나 플리스(fleece)와 같은 편한 기능성 의류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유행이라고 보면 된다. 이러한 고프코어룩의 유행으로 가장 수혜를 입은 브랜드가 바로 룰루레몬이다.
애슬레저 시장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이유는 건강과 부를 연관 짓는 사회적 통념이 확산되면서 기능성 의류, 이른 바 스포츠웨어에 대한 지출이 높아지고, 이러한 소비 환경에 발맞춰 다양한 제품 출시, 기능과 디자인 향상으로 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가 증가하는데 제품 가격이 상승하는 시장은 성장을 주도하는 상위 브랜드의 절대적인 수혜가 가장 크게 마련이다. 룰루레몬은 수요가 증가하는 시장을 먼저 발견하고, 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다.
최근 룰루레몬의 주도하에 애슬레저 패션이 기존 여성복 위주에서 남성복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고프코어룩 열풍까지 등에 업고 운동복뿐만 아니라 사무실, 여행, 출퇴근 등 일상생활에 적합한 티셔츠, 바지, 다운자켓 등을 의류로 카테고리 확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
이게 (무신사에서 보여주는) 요즘 아이들의 고프코어룩이다...등산도 바로 갈 수 있고, 스키도 바로 타러 갈 수 있고, 활동적인 복장이다. 어쨌든 룰루레몬은 이렇게 일상의 활동적인 복장 시장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지 출처: 무신사) |
성장 기본법 II. 뚜렷한 타겟을 설정하라 룰루레몬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요가복이다. 요가는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아직은) 더 많이 즐기는 운동이다. 요가를 해 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요가는 정적인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움직임으로 인해 헬스장 같은 곳에서 일반적으로 제공해 주는 운동복을 입을 때 불편함을 종종 경험하게 된다. 룰루레몬 출시 전 기성 요가복들은 너무 몸에 꽉 끼게 되어 요가 동작을 하는데 제약도 많았다. 소재도 면 소재가 대부분이어서 금세 땀에 젖었고 통기성도 좋지 않았다.
남성에 비해 이런 불편을 예민하게 느끼기 쉬운 여성들 입장에서는 이를 해소해 줄 스포츠웨어가 필요했는데 이를 제대로 공략한 브랜드가 바로 룰루레몬이다. 당시 나이키, 아디다스와 같은 메가 스포츠 브랜드 기업들은 남성들의 스포츠(농구, 축구 등)에만 집중했을 뿐 요가복에는 그렇게 큰 관심이 없었다.
룰루레몬의 성공은 요가의 주 소비층인 여성들의 까다로운 니즈를 파악하고 그것을 제품에 반영한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지나고 나서 이렇게 표현하니 단순해 보이는 비결이지만, 가장 먼저 시장을 발견하고 만들었던 것이다.
룰루레몬의 가격은 타브랜드 제품 대비 20~50% 가까이 비싸게 형성돼 있는데 가격이 일반 제품보다 비쌈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룰루레몬의 제품을 찾는 현상은 럭셔리 브랜드 소비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유사하다. 룰루레몬은 초기에 자사 제품의 모델로 30대의 연 소득 10만 달러 이상의 전문직 여성을 내세웠는데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고소득 전문직 여성들의 룰루레몬 브랜드 선호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고 룰루레몬 브랜드가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는데 매우 큰 기여를 하였다.
이후 룰루레몬은 "요가복계의 샤넬"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는데, 이는 처음에 가격이 비싼 것을 빗대어 한 말이었다. 하지만 어느덧 룰루레몬이 광범위한 사랑을 받게 되면서 이제는 소비 현상을 일컫는 표현으로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요가에 입문하는 소비자들에게 룰루레몬은 입고 싶은 브랜드가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
룰루레몬은 별도의 시장이 없던 '여성 스포츠 의류' 시장을 요가복을 통해서 개척했다. |
성장 기본법 III. 경쟁사와 다른 마케팅을 하라 룰루레몬은 유명 스포츠 브랜드들과는 다르게 스포츠 스타나 유명 인사를 모델로 기용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물론 늘 유명인들이 알아서 입고 알아서 홍보해 주기도 했다) 대신 소비자들에게 룰루레몬의 제품 사용을 통해 브랜드 효능감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것이 이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다.
