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9일. 가치를 증명하려는 이들

1. 증명한 인스타카트, 2. 계속 커야할 농업테크, 3. 가치 판단이 다른 엑손
2021년 3월 9일 화요일

오늘은 급성장에 급성장을 이어오며 가치를 증명한 빠른 식료품 배달, 아직은 비싸지만 규모를 더 키우며 확장하는 실내 농업테크, 그리고 계획을 내놓아도 계속 압박을 받는 한 석유 회사의 이야기를 보겠습니다.

[이커머스] #리테일 #배달테크
1. 가치를 증명하는 인스타카트 
인스타카트는 앱을 통해 주문하면 인스타카트의 쇼퍼가 식료품점이나 마트에 가서 쇼핑을 대신 해주고 빠르게 배달해 주는 모델로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증가하는 배달 수요의 틈새를 채워나가고 있었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많은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서비스가 되었고 대규모 추가 투자와 함께 이제는 기업공개(IPO) 추진을 앞에 둔 기업이 되었습니다.

당근 표시도 친숙하죠.  Instacart
말 그대로 급성장과 계속된 투자
이번 투자에는 앤드리센 호로위츠, 세쿼이어 캐피털, D1 캐피털 파트너스, 피델리티, 티로우(T. Rowe) 프라이스 등 실리콘밸리 대표적인 벤처캐피털이 모인 화려한 라인업이 2억 6500만 달러(약 3020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어요. 기업 가치는 390억 달러(약 44조 4990억 원)로 책정되었고요. 팬데믹으로 인한 수요가 지속되던 작년 여름에는 기업 가치 138억 달러(약 15조 7460억 원)에 3억 2500만 달러(약 3710억 원)의 투자를 받았고, 바로 가을에는 177억 달러(약 20조 1960억 원)에 2억 달러(약 2280억 원)를 또 투자 받았는데요. 한 해 지나 또 봄을 앞둔 지금 기업 가치는 2배 이상이 되었어요.

수익 구조가 만들어진 상황이고
팬데믹 이전까지 장을 대신 봐주는, 인스타카트 사업 모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쇼퍼(Shopper)'의 인원수는 18만 명이었는데요. 이제는 50만 명이 넘죠.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2021년에는 현재 대비 채용 인력을 50% 이상 늘릴 것이라고 밝혔어요. 계속된 투자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사세 확장을 해나가겠다는 것이죠.

현재 식료품뿐만 아니라 약국, 스포츠용품과 전자제품 리테일러와도 협업을 늘려 약 600개 기업과 사업자가 인스타카트의 앱에 올라와 있는데요. 이들이 이용할 앱내 광고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고, 기업용 이커머스 서비스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에요. 주요 수익원인 인스타카트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주문 수수료와 멤버십 구독료에 더해 B2B 기반 수익도 확대해 나가려는 것이죠. 

반짝하고 그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팬데믹 초기만 해도 식료품 수요 증가가 지속될지 그리고 다른 상품의 수요 증가를 배달 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을지는 예상하기 힘들었어요. 여러 지표가 그동안 온라인 주문이나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던 소비자들도 적극적으로 온라인 서비스를 쓰기 시작했다고 가리켰지만, "지속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는 팬데믹이 일으킬 경제 전반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예측이 쉽지 않았죠. 현재의 특수한 상황을 버티며 쌓는 데이터와 경험만큼은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고요.  

계속 잘 나가며 시험대를 넘어섰고
하지만, 인스타카트는 결국 시험대를 넘어섰어요빠른 배달이라는 편리함을 핵심으로 삼은 이들은 결국 영역을 빠르고 크게 확장했고요작년 4월에는 인스타카트를 통한 한 달 거래액이 팬데믹 전인 2019년 12월 대비해 4배 이상 성장했고, 연간 총 거래액은 350억 달러(약 39조 935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어요. 블룸버그가 인수한 리서치 기관인 세컨드 메셔(Second Measure)에 의하면 인스타카트의 식료품 배달 점유율은 작년 여름을 기준으로 46%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자체 물량을 처리하는 월마트와 아마존 외에도 도어대시, 우버이츠 등이 식료품으로 서비스를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죠.

