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냅킨 메모] 소셜미디어가 보여주는 가짜 전쟁

잘못된 정보의 확산과 가짜 콘텐츠의 범람까지
오늘 [냅킨 메모]는 30년이 넘게 지난 걸프 전 당시의 CNN 보도와 현재의 소셜미디어 지형을 대비해 바라봅니다. 현재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이후 벌어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틱톡과 엑스 등을 비롯한 소셜미디어에서 시시각각 생중계되다시피 하는 중이고 사람들의 관심을 모두 끌어당기고 있죠. CNN의 보도는 전쟁을 게임처럼 보여주면서 엔터테인먼트화했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전례 없는 생생한 취재가 전쟁의 모습을 묘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전쟁을 다루는 소셜미디어에는 잘못된 정보와 잔인한 이미지들이 범람하면서 개별 플랫폼을 통해 오히려 가짜 전쟁이 만들어지는 수준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의 탄생 이후 세계 곳곳의 위험한 현장에서 순기능을 한 경우도 있지만, 누구나 영상까지 단숨에 올릴 수 있는 현재의 소셜미디어는 가짜 정보의 온상이 되었죠. 이제는 정보가 흐르는 통로로서의 변곡점을 맞이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유럽 위원회가 얼마 전 소셜미디어 플랫폼 규제를 위해 도입한 디지털서비스법(DSA)과 같은 더 강한 규제의 필요성도 제기되면서요.

[냅킨 메모] #엑스 #틱톡
소셜미디어가 보여주는 가짜 전쟁
작년 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전해진 정보들과 콘텐츠는 지금것 대중이 접하기 어려운 전쟁의 잔인함을 상세히 담아 너무나도 쉽게 전하고 있었어요. 물론 가짜 정보가 넘쳤고 혼란스러운 전시 상황에 대해 믿을만한 정보를 솎아내기도 쉽지 않았어요.

최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일들 역시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해지고 있죠. 하지만 현재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전해지는 정보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보다도 훨씬 더 많은 가짜 정보와 결코 공유되서는 안 될 영상과 이미지들을 담고 있어요.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만 해도 틱톡과 트위터(현재 '엑스') 그리고 텔레그램을 통해 전해지는 전쟁 정보는 소셜미디어의 순기능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 콘텐츠 조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엑스를 중심으로 가짜 정보와 진위를 알 수 없는 잔인한 영상과 이미지들이 마구잡이로 공유되면서 더 큰 혼란을 초래하는 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죠. 뉴욕타임스는 최근 무엇이 소셜미디어는 지금 "팩트인지, 픽션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전쟁"을 보여주고 있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습니다.

초 단위로 퍼지는 정보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구분하기도 힘들고, 그 진위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큰 혼란을 만듭니다. 각 소셜미디어 안에서는 "이것이 진짜다", "아니다"로의 싸움까지 계속 벌어지면서 그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팩트 체크가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소용없어지는 순간들이 속수무책으로 만들어지고 있어요.
폭격을 맞은 가자 지구의 모습이에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소셜미디어를 통해 범람하는 가짜 정보의 차단도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어요.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시각각 퍼지는 정보는 장외 여론전뿐만 아니라 전쟁 당사자들이 사용을 하죠. 더불어 이런 정보는 사람들 간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이미지: 더 가디언)
전쟁 생중계를 시작한 케이블 티비
전쟁의 라이브 중계는 지난 1991년의 걸프 전쟁이 시초라고 할 수 있어요. 당시에도 미국 주요 방송사들인 ABC, CBS, NBC는 모두 전쟁 중계에 돌입했는데, 그중에서도 비교적 신생 미디어이자 24시간 뉴스 미디어였던 CNN의 생생한 현지 중계는 사람들을 티비 앞으로 불러 모았고, CNN의 위상을 단숨에 올려놓는 계기가 되었어요. 

CNN은 유일하게 24시간 내내 전 세계 뉴스를 실시간으로 전하는 미디어였고, 라이브 중계를 진행한 경험을 가장 많이 쌓은 방송사였어요. 전쟁 시작 당시에도 이라크 정부 관리들과의 네트워크를 미리 쌓아둔 CNN만이 이라크의 바그다드에 남아 폭격 현황을 생생히 중계해 내보낼 수 있었죠. 미군의 이라크 폭격이 시작된 가운데 바그다드의 라시드 호텔에서의 밤샘 생중계는 당시 견고하던 미디어 지형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임을 예고하는 큰 '사건'이었어요.

하지만 당시 이런 전쟁 중계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폭격 현황은 마치 게임의 한 장면 같았고, 이어지는 보도들도 전쟁을 게임화 했죠. CNN의 큰 성공을 보면서 대부분의 방송사들도 그 뒤를 따르기 시작했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드라마틱한 내러티브를 얹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고요.

