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생중계를 시작한 케이블 티비
전쟁의 라이브 중계는 지난 1991년의 걸프 전쟁이 시초라고 할 수 있어요. 당시에도 미국 주요 방송사들인 ABC, CBS, NBC는 모두 전쟁 중계에 돌입했는데, 그중에서도 비교적 신생 미디어이자 24시간 뉴스 미디어였던 CNN의 생생한 현지 중계는 사람들을 티비 앞으로 불러 모았고, CNN의 위상을 단숨에 올려놓는 계기가 되었어요.
CNN은 유일하게 24시간 내내 전 세계 뉴스를 실시간으로 전하는 미디어였고, 라이브 중계를 진행한 경험을 가장 많이 쌓은 방송사였어요. 전쟁 시작 당시에도 이라크 정부 관리들과의 네트워크를 미리 쌓아둔 CNN만이 이라크의 바그다드에 남아 폭격 현황을 생생히 중계해 내보낼 수 있었죠. 미군의 이라크 폭격이 시작된 가운데 바그다드의 라시드 호텔에서의 밤샘 생중계는 당시 견고하던 미디어 지형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임을 예고하는 큰 '사건'이었어요.
하지만 당시 이런 전쟁 중계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폭격 현황은 마치 게임의 한 장면 같았고, 이어지는 보도들도 전쟁을 게임화 했죠. CNN의 큰 성공을 보면서 대부분의 방송사들도 그 뒤를 따르기 시작했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드라마틱한 내러티브를 얹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고요.
분명한 것은 이후 미디어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CNN의 성공은 각 미디어에게 어떤 뉴스가 시청자들을 붙잡을 수 있고, 24시간 뉴스 사이클이 '돈이 되는 사업'임을 모두에게 보여줬죠. CNN의 성공은 영국의 BBC와 미국의 NBC 등 대표적인 방송사들이 글로벌 뉴스 커버를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고 미디어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하지만 이후 뉴스 콘텐츠의 경쟁이 영영 달라진 것도 사실입니다. 몇 년 후 세상에 자리 잡기 시작한 인터넷은 각 미디어의 24시간 뉴스 사이클을 보조하는 역할을 시작했고, 기존의 미디어 역할도 서서히 달라지게 했죠.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콘텐츠의 재생산은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졌고, 인터넷은 또 수많은 정보를 생산하는 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은 클릭 몇 번이면 잔인한 영상을 누구나 퍼뜨릴 수 있고, 잘못된 정보도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 있습니다. 계속 진화하고 증식해 온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비록 미디어로써의 그 순기능이 더 큰 적이 있었지만, 역기능이 점점 더 강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도 있습니다.
수신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