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7일. 제국에겐 위기가 기회다

1. 리드하는 석유 회사, 2. 제국의 위기는 기회, 3. 구독제 번들 콜라보


COFFEEPOT
쉽고 재밌는 해외 비즈 뉴스레터
오늘은 에너지 트랜스포메이션에 앞장서 겠다고 선언한 BP, 위기가 찾아왔지만 기회로 전환하려는 디즈니, 그리고 메이저 미디어와 스타트업 미디어 간 구독 번들 콜라보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어요.

[에너지] #기후위기
1. 위기 속 리드하려는 BP
BP는 올해 들어서 에너지 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거대 에너지 기업인데요. 이번 주 67억 달러(약 7조 9430억 원)에 이르는 2분기 손실을 발표하면서, 더 공격적인 에너지 전환 전략을 발표했어요. 지난 6월에 올해 9월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겠다고 했었는데요. 예상보다 이른 발표로 모두를 주목시켰습니다.

이제 주유소 대신 전기차 충전소를 늘리겠대요.
구체적인 계획을 들고나왔어요
올해 석유 선물 가격이 마이너스로 하락하기도 하고, 팬데믹이 일깨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계속 조명되면서 한때 현재의 빅테크 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화석 연료 기반 에너지 기업들은 사업 모델을 전환해야만 하는 현실을 제대로 맞이하고 있어요. 이 중에서도 BP는 올해 2월 가장 먼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어요. 하지만, 구체적인 안은 포함되어 있지 않아 이들이 언제 어떤 계획을 들고나올지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이번 손실에서 주목을 멀어지게 한 발표가 되었어요.

“손실을 보지 말고 앞으로 계획을 봐줘"
BP의 이번 발표가 주목받은 이유는 2050년까지가 아니라 당장 2030년까지 사업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키는 계획을 발표해서인데요. 당장의 이익은 일부 놓쳐도 앞으로의 변화가 필연적이라고 보고, 변화를 리드하겠다는 의도로 읽혀요.
  • 2030년까지 석유와 천연가스의 생산량을 40% 줄이기로 했어요. 현재 두 가지 자원을 합쳐 매일 260만 배럴을 생산 중인데, 이를 150만 배럴로 낮추겠다는 것이에요.* 향후 새로운 탐사 계획도 없다고 하고요.
  • 2030년까지 매년 저탄소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에 50억 달러(약 5조 928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어요. 현재 투입하고 있는 수준의 10배를 당장 늘리겠다는 것이에요. 
  •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량도 2019년 대비해 20배(2.5기가와트 -> 50기가와트) 이상 증가시키겠다는 계획이에요. 또, 전기차 충전 인프라에도 투자할 예정인데요. 10년 내 주유소 대신 전기차 충전소(현재 7500개)를 7만 개로 늘리겠다고 했어요.
    * 참고로, BP는 현재 하루에 1200만 배럴이 넘는 생산을 이어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Aramco)를 비롯해 러시아의 가즈프롬, 이란의 국영석유공사 등 각 국영 석유 기업을 제외하고 민간 기업 중 미국 엑손모빌에 이어 세계에서 석유 및 가스를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어요.
결과적으로 2030년까지 현재 대비 석유/가스 생산에서 탄소 배출 35~40% 감소 그리고 전체 운영에서 30~35%의 배출 배기량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해요. BP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주주 배당금도 기존의 반으로 줄이겠다고 했는데요. 이는 당장 사업의 피벗을 이루기 위한 투자를 늘리기 위함이기도 하죠.

현실을 마주한 계획이기도 해요
BP는 기존 사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매년 140~160억 달러(약 16.6조 ~ 19조 원)를 투입할 예정이에요. 이는 현재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규모의 생산을 하는데 필요한 투자라고 밝혔어요. 앞으로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당장의 사업에서도 수익을 이어가야 미래를 바라볼 수가 있겠죠. 

BP의 이번 계획은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회사의 계획보다 급진적이면서 구체적인데요. 이제는 기술 발전으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기존의 화석 연료보다 가격 경쟁력까지 좋아지고 있는 현실을 마주한 계획이기도 해요. 만약, BP가 성공적으로 전환을 이루어 나간다면 산업 전체의 변화를 이끌 움직임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 메이저들의 대조되는 노력, 벌어지는 차이
BP를 비롯해 로열더치쉘 그리고 토탈로 대표되는 유럽의 에너지 메이저들은 이제 모두 탄소 중립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았다고 평가받아요. 이들은 재생에너지를 통해 수익을 낼 계획도 세운 상황이죠. 반면 엑손모빌, 쉐브론 등 미국의 메이저들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어요. 현재 전략은 “벌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뽑자”라고 분석돼요.