분명한 것은 이후 미디어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CNN의 성공은 각 미디어에게 어떤 뉴스가 시청자들을 붙잡을 수 있고, 24시간 뉴스 사이클이 '돈이 되는 사업'임을 모두에게 보여줬죠. CNN의 성공은 영국의 BBC와 미국의 NBC 등 대표적인 방송사들이 글로벌 뉴스 커버를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고 미디어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하지만 이후 뉴스 콘텐츠의 경쟁이 영영 달라진 것도 사실입니다. 몇 년 후 세상에 자리 잡기 시작한 인터넷은 각 미디어의 24시간 뉴스 사이클을 보조하는 역할을 시작했고, 기존의 미디어 역할도 서서히 달라지게 했죠.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콘텐츠의 재생산은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졌고, 인터넷은 또 수많은 정보를 생산하는 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은 클릭 몇 번이면 잔인한 영상을 누구나 퍼뜨릴 수 있고, 잘못된 정보도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 있습니다. 계속 진화하고 증식해 온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비록 미디어로써의 그 순기능이 더 큰 적이 있었지만, 역기능이 점점 더 강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도 있습니다.
바그다드에 폭격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잡은 CNN입니다. 당시 전 세계 대표 미디어들이 인용한 유명한 영상이죠. CNN은 바그다드의 호텔에 위치한 특파원들이 밤을 새면서 폭격 모습과 현장을 중계했어요. (이미지: CNN 유튜브 영상)
순기능을 하던 소셜미디어는 없다
2011년 이집트를 비롯한 북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에서 일어난 대대적인 시위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조직화가 되었고, 광범위한 저항 운동으로 번지게 되었죠. 일명 '아랍의 봄'은 소셜미디어가 급속히 덩치를 키워가던 시기와 맞물려 전에 볼 수 없었던 운동을 만들 수 있었어요.

'아랍의 봄'이 오기 얼마 전에도 소셜미디어가 '긍정적인' 확산의 역할을 하는 플랫폼이 될 것임을 보여주는 사건은 있었어요. 2009년 이란의 부정 선거를 고발하는 사진과 영상 그리고 메시지들이 트위터(현재 엑스)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당시 일어난 대규모 시위는 '트위터 혁명'이라고 불리기도 했죠.

하지만 이번에 이스라엘에서 일어난 비극에 대해서는 (현상에 대한 올바른 분석과 정보 전달보다는) 유례없는 수준으로 자극적인 이미지들부터 범람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각 플랫폼이 잘못된 정보를 솎아내고 지우는 콘텐츠 조정 기능을 가동하기도 했지만, 빠르게 퍼지는 영상들을 막기 위해서는 한참 부족합니다. 잔혹한 행위들에 대한 사진과 영상들이 계속해서 바이럴을 타면서 빠르게 퍼져나가는 것을 통제하지 못하거나 안 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2009년에서 2010년대 초반 당시 각 소셜미디어의 사용자 수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았습니다. 가장 큰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페이스북은 7~8억 명이었던 사용자가 2023년 2분기를 기점을 30억 명을 넘어섰습니다. 누구나 비디오를 올릴 수 있는 유튜브도 존재가 아주 미약하던 시절이었죠. 그리고 당시에는 현재 전 세계 새로운 세대의 뉴스 통로가 되는 중인 10억 명이 넘는 사용자의 틱톡도 존재하지 않았죠.

수많은 인플루언서들 중 단 몇 명이 잘못된 정보나 영상을 잠시만 공유를 해도 순식간에 수십만에서 수백만 명이 그 정보와 영상을 접하게 됩니다. 이런 일들이 단 며칠 동안만이라도 수없이 반복되다 보면 무엇이 옳은 정보이고 무엇이 틀린 정보인지의 구분이 의미가 없어지는 지경에 이르게 되기도 되죠.

CNN이 화면을 통해 보여줬던 전쟁 게임의 이미지는 '진짜'였고, 그것이 전쟁을 그리는 당시의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이기도 했습니다. 그 이미지에 대한 해설과 해석 그리고 비판이 중심이 된 이야기들이 생산되었고요.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대표 이미지는 없습니다. 수없이 많은 정보 속에서 뇌리에 박힐만한 이미지만 남게 되었어요.
틱톡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수많은 장면들이 쏟아지고 있어요. 오른쪽과 같이 하마스의 폭격을 막는 이스라엘의 공중 방위 시스템이 작동하는 모습도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전쟁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담기는 중이에요. 하지만 많은 이미지와 영상을 그대로 믿고 봐서는 안 됩니다. (이미지: 틱톡)
틱톡이 뉴스의 중심이 된 시대에
현재 틱톡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시태그를 단 영상의 뷰 수는 각각 230억, 280억 뷰 이상을 기록하는 중입니다. 틱톡을 통해 직접 취재를 전하는 개별 기자들이 많고, 틱톡의 주 사용자층인 밀레니얼과 Z세대의 눈길을 사로잡는 뉴스가 계속해서 생산되는 중이죠. 하지만 관련한 자극적인 해시태그도 계속해서 생성되는 중이고, 잘못된 정보의 양도 점차 증가했습니다. 

틱톡은 이미 이들 사이에서 뉴스 소비의 주요 플랫폼이고 그 영향력은 기존 미디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요.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보고서는 미국의 경우, 18세에서 24세 사이의 20퍼센트는 틱톡을 뉴스 소비처로 사용 중이라고 합니다.* 이 비중은 매년 증가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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