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 사업, 지금 사업, 새로운 사업

1. 한 시대의 끝이지만, 2. 도어대시의 확장, 3. 허츠의 승부수
2021년 11월 12일 금요일

오늘은 미국 제조업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인 GE 분리 소식의 의미를 먼저 짚어보고요. 이어서 도어대시가 핀란드의 배달 스타트업을 인수한 이유, 그리고 화제가 되었던 허츠와 테슬라 콜라보의 의미를 살펴볼게요.

[제조업] #무한확장의상징이었지만 
1. 한 시대의 끝, GE의 분리
토마스 에디슨이 세운 기업, 미국 제조업의 상징, 세계 기업들의 경영 교과서 등등 수많은 수식어를 가진 GE(제너럴 일렉트릭)의 남아 있는 주요 사업 3개가 각기 다른 회사로 쪼개지게 되었어요. 현대 비즈니스의 한 시대 그리고 한 장을 끝내 마감하는 것인데요. 결국, 옛 위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실리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평가돼요. 각 사업부에 남아있는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이고요.

GE의 전구는 꺼진지 오래되었어요.
차례대로 분리되는 '남은' 사업
GE의 핵심 사업은 전력 터빈, 항공기 엔진 등을 비롯한 중장비 제조업과 헬스케어 사업을 중심으로 B2B 산업재로 오래 전에 재편되었는데요. 이번 분리는 아래와 같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져요. 
  • MRI와 같은 병원용 의료 장비를 생산하는 헬스케어 사업이 우선 2023년에 분리돼요.
  • 전력 발전소와 풍력 발전의 터빈 생산이 핵심인 전력 사업부와 재생에너지 사업부 그리고 디지털 사업 부문은 합쳐져 2024년에 분리되고요.
  • 미국 제조업의 또 다른 상징인 보잉의 상업용 비행기와 군수 납품 등이 핵심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항공기 엔진 제조가 포함된 항공 사업이 남죠. 아직 세계에서 가장 큰 제트 엔진 메이커 자리를 유지하는 핵심 사업이 GE라는 이름을 이어나갈 예정이에요.
GE는 핵심 기술을 보유한 사업에 집중하면서 B2B 사업을 안정화하는 데 집중해 왔지만, 남아 있는 사업 간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어요. 연관성이 크지 않은 기술 분야들이고, 영업과 마케팅 방향이 모두 다를 수밖에 없는 고객군을 가진 사업들이죠. 큰 베팅을 했던 보험과 캐피털 등 금융 사업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총체적인 실패에 봉착했고, 2014년 큰 투자와 기대를 걸고 진행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실패까지 겪고 나서* GE는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었어요. 이후 GE는 결국 2018년에 다우존스 지수에서도 빠지게 되었죠.
* 당시 GE는 단계를 밟아나가면서 거대한 제조 산업의 디지털화를 추진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스케일을 너무 크게 잡았고,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이 실패를 불러왔어요. 새로운 사업을 하는 대기업이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실수를 했다고도 평가되죠.

계속 이어져온 구조조정
지난해엔 상징과도 같던 전구 사업도 매각하며 소비재 사업과 금융을 비롯한 비핵심 사업에서 모두 철수하는 등 구조조정을 계속 거쳐왔고, 사업 분리는 2018년에 현재 CEO인 래리 컬프(Larry Culp)가 취임하면서 계속 예고되어 오기도 했어요. 보잉과 함께 미국 제조업의 상징과도 같던 회사는 40만 명 이상의 직원을 채용하던 회사에서 어느덧 17만 명으로 그 규모가 축소되었죠.

어느 회사가 헬스케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면 현재의 투자자들은 그 회사가 잘하고 있는 헬스케어 사업에 집중하면서 해당 영역에서 사업을 더 확대해 나갈 것을 기대하죠. GE도 아직은 경쟁력이 있는 사업들이 각기 운영되며 각 사업 전략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을 한 것이에요.

더는 유효하지 않은 모델
‘Conglomerate’, (복합 기업이라는 번역보다는) 다양한 사업을 거느린 대기업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이 단어는 곧 GE를 형상하는 단어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너무 많은 사업을 거느리고 있었던 이들은 사업 간 시너지를 내는 데 실패했어요. 본래 많은 사업을 거느리면서 몇몇 사업이 업황에 따라 부진을 겪어도 잘 되는 사업으로 실적을 만회할 수 있는 모델을 지향하는 것이죠. 이는 GE가 집대성한 경영 전략이자 사업 모델이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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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대기업의 시대입니다만
GE의 사례는 디지털 시대에 다양한 사업을 계속 확장해 가면서 새로운 대기업 체계를 만들어낸 ‘빅테크’도 유념해야 할 사항이에요. 예를 들어, 지금의 아마존은 이커머스, 클라우드 컴퓨팅, 각종 콘텐츠의 스트리밍 사업, 헬스케어 그리고 AI 기반 스피커 등의 하드웨어 사업을 모두 거느리면서 시너지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핵심 사업의 (지속적이고 큰) 성공에 가려져 수많은 실패가 현재 보이지는 않고 (혹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고) 있죠. 검색 엔진을 기반으로 클라우드 사업에 생명과학 사업에 자율운행 차량과 스마트폰 사업 등을 진행하는 알파벳도 마찬가지이고요