팬데믹 이후에도 수요가 지속되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일찍이 나왔는데요. 빠르게 성장하면서 발전시킨 서비스는 이제 소비자에게는 습관이, 각 사업자에게는 고객과 연결되기 위한 필수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성장성에 대한 의심을 지운 서비스가 되었고요.

☕️ 가치는 증명하지만 잘못된 결정
인스타카트는 얼마 전 노조 설립을 추진한 직원 10명을 포함해 1900명에 가까운 직원을 해고했는데요. 큰 투자를 계속 받고 (이제는 미국에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엑스(Space X) 다음으로 기업가치가 큰 스타트업이 되며) 성장 가도를 달리는 이들이,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회사의 급속 성장을 도운 직원을 대규모로 해고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설립 초기인 2015년부터 쇼퍼는 일정 교육과 관리를 받는 회사의 직원이어야 한다고 설파하기도 했었기에 비판을 받고 있고요. (현재는 성장하면서 채용한 대부분의 쇼퍼가 긱(Gig) 노동자인 프리랜서에요) 급속한 성장에는 전략의 수정도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그 의도와 방향이 비판을 불러올 만 했죠.

[농업테크] #실내농장 #인팜(Infarm)
2. 비싸지만 커지는 도시 농업
각종 채소와 과일을 실내에서 재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독일의 농업테크 스타트업인 인팜(Infarm)이 또 1억 달러(약 113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어요. 작년 9월의 1억 7000만 달러(약 1920억 원)에 이어 현재까지 총 4억 달러(약 4530억 원)가 넘는 금액을 투자받고 작물 종류를 늘리고, 대량 재배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습니다.

(수직 농법이) 이렇게 커지고 있대요. ⓒ Infarm
실내 농장이 왜 필요할까요? 
인팜이 가장 중요하게 꼽고 있는 이유는 바로 농장을 운영하는데 드는 땅과 물의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에요. 또, 농작물을 운송하는데 드는 자원과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기 때문이고요. 이들은 기존의 농작에 들어가는 자원을 크게 줄일 방법을 만들고 있는 것인데요. 최소한의 자원으로 안정적으로 식량을 생산해 기후위기 해결에 보탬이 되면서 기후위기로 인해 점점 변하고 있는 농작 환경 문제에 대응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비전이죠. 아울러 세계 식량 부족이라는 거대한 문제도 해결하겠다고 내세우고요.

현재 다양한 종류의 이파리 채소와 바질, 타임 등 각종 허브를 재배하고 있는데요. 독일과 미국을 비롯한 10개국 30여 개 도시에서 이미 판매가 되고 있어요. 독일의 대표적인 식료품 사업자인 메트로 AG, 미국의 크로거(Kroger), 홀푸드와 아마존 프레시 등에도 공급되고 있고, 리테일러들의 물류 센터나 식료품 매장에서 채소를 직접 기르고 판매할 수 있는 모듈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고요.

어떤 기술로 만들고 있을까요?
인팜의 실내 농장은 작물을 수직의 선반에 차곡차곡 쌓아 기르는 소위 '수직 농법’을 사용하고 있어요. 이 수직 농법에는 해를 대체하기 위한 인공조명 및 적정한 기온 유지를 위한 난방 시스템과 더불어 농약을 전혀 쓰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위해 사물 인터넷을 활용하는 시스템 등이 복합적으로 적용되는데요. 인팜이 핵심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건 수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 적정 환경을 만드는 기술이에요.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를 관리하고, 각 종류의 작물에 대한 최적의 재배 환경을 분석하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업데이트가 역시나 핵심이죠.

