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6일. 큰 브랜드가 된 헌 옷 이커머스

1. 헌 옷 이커머스, 2. 탈탄소를 위한 파트너십, 3. 동남아의 빅테크
2021년 4월 16일 금요일

오늘은 중고 의류 시장의 이커머스를 확대해 가는 스레드업의 비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테마섹의 탈탄소 스타트업 투자 파트너십, 그리고 스팩(SPAC)을 통해 상장하는 동남아의 빅테크 그랩에 관한 이야기를 준비했어요.

[이커머스] #중고거래 #스레드업
1. 강한 브랜드가 되는 헌 옷 이커머스
이번 팬데믹으로 인해 전 분야에 걸쳐 이커머스가 성장을 했죠.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또 하나의 분야는 중고 거래 시장인데요. 중고 의류 거래를 크게 키우고 있는 스타트업인 스레드업(ThredUp)도 얼마 전에 기업공개(IPO)를 하며 지속 가능성을 준비하고 있어요. 중고 거래 혹은 소위 리세일(resale) 시장 전체가 크게 성장하고 있고요.

다들 사놓고 안 입는 옷 있지 않나요?
번거로움을 없애준 사업 모델
스레드업은 사람들이 서로 물건을 거래하는 온라인 장터가 아니라 중고 의류를 직접 사람들에게서 매입해 세탁을 하고 가격을 매겨 판매해요. 입지 않은 옷을 판매하려는 사람이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스레드업 전용 수거 가방을 보내주고, 여기에 옷을 담아 다시 보내면 돼요. 스레드업은 물건을 받은 후 판매할 수 있는 옷을 골라내고, 판매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옷은 보낸 이에게 다시 돌려보내요. 사이트에 등록한 옷이 판매되면 스레드업은 옷을 보낸 이에게 수수료를 제외한 판매 대금을 지급하거나 쇼핑 크레딧으로 선택하게 해주죠.

판매자는 처리하기 곤란했던 옷을 그저 보내주는 가방에 담아 정해진 프로세스에 따라 한꺼번에 쉽게 보내고 판매를 해 이익을 얻을 수 있으니 좋죠. 현재 여성 의류와 액세서리가 주요 카테고리인데요. 여성 의류 시장이 물품이 다양하고 상대적으로 크기에 빠르게 커지리라 판단해 만든 사업 모델이에요. 스레드업의 2020년 매출은 1억 8600만 달러(약 2080억 원)로 2019년 대비 14% 성장했어요. 활성 구매자는 120만 명에 이른다고 해요. (활성 구매자는 12개월 내 한 번이라도 구매를 한 고객으로 정의하고 있고요)

어떻게 이렇게 클 수 있었을까?
스레드업은 명확한 기준을 정해 받고 골라낸 옷의 퀄리티를 관리하고 있는데요. 보내는 옷은 보풀, 입은 흔적, 얼룩, 훼손된 부분 등이 없어야 하고, 사이즈 정보 태그가 있는 제품일 것 등을 조건으로 내걸어요. 많은 사람이 사놓고 실제로 입지 않는 옷이 많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기도 하죠. 스레드업에는 현재 대표적인 의류 및 스포츠웨어 그리고 명품 등 브랜드 종류만 35,000개에 240만 개의 상품이 등록되어 있어요.

스레드업은 고객이 사이즈, 색상, 브랜드 등 선호하는 스타일의 정보를 등록하면 스레드업의 스타일리스트가 옷을 10가지 골라 박스에 담아 보내주는 구디박스(Goody Boxes)와 같은 서비스도 운영해 왔는데요. 10가지 중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면 되고, 한 가지라도 고르면 보증금 명목으로 받은 10달러도 돌려줘요. 사람들이 옷을 쉽게 보내고 판매를 할 수 있게 한 것을 넘어, 고객의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이런 서비스도 계속 만들어 왔기에 현재의 성장을 만들 수 있었죠. 창업 이후 10년간 가다듬은 역물류 테크와 품질 관리 역량에 이커머스 운영 능력이 이들의 핵심 자산이고요.