어찌 보면 이들도 기존의 대기업들이 만든 확장 공식을 따라 'Conglomerate'을 이미 만들어내기도 한 것이에요. 디지털 시대의 무한한 확장성이 이들을 더 크게 만들었고요. 원하는 사업은 마음만 먹으면 매입해 통합할 수 있던 이들은 그래서 현재 반독점의 타겟이 된 것이기도 하죠.

[배달테크] #미국유럽시장 #식료품배달
2. 도어대시의 월트 인수 의미는?
미국의 가장 큰 주문 배달 플랫폼인 도어대시(Doordash)가 유럽을 주 무대로 성장 중인 핀란드의 배달 플랫폼 월트(Wolt)를 인수하기로 했어요. 인수 규모는 70억 유로(약 9조 4390억 원)이고요. 팬데믹으로 인해 더 빠르게 커진 배달 플랫폼들은 계속 확장을 진행 중인데요. 이들 간의 경쟁은 나날이 커지고 있어요.

월트는 (상대적으로) 조용하지만 꾸준히 성장해 왔어요.
꺾이지 않는 배달 수요
블룸버그 세컨드 메셔(Bloomberg Second Measure)의 데이터에 의하면 도어대시는 지난 9월을 기준으로 미국 음식 주문 배달 시장의 57%를 점유하고 있어요. 도어대시는 3분기에만 3억 4700만 건의 주문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7% 상승한 수치에요. 총 주문 금액은 104억 달러(약 12조 2560억 원)에 달했고요. 이제 사람들의 '습관’으로 자리 잡은 배달의 수요는 꺾이지 않고 계속 커왔어요. 

최근 실적을 발표한 우버가 조정 EBITDA를 기준으로 수익을 낸 것도 우버 이츠의 덕이 컸죠. 우버 이츠가 포스트메이츠(Postmates)를 작년 11월에 인수해 주문 배달 사업을 키운 것은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 되었어요.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도 최근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9% 상승한 17억 9000만 유로(약 2조 4140억 원)를 올렸고, 총 거래 금액도 65% 상승한 95억 6000만 유로(약 12조 892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어요.

왜 월트를 인수할까?
월트는 치열한 유럽의 배달 시장에서 런던이나 파리와 같은 큰 도시가 아니라 헬싱키, 스톡홀름 등 경쟁자들이 최우선 순위로 두지 않은 주요 도시를 중점으로 성장해왔어요. 현재 23개국 120개 도시에서 운영하고 있으면서 250만 명의 활성 사용자와 연간 기준으로 약 25억 달러(약 2조 9460억 원)의 총 주문 금액을 기록 중이죠. 월트는 저스트이트테이크어웨이(Just Eat Takeaway), 딜리버리히어로 등 유럽의 큰 경쟁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고 조용히 커왔지만, 이들이 영역을 넓히지 못한 시장을 공략하며 탄탄하게 성장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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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어대시의 걱정거리
도어대시는 미국과 캐나다뿐만 아니라 호주와 일본에도 진출해 영역을 넓히고 있어요. 하지만 커진 시장에도 불구하고 현재 도어대시를 실제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약 2000만 명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추정하고 있는데요. 레스토랑에 직접 가거나 식료품을 직접 사러 가는 것 대비 비용이 높은 배달 수요가 이어질 수 있을지 혹은 커질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있어요. 향후 더 많은 고객이 이용하게 하기 위해서는 높아진 배달 비용이 허들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죠. 

다만 이번에 인수하는 월트는 이용자가 월별 평균 3번 주문을 하고, 전체 사용자의 30%는 1년이 지난 후에도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는 데이터를 내세워요. 도어대시도 월별 이용자의 반 가까이인 900만 명이 구독제 기반 로열티 프로그램인 대시패스(DashPass)를 이용하고 있다고 하고요. (우버 이츠는 우버패스 가입 고객이 600만 명이라고 밝혔어요) 결국 지속해서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들을 더 늘릴 수 있을지가 커지는 경쟁과 지속가능성의 포인트인 것으로 보입니다. 