현재의 전략 차이가 각 회사의 향후 성장과 지속가능성에 어떤 결과를 끼칠지, 지난 10년간 이어온 에너지 분야의 기술 혁신을 고려하면 예상보다 빨리 볼 수도 있어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사업을 위해서라도 에너지 메이저들이 탄소 중립을 이루기 위한 노력에 빨리 동참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트리밍] #디즈니 #스트리밍경쟁
2. 제국에겐 위기가 기회다
디즈니는 이번에 분기 실적 발표를 하면서 디즈니+의 유료 구독자가 지난 6월 말을 기준으로 6050만 명을 기록했다고 밝혔어요. 작년 11월 론칭 이후 8개월도 안 되는 시간 내에 기록한 숫자입니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전체 실적은 곤두박질쳤지만, 디즈니+의 성장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데요. 극장 개봉이 미뤄진 올해의 디즈니 기대작 뮬란(Mulan)도 디즈니+를 통해 공급하기로 하며 위기 속에서 디즈니+의 성장을 더 밀고 갈 예정입니다.

디즈니+가 마법을 부리고 있어요.
큰 손실을 기록했지만...
디즈니는 주력 사업이던 디즈니월드로 대표되는 공원 사업과 개봉을 멈춘 영화 사업의 부진으로 지난 2분기(회계연도 3분기)의 큰 손실(47.2억 달러(약 5조 5880억 원))을 기록했는데요. 디즈니가 어두운 시기를 지나던 지난 2001년 이후 첫 손실입니다. 매출(118억 달러(약 13조 9710억 원))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42%나 하락을 해서 상황이 심각하죠. 하지만, 이번에는 디즈니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거의 없어요. 바로 디즈니+ 때문이에요.

기왕 이렇게 된 거 박차를 가하기로
팬데믹의 기세가 더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미국 내 디즈니랜드를 오픈하거나, 새로운 콘텐츠의 제작과 영화 개봉을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최근 2억 달러(약 2370억 원)의 제작비에 수백만 달러의 홍보비용이 발생한 뮬란(Mulan)의 개봉도 결국 미루다 미루다 디즈니+를 통해 공급하기로 했어요. 현재 디즈니+가 서비스되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 등에 프리미엄을 붙인 별도 다운로드 가격(30달러)으로 구매가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에요. (물론, 중국을 비롯해 극장 개봉이 가능한 국가에서는 극장 개봉을 합니다)

극장 개봉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기대했던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졌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했을 때 디즈니+의 성장까지 이끌 수 있는 전략을 취하기로 한 것으로 분석돼요. 기왕 상황이 이렇게 된 거 디즈니+ 성장에 박차를 가하기로 한 결정이죠.

생각보다 빠른 넷플릭스 따라잡기
디즈니는 디즈니+ 출발 당시 생각보다 겸손한 목표를 세웠어요. 바로 2024년까지 최소 6000만 명에서 최대 9000만 유료 구독자 확보였어요. 하지만, 출시가 되자마자 1천만 명이 가입을 하더니 3월 말을 기준으로 500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고, 이제는 2024년까지의 최소 목표치도 달성했어요. 넷플릭스가 지난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밝힌 총 유료 구독자가 전 세계 190개국의 1억 9300만 명이었는데요. 디즈니+는 현재 15개국에만 출시되어 있습니다. 현재 출시 초기 운영 비용의 증가로 손실을 기록 중이긴 하지만 이는 예상된 바였어요. 앞으로 출시 국가가 늘어나면서 넷플릭스와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돼요.

물론, 부진에서 빠져나와야 하지만
디즈니는 부진한 실적 발표 이후 오히려 기업 가치가 계속 상승하고 있어요. 앞으로 성장성을 의심하는 이들이 적은 건 디즈니+라는 한 사업 부문의 성장으로도 미래가 밝을 수 있다는 것을 넷플릭스를 통해 알 수 있기 때문이에요. 물론, 디즈니가 가진 오프라인 자산과 콘텐츠의 시너지까지 더해진다면 더 큰 제국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깔려있죠. 팬데믹은 쉬이 가지 않겠지만, 디즈니가 모두의 기대대로 지금 이 위기를 더 성장하는 디딤돌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 지켜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물론, 넷플릭스를 의심하는 이들도 많지 않아요
넷플릭스의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도 여러 차례 디즈니가 넷플릭스의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밝혀왔는데요.넷플릭스는 어쨌든 견고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역시 팬데믹이 이 성장을 크게 앞당기기도 했고요. 디즈니의 성장이 예상보다 빠르긴 하지만 2021년까지 신규 콘텐츠 수급에 문제가 없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테크도 우위에 있습니다. 각국에서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는 한 이 둘이 곧 세계 시장 전체를 놓고 경쟁하는 그림이 그려질 수 있습니다.