물론 풀어야 할 문제가 많고 크죠
우선, 현재 이파리 채소에 머물러 있는 작황 종류를 다양화해야 해요. 이들은 우선 가까운 시일 내 버섯과 토마토 등을 추가하며 재배 종류를 확대하고, 향후에는 모든 채소와 과일을 재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죠. 또, 인팜은 현재 운영에 있어 대부분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을 조달하지만, 끊임없이 전력을 사용해야 하는 특성상 에너지 소비량이 너무 많아 비용이 훨씬 높고 (보통 농법 상품 대비)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져요. 앞으로는 에너지 효율화와 함께 이 에너지를 조달하는 새로운 방식도 계속 만들어 가야 하죠.

해결책을 찾아가는 '그로잉 센터'
최근에는 '그로잉 센터(Growing Centers)'라고 불리는 대량 재배가 가능한 대형 수직 농장도 선보였는데요. 기존의 농장 대비 훨씬 큰 50만 제곱미터(약 151,250평)의 크기로 물류 센터의 역할도 함께 하는 이 곳의 에너지 효율은 (기존보다) 크게 향상 시켰다고 해요. 물론 여기서 자라는 채소도 보통 농법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는 못하지만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과정이죠. 우선 2025년까지 전 세계에 100개의 센터를 세우는게 목표입니다. 앞으로 확장을 해가며 더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만들어갈지 지켜봐야겠죠.
☕️ 수직 농법에 대한 투자도 크게 늘었어요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팬데믹은 많은 분야에 대한 투자를 새롭게 바라보게 했어요. 팬데믹 초기 쌀, 밀, 옥수수 등의 식량에 대한 일부 국가들의 수출 금지 조치커피콩 등에 대한 각국의 사재기 등으로 각종 식량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식량 안보에 대한 경각심도 커졌었는데요. 기후위기에 대한 하나의 해법임과 동시에 (국경을 넘지 않아도 되는) '로컬'이 키워드가 되는 수직 농법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커졌어요. 블룸버그가 인용한 딜룸(Dealroom)의 자료에 의하면 2020년에만 5억 2000만 달러(약 5930억 원)의 벤처캐피털 자금이 관련 스타트업에 들어갔어요.

[에너지] #빅오일 #엑손모빌
3. 현재말고 미래를 준비하라는 압박
미국을 대표하는 빅오일인 엑손모빌(Exxon Mobil)은 그간 계속된 비판과 일부 투자자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비즈니스로의 전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비판을 계속 받아왔는데요. 최근 연 연례 인베스터 데이(Investor Day, 투자자의 날)에서 탄소 포집 기술 등에 집중 투자를 하고 본격적으로 이 분야의 상용화를 앞당기겠다는 계획을 들고나왔지만, 평가는 엇갈렸습니다.

긴급한 상황인데 말이죠.
저탄소 솔루션을 들고나왔지만
엑손모빌은 이미 탄소 포집과 저장 기술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는 기업 중 하나이기도 한대요. 앞으로 이 작업을 수행할 회사의 새로운 조직인 '저탄소(Low Carbon)' 유닛에 2025년까지 30억 달러(약 3조 4230억 원)를 투자해 탄소 포집과 저장(Carbon Capture & Storage) 기술을 상용화할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에요. 탄소 포집과 저장 시장이 2040년까지 2조 달러(약 228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자체 예측치를 내놓았고요. 탄소 포집과 저장 기술을 자신들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데 핵심으로 삼을 예정이라고 했죠. 이와 더불어 수소 에너지 활용 계획도 내놓았지만, 구체적인 투자나 활용안이 담기지는 않았어요.

말하는 내용을 자세히 짚어보면
엑손모빌은 현재 자사 석유 시추 사이트에서 발생하는 각종 탄소를 잡고, 인근의 석유 및 천연가스 시추 시설에 판매하고 있어요. 구매자들은 이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땅 속에 매장되어 있는 더 많은 석유나 천연가스를 밀어 올려 생산하는 데 사용하고요. 물론 엑손모빌도 같은 용도로 이를 활용했죠. 즉, 이들이 잡은 탄소는 결국 더 많은 자원을 추출하고, 추가 탄소를 발생시키는 일에 순환되어 사용된 것이에요.