[전기차] #렌트카도전기차 #허츠 #테슬라 
3. 기사회생한 허츠의 승부수
미국 증시에서 현재 시가총액이 1조 달러(약 1178조 원)를 넘는 기업은 빅테크인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그리고 아마존밖에 없죠. 테슬라도 최근 1조 달러를 넘기며 이제 어느덧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어요. 이미 잘 나가고 있었지만 최근 큰 주목을 받고 기업 가치가 더 커진 건 망했던 자동차 리스 회사인 허츠(Hertz)와 10만 대의 차량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입니다. 이 계약,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지금도 눈에 띄지만 도로에 점점 많아지고 있죠.
'망했던' 허츠의 화려한 복귀
올해 약 9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테슬라가 10만대(모델3)를 대량으로 공급한다는 뉴스는 아주 좋은 소식으로 받아들여졌죠. ‘최종적으로 사인 된 계약은 아니다’라는 - 테슬라의 최대주주이자 CEO - 일론 머스크의 발언으로 잠시 혼란이 있었지만, 이미 차량 인도는 시작됐고 공급계약은 공고하다는 게 허츠나 다른 테슬라 관계자의 말이에요. 허츠가 주문한 테슬라 10만대는 2022년까지 인도되는 게 목표라고 해요. 아직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테슬라의 생산능력이 일정을 실제로 지키는지는 지켜봐야 하고요.

사실 테슬라보다도 주목해야 할 것은 허츠의 화려한 부활과 그 전략적 선택이 시사하는 가능성이에요. 허츠는 2020년 5월 팬데믹의 여파로 여행 업계와 함께 렌트카 업계가 급격히 침체에 빠지면서 유동성 위기를 넘기지 못했고 파산을 신청했어요. 구조조정 끝에 2021년 6월 파산절차를 졸업하며 겨우 정상화 궤도에 다시 올랐습니다. 말그대로 기사회생한 허츠가 조직을 정비한 후 가장 먼저 매진한 딜은 테슬라와의 공급계약이었죠.

올해 2분기를 기준으로 42만대의 차량을 보유한 허츠가 전체 포트폴리오의 25%에 가까운 10만대의 전기차를 사겠다는 과감한 결단인데요. 허츠는 이 중 5만 대를 우버에 리스한다는 계획까지 밝히면서 전기차와 승차 공유 서비스의 결합까지 이끄는 기업이 되었죠. 

진정한 대중화 가속 계기?
허츠의 라이벌인 아비스(Avis)도 허츠와 테슬라의 10만대 계약 발표 직후 전기차를 주력으로 다룰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순식간에 밈(Meme) 주식이 되기도 했어요. 이들은 올해 다시 렌트카 수요가 커지면서 좋은 실적을 올려오기도 했지만, 구체적인 전기차 수급 계획도 밝히지 않았는데 말이죠. 아비스도 그렇고 허츠와 같은 자동차 리스사가 전기차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 환영을 받은 것은 오랜 렌트카 업체들이 곧 다가올 미래인 전기차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대형 리스사의 전기차 공급이 전기차 대중화를 가능하게 하는 실질적인 움직임으로도 보고 있죠.

전기차는 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키워드이지만 아직 현실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미미해요. 미국도 이제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50%를 전기차로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주요 국가들은 이미 관련 정책을 세우고 보조금을 지급하며 전기차 확대를 장려하고, 글로벌 기업들은 전기차로의 러시를 진행하면서 흐름은 커지고 있어요. 하지만 작년에 팔린 전기차 대수는 약 350만대이고 이중 완전 전기차는 약 230만대에 불과해요. 자동차 판매 시장 규모는 연간 7,000만대 수준인데요. 전체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5%에 불과한 상황이죠.*
* 물론 내년 봄이면 신규 차량 판매의 100%가 전기차가 될 수 있다는 노르웨이의 케이스도 있고, 이제 도로에서 전기차가 더 자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전 세계적으로 갈 길은 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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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차 공유 서비스에 새로운 흐름도 생기고
악시오스의 최근 보도에 의하면 뉴욕 기반의 승차 공유 서비스 기업인 레블(Revel)은 선제적으로 테슬라 차량을 도입했고 미국 댈러스와 LA 등에서 운영 중인 알토(Alto)라는 회사도 현재 운행 중인 차량을 내년까지 전량 전기차로 전환하고 2023년까지 완전 전기차로만 승차 공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에요. 우버와 리프트의 긱 이코노미 모델과는 다르게 드라이버는 모두 풀타임 채용을 하고요.

이들은 아직 작은 사업자이지만 우버 및 리프트와 경쟁하기 위한 로컬 서비스를 만들고 있고, 현재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예이기도 한대요. 전기 차량으로의 전환에 많은 비용이 들 우버와 리프트의 새로운 경쟁자들이 나올 수도 있는 신호입니다.
📌 새로운 라이터(Writer)를 소개합니다.
오늘 허츠와 테슬라 콜라보의 의미는 커피팟의 새로운 라이터(Writer)로 협업할 캐롤라인의 첫 커피팟 아티클이에요. 캐롤라인은 언론사, 스타트업을 거쳐 현재는 전기차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데요. 최신 전기차 트렌드와 그 후방산업인 배터리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전할 예정이에요. 재밌게 읽어주세요!

오늘 커피팟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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