[미디어] #블룸버그 #미디어스타트업
3. 뉴스 콜라보는 새로운 흐름이 될까?
블룸버그 미디어와 대표적인 스포츠 전문 미디어인 디애슬레틱(The Athletic)과의 번들 구독제를 시작하기로 했어요. 블룸버그는 앞서 지난 2월에 실리콘밸리의 테크 전문 매체인 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과도 할인 형식의 번들 구독제를 시작했는데요. 이번 번들은 블룸버그의 유료 구독제에 가입하면, 디애슬레틱의 구독제를 3~6개월간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예정이에요.

지금은 뉴스끼리 뭉치는 것도 필요해요.
경쟁이 치열해진 구독제 시장
최근 디지털 구독자만 570만 명을 넘기며 종이 신문 매출을 처음으로 추월한 뉴욕타임스, 아마존이 인수한 워싱턴포스트, 대표적인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 그리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유료 구독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요. 블룸버그 역시 지난 2018년부터 구독제를 시작해 프리미엄 구독제 제공자로서의 입지를 굳혔어요. 

구글과 페이스북이 강력한 광고 기반 사업 모델을 만들어 가는 동안, 광고를 이들에게 뺏기며 헤매 온 메이저 뉴스 미디어의 디지털 전환과 유료 구독제가 이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인데요. 이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기도 했지만, 구독제 시장이 함께 커지는 흐름을 만들기도 했어요.* 
* 물론, 현재 미국에서는 디지털 전환을 하지 못한 지역 신문 산업이 무너져가고 메이저 미디어 위주로 성장이 이어지면서 뉴스 공급 환경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새로운 미디어도 성장한 시장
그 사이 사람들이 '돈을 내고 볼 만한' 새로운 모델을 들고 출현한 스타트업 미디어들도 생겨났죠. 대표적인 기업이 디인포메이션 같은 프리미엄 테크 전문 뉴스 매체와 디애슬레틱이고요. 구독료가 일 년에 400달러에 이르는 디인포메이션은 총구독자 수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지난 12월을 기준으로 웹사이트의 순 방문자 수가 하루에 10만 명을 넘었다고 밝혔어요. 디애슬레틱은 특히 유료 구독자만 100만 명이 넘어가는 대표적인 스포츠 매체가 되었어요. 이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을 만들어 안착시킨 것이죠.

이제 안 할 이유가 없는 콜라보
구독 번들 외에도 블룸버그와 디애슬레틱은 스포츠의 비즈니스, 문화, 기술을 주제로 한 디지털 뉴스를 만드는 협력도 진행할 예정이에요. 디애슬래틱의 기자들이 블룸버그의 디지털 영상 뉴스 플랫폼인 퀵테이크(Quicktake)와 우선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협업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고요.

블룸버그는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분야의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고, 디애슬레틱은 더 넓은 구독자 베이스를 만들 기회인데요. 디지털 구독 경쟁이 심화하는 추세가 이어진다고 봤을 때, 앞으로도 이해가 맞는 미디어 간의 이런 협력 증가는 예상돼요. 현재의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서로를 보완하며 성장도 가능하다면 굳이 안 할 이유가 없겠죠.
☕️ 돈 내고 볼 만한 디지털 뉴스 매체가 된다는 것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주요 신문사들이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것은 이는 이들이 다루는 콘텐츠의 영역을 넓혀 온 결과이기도 해요. 텍스트가 기본이 되는 기사의 양과 질도 올라갔지만, 오디오와 비디오 콘텐츠를 계속 발전시켜왔죠. 그리고 이들은 기존 뉴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들이 '봐야 할' 뉴스를 '보고 싶게끔' 만들었어요. 지금도 그 실험과 발전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고요.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지갑을 열고 이들의 뉴스에 돈을 내기 시작했죠.

📌 오늘 커피팟은 어땠나요?
좋았다면 주변에도 알려주세요!
"해외 비즈 뉴스를 쉽게 정리한 뉴스레터예요." 
"주요 이슈의 맥락을 쉽게 설명해줘요." 
"화요일과 금요일, 일주일에 두 번 보내준대요."

(구독 전이라면) 
아래 버튼을 누르시면 돼요!
good@coffeepot.me

더 이상 받아보고 싶지 않으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