리세일(Resale) 시장의 급성장
중고 의류 시장은 가능성으로 남아 있는 영역이 아니라 이미 급격히 성장하고 있어요. 스레드업의 2020년 리세일 리포트에 의하면 중고 의류 시장은 2020년에 280억 달러 규모(약 31조 3000억 원)로 성장했고, 향후 5년 이내에 640억 달러(71조 539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요. 리세일 시장은 전체 의류 리테일 시장 대비 25배나 빨리 성장했다고 하고요.

2019년에 리세일 시장 구매자는 6400만 명에 이르렀는데요. 현재 성장 속도라면 2029년에 리세일 시장은 전체 의류 시장의 17%에 이르고,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시장보다 커지리라 예상하고 있어요. 이제는 개별 의류 브랜드들이 자체적으로 리세일 이커머스 플랫폼을 곧 각각 만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죠.

변하고 있는 의식도 한몫하고
자원 낭비에 대한 우려도 커지면서, 리세일 시장은 주목받아 온 것인데요. 특히 생산이 집중된 국가들의 환경 오염까지 심한 의류의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의식도 커지고 있어요. 그리고 이런 흐름은 소위 MZ 세대의 인구가 이끌고 있죠. 스레드업 뿐만 아니라 중고 시장의 또 다른 대표 스타트업인 포시마크(Poshmark)도 계속된 성장을 바탕으로 올해 초에 기업공개를 하며 나스닥에 상장했는데요. 온라인 흐름을 타고 중고 거래 시장이 커지는 것은 한국에서 당근마켓이 크게 성장한 것과도 연결 지을 수 있겠죠. 앞으로 더 크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흐름입니다.
☕️ 그래서 스레드업의 계획은?
리세일 시장의 성장 속도를 보면 관련 리테일러들이 혁신을 이어갈 속도도 점점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스레드업은 이미 월마트와 갭을 비롯한 21개의 리테일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요. 각 리테일 브랜드들은 이커머스 성장을 꾀할 수 있는 협업을 스레드업과 진행하고 있고, 스레드업은 이들과 오프라인 매장 협업도 구상 중이에요. 옷을 실제로 보고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층도 흡수하려는 포석이죠. 물론 이들도 '테크 기업'을 지향하고 있고, 수백만 옷가지의 재고 관리도 현재로서는 반자동화하는 작업을 올해 안에 마칠 계획이에요.

[벤처캐피털] #블랙록 #테마섹 #기후위기
2. 탄소 감축에 향하는 자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싱가포르의 국부펀드인 테마섹(Temasek)이 함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탄소 배출량 감축 기술과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인 '디카보니제이션 파트너스(Decarbonization Partners)'를 세우기로 했어요. 2050년까지 전 세계 탄소 중립을 이루는 큰 목표에 기여하기 위함이기도 한대요. 이제 이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테크가 장기적으로 '돈'이 되는 사업이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시멘트 만들 때도 석탄이 사용되죠.
전기차나 재생에너지만이 아니라
디카보니제이션 파트너스는 '탈탄소화 파트너스'라고 부를 수 있을 텐데요. 이 투자 회사의 목적은 현재 투자가 몰리고 곧 시장의 노멀로 자리 잡을 전기차 관련 기술이나 태양 에너지와 풍력 프로젝트 등의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에 국한하지 않아요. 앞으로 추가적으로 화석 연료 의존도를 줄이며 탄소를 줄여야 할 산업 분야에서 관련 기술을 만드는 스타트업과 기업에 투자하기로 한 것이에요. 기술 개발은 진행되고 있지만 상업화가 어려운 대체 연료, 전력 솔루션, 에너지 저장 장치와 같은 분야가 포함되고요. 더불어 시멘트나 철강 생산 과정의 탄소 배출 절감 솔루션을 개발하는 초기 성장 단계 스타트업도 고려할 것으로 보이고요.

스케일업 해야하는 이들을 보고
두 기업은 초기 자본 6억 달러(약 6700억 원)를 함께 투자하고,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추가 자금을 유치할 계획인데요. 초기 자본 중 3억 달러(약 3360억 원)를 투입해 10억 달러(약 1조 1180억 원) 규모로 첫 번째 펀드를 조성하고, 이후 수십 억 달러에 이를 수 있는 추가 펀드를 계속 만들어갈 예정이에요. 기술과 솔루션은 만들어졌지만, 높은 비용 구조로 상업화가 어려운 후기 투자 단계의 스타트업이 스케일을 키울 수 있는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고요. 즉, 기존에 사용할 수 있는 (탄소 배출이 많이 되는) 옵션 대비 경쟁력 있는 구조를 만들고 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한다는 것이에요.