스포츠웨어는 '기능'이 매우 중요한 옷이기 때문에 체험을 해 보는 것이 중요하며, 고객의 체험은 제품을 1회성으로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계속 구매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이러한 포인트를 스포츠웨어 시장에서 가장 먼저 대대적인 마케팅 포인트로 삼은 것도 룰루레몬이다.
서두에 언급한 대로 룰루레몬의 커뮤니티는 여기서 가장 중요한 채널이 되고 있다. 커뮤니티는 브랜드 피드백을 통해 영감을 주는 파트너들인 앰배서더(ambassador, 주로 요가 및 피트니스 강사들이 여기에 해당)를 통해 자발적인 바이럴(viral)을 만들어 내고, 매장을 찾는 게스트(guest), 즉 고객들에게 매장 직원인 에듀케이터(educator)가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추천, 그에 맞는 운동 정보를 제공하며 커뮤니티 활동을 구축, 전개해 나간다.
룰루레몬은 커뮤니티가 지속적인 수요 창출의 힘이 된다는 것을 가장 먼저 발견했다. 요즘 많은 기업과 브랜드가 커뮤니티를 외치지만, 커뮤니티를 제대로 구축한 이들은 많지 않다. 룰루레몬은 커뮤니티가 뿌리인 기업이다. 이들은 커뮤니티를 시스템화하고, 구르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커뮤니티를 통해 내가 앰배서더나 에듀케이터들로부터 서비스를 받는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며 이는 브랜드 효능감을 증대시킨다. 사실 이러한 기업들의 커뮤니티 마케팅 활동은 지금은 많이 보편적인 서비스가 되었지만, 스포츠웨어 부문에서 룰루레몬만큼 이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기업이 있는가?
룰루레몬 외에는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
진짜 강한 기업의 특징: 위기 속에서도 돋보이는 숫자 룰루레몬은 1998년 설립 후 초기에는 50%대 고성장을 거듭하다 2010년대 들어서도 여전히 높은 15%대의 성장을 이어갔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2020년에는 일시적으로 매출 성장률이 10%로 낮아지기도 했지만, 이때에도 북미 지역 매출액이 8% 증가했고 그 외 지역은 31% 급증했다.
2020년 팬데믹 첫해 일반 의류 기업들의 매출액이 매우 큰 폭으로 감소한 것에 비해 룰루레몬이 10% 성장한 것도 대단한 실적이었다. 그리고 잘 알다시피 팬데믹 초기에 일시적으로 위축됐던 스포츠웨어 소비는 이후 홈트레이닝 열풍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이내 2021년 룰루레몬 매출액이 42% 급증한다.
나이키도 아디다스도 고전하면서 전 산업이 위기를 맞이한 순간에도 룰루레몬이 이렇게 성장을 이어온 비결은 뭘까? |
채널별 매출 현황 (데이터: 룰루레몬 연도별 실적 보고서) 팬데믹 첫 해에도 10%가 넘는 성장을 이어간 것은 온라인 채널 덕분이었다. 이후 온라인 채널의 성장세는 더 커졌다 |
이러한 매출 성장의 요인으로 우선 중국을 필두로 한 적극적인 글로벌 진출을 꼽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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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조디의 이름은 유정현이다. 증권사 리서치 부문에서 20여 년간 소비재 담당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국내외 소비 시장을 분석하며, 국내와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소비재 기업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경제 주간지들이 선정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매년 선정되기도 했다.
[조디의 리테일 우화]는 소비재 산업과 그 안의 주목해야 할 지표 그리고 주요 기업들의 현황을 분석하는 롱폼(Long-form) 아티클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늘 소비하는 상품의 산업이 어떤 흐름을 만들고 있는지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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