물론 이들의 주장은 앞으로 이 기술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인데요. 향후 정부 보조금 등의 인센티브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점이 큰 것으로도 분석돼요. 구체적인 상용화 방안이 아직 나온 것은 아니고요. 그래서 엑손모빌에 가장 큰 압박을 가하는 투자자인 행동주의 펀드 엔진 넘버원(Engine No. 1)은 이를 두고 현재의 사업 구조에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고, 기존 기술과 자원을 활용해 수치를 불린 현실성 없는 눈 가리기 전략이라고도 비판을 하고 있죠.

기존의 전략을 고수하는 방향?
엑손모빌은 2025년까지 하루 석유 생산량을 2020년 수준인 370만 배럴로 제한을 하고, 새로운 탐사 개발 프로젝트에 책정해 둔 비용도 크게 줄이기로 했어요. (기존에는 연간 500만 배럴로 생산량을 늘릴 계획을 하고 있었어요) 2020년은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연간 손실을 기록한 해로 기록되었는데요. 그 금액은 무려 220억 달러(약 25조 1150억 원)에 이르렀어요. (곧 다가오리라 예상되었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앞으로 더 빨라질 석유의 수요 감소 현실을 일찍 마주한 것이죠.

하지만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을 중심으로 한 저탄소 솔루션 외에는 아직 확실한 방향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평가에요. 재생에너지 분야에 어떻게 투자해 갈지, 2050년 파리기후 협약에 맞춰 탄소중립에 어떻게 이를 것인지에 대한 확실한 로드맵도 없고요. 결국, 줄어는 들지만 (일각에서 보듯이) 서서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석유와 가스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기존의 계획을 결국 고수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거둬지지 않는 이유이죠.
* 엑손모빌은 2040년까지 늘어나는 재생에너지 비중(2019년 19%에서 2040년 44%)의 큰 부분은 석탄을 대체하고, 석유 및 가스 비중(55%에서 48%)은 7% 감소할 것이라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협의체(IPCC)의 자료를 인베스터 데이의 PT에 인용했어요. (하지만 전체 산업이 변화를 당기고 있고,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시장 등의 성장 속도에 대한 예상이 계속 달라지고 있다는 것도 수요를 더 정확하게 예측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늘 고려해야 하죠. 수요는 (예상보다 빠르게) 곧 하락세에 접어든다는 분석 결과 외면할 수 없고요)

압박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엔진 넘버원은 엑손모빌 이사회 멤버의 대대적인 교체를 주장하는 등 특히 압박을 지속하고 있는데요. 현재의 계획으로는 앞으로 급격히 변할 환경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에요. 회사가 미래에도 (더 큰 돈을 벌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등의 분야에 대한 투자도 진행하면서 더 적극적인 전략을 써야 한다는 것이고요. 대주주이자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도 계속 이들을 주시하고 있죠. 이들은 미래 전략에 실질적인 변화가 생길 때까지 압박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돼요.

많은 투자자는 이미 유럽의 빅오일인 로열더치쉘, BP, 토탈 등이 전환을 선언하고, 재생에너지 분야에 일찍이 투자를 전환한 기업들이 새로운 에너지 메이저로 부상하면서 변화가 당겨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을 대표하는 이들도 함께 시장을 형성하고,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것이에요. 어쨌든 엑손모빌에 대한 압박은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앞으로 또 어떤 변화가 생길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에너지 기업 중 하나인 이들의 전환은 에너지 업계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 현재 석유 수요는 올라오고 있지만
엑손모빌은 현재 석유를 찾고 생산하는 업스트림(upstream) 추가 투자의 90% 이상은 석유 가격이 배럴당 35달러 수준일 때 10% 이상의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어요. 경제 활동의 더 활발한 재개와 물동량의 증가로 단기적으로 석유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요. 당분간은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이지만, 장기적인 해결책을 원하는 이해관계자들에게는 이전만큼 매력적으로 들리지는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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