투자 흐름도 다시 커지고 있고
기후위기 대응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투자된 벤처 자금은 현재 전체적으로도 늘고 있는 중인데요. 블룸버그의 관련 보도가 인용한 PwC의 자료에 의하면 이 투자는 2019년엔 160억 달러(약 17조 8880억 원)로 늘어나서, (2000년대 말 공격적인 투자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중국의 태양광 치킨 게임이 시작되며) 태양 에너지에 많이 몰렸던 첫 번째 '클린 테크 붐'이 꺼지고 벤처 투자가 확연히 줄었던 2011년 이후 다시 크게 늘고 있어요.

현재 이러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주요 벤처캐피털은 빌 게이츠의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파트너스(이하 '브레이크스루')를 꼽을 수 있죠. 이들은 이제까지 20억 달러(약 2조 2360억 원)가 넘는 펀드를 조성해 리스크가 큰 초기 단계의 여러 기술과 솔루션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를 해왔는데요. 블랙록과 테마섹도 향후 고려할 수 있는 철강 생산의 혁신, 대규모 에너지 저장 장치 개발 등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요. (장기적으로 브레이크스루가 만들어온 길과 관련 분야에 더 많은 자본이 투입되고, 생태계가 커질 수 있다면 성공 가능성을 한 층 더 높일 수 있겠죠)

물론 성과는 기다려봐야 하지만
두 운용사가 이런 펀드를 조성해 직접 투자에 나서는 회사를 만든 것은 의미가 커요. 후기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를 주력해도 관련 투자는 장기적으로 보면서 인내심을 가져야 할텐데요. 이들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과제가 앞으로 돈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죠. 이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기존의 자원 활용을 대체하면서 경제적으로 타당한 모델을 가진 솔루션을 만들어야만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투자가 계속되고, 이들도 그 투자의 결실을 거두어야겠죠. 앞으로 어떤 기술과 솔루션에 이들이 투자를 집행하게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이제 베조스도 아이언맨도 시리어스하죠
영향력이 큰 인물들의 투자와 관심은 어려운 일에 긍정적인 조명을 얹기 마련인데요.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의 CEO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베조스 어스(Earth) 펀드'에도 집중하고 있고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자신이 세운 벤처캐피털인 '풋프린트 코어리션 벤처스'를 통해 브레이크스루와도 에너지를 절약하는 모터를 만드는 스타트업에 함께 투자했고, 최근엔 효모로 '대체 베이컨'을 만드는 스타트업에도 투자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빅테크] #동남아시아 #슈퍼앱
3. 그랩 SPAC 상장의 의미
고젝(Gojek)과의 합체 가능성이 끊임없이 거론되던 동남아시아의 슈퍼앱인 그랩(Grab)이 독자적으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인 알티미터 그로스 코프(Altimeter Growth Corp.)와의 합병을 통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예정이에요. 스팩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합병이고요. 기업가치는 396억 달러(약 44조 265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의 약자고요. 비상장 기업의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세운 페이퍼 컴퍼니를 가리켜요.

각종 배달이 최근 성장에 한 몫 했죠.
복습: 왜 슈퍼앱이라고 부를까?
그랩은 승차 공유 서비스로 시작해 음식 주문배달, 숙박 예약, 온라인 뱅킹, 결제 시스템 등을 하나의 앱에 담고 있죠. 그랩과의 합병 논의를 중단하고 인도네시아의 가장 큰 이커머스 업체인 토코피디아(Tokopedia)와 합병을 하기로 한 라이벌 고젝도 물론 마찬가지이고요. 자신들의 앱에 고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쓰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담아내며 동남아시아 온라인 시장을 지배하는 이들이 만드는 플랫폼을 슈퍼앱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죠. 이들은 동남아시아의 '빅테크'가 되고 있고요.

환경: 계속 커지는 동남아 시장
그랩은 동남아시아에서 인구 2.6억 명이 넘는 가장 큰 시장인 인도네시아에서는 고젝에 밀리는 형국이지만, 그다음으로 큰 베트남과 필리핀 등의 시장에서는 앞서며 전체 시장에서는 우위를 유지해 왔어요. 이들에 의하면 승차 공유 서비스 시장은 점유율 72%, 음식 주문배달 시장은 50%, 그리고 디지털 지갑 시장은 23%이고요. 하지만, 향후 승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우위인 고젝이 토코피디아와 합병을 선언하자 그랩은 독자적으로 상장을 추진해 왔고, 더 큰 성장을 할 기반을 마련했죠.

이번 상장을 통해 블랙록, 티로우 프라이스, 피델리티 등의 메이저 자본가들로부터 최대 45억 달러(약 5조 310억 원)의 추가 자본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랩은 현재 자신들이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전체 시장 규모가 520억 달러(약 58조 1520억 원)에서 2025년이면 1800억 달러(약 201조 3300억 원)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어요. 

물음표: 수익성 개선과 경쟁
커지는 시장 속에서 그랩은 2020년 총 거래액(GMV, Gross Merchandise Volume)이 125억 달러(약 13조 9725억 원)로 2년 전인 2018년 대비 2배 이상을 기록했어요. 하지만, 많은 스타트업이 그렇듯 이들도 성장에 초점을 두며 확장을 해왔기에 아직 수익을 내는 상황은 아니에요. 팬데믹으로 인해 가속화된 성장에 따라 수익성도 빠르게 개선해 나갈 것으로 예상*은 하고 있는데요. 고젝뿐만 아니라 급성장한 이커머스 강자 쇼피(Shopee)를 운영하는 싱가포르의 씨(Sea) 그룹과의 경쟁도 새롭게 지켜볼 포인트가 되었어요.
* 2020년에 매출 16억 달러(약 1조 7880억 원)에 약 8억 달러(약 8940억 원)의 손실을 봤고, 2023년에 이르러서 이자, 세금, 감가상각 반영 전 영업이익(EBIDTA) 5억 달러(약 5590억 원)와 매출 45억 달러(약 5조 310억 원)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요. 향후 3년간 평균 42%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요.

동남아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
얼마 전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을 한 씨(Sea)에 이어 이번 상장은 동남아시아 시장과 기업들에 시장 참여자들이 더 큰 주목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요. (얼마 전 쿠팡의 기업공개(IPO)가 한국 시장에 대해 재조명을 하게 했듯이요) 그랩은 소프트뱅크를 필두로 마이크로소프트, 우버, 디디추싱 등 각국의 대표 기업들로부터 투자를 받고 성장해 왔어요. 고젝도 마찬가지로 세쿼이어 캐피털, 구글, 텐센트 등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가 투자를 했죠. 앞으로 이들의 경쟁은 동남아시아의 디지털 시장을 더 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 소프트뱅크의 역할
막후에서 고젝과 그랩의 합병을 종용했던 소프트뱅크가 이번 상장을 푸시했는데요. 소프트뱅크는 고젝과 합병을 하기로 한 토코피디아의 투자자이기도 해요. 결과적으로 (경쟁을 계속하면서) 계속 성장해 갈 두 슈퍼앱 모두를 통해 큰 결실을 볼 가능성을 높였어요. 소프트뱅크는 쿠팡의 가장 큰 투자자이기도 하죠. 총 30억 달러(약 3조 3530억 원)의 투자가 현재 약 280억 달러(약 31조 3000억 원)의 가치가 되었는데요. 중국의 알리바바에 대한 투자 이후 가장 큰 결실이에요. 팬데믹 와중에 가장 큰 승자로 등극하고 있죠.

오늘 커피팟은 어땠나요?
📌 커피팟을 소개해 주세요!
"해외 비즈 이슈의 흐름과 맥락을 알려줘요."
"새로운 기업과 산업 트렌드를 알 수 있어요."
"친절하고 자세히 설명해줘요."

(구독 전이라면)
아래 버튼을 누르시면 돼요! ☕️
good@coffeepot.me

더 이상 받아보고 싶지 않으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