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의 차트피셜] 16화. '완벽한 연착륙'을 준비하는 마음 미국은 지금 연착륙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낮아지고, 실업률도 역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어요. 그 어느 때보다 일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물가까지 통제가 되어가는 중이죠. 실물 경제가 회복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 차츰 체감될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아가 역사상 단 한 차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완벽한 연착륙'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어요.
'완벽한 연착륙'이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이에 따라 다시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면 금리를 인하하며 실업률도 낮추고, 궁극적으로는 경제 성장률도 높이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주식과 부동산 등의 자산 시장 역시 굳건히 만들어 집안 살림도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고요.
1990년대 이어진 미국의 초호황기가 이런 모습을 보였습니다. 당시 미 연준의장인 앨런 그린스펀은 금리 인상과 인하의 통화 정책을 완벽하게 펼쳐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평가를 받고 연준의 전설이 되었죠.
현 연준과 연준의장인 제롬 파월이 현재 벌이는 통화 정책도 (보는 시각에 따라) 이때를 연상케 하고도 있습니다. 물론 아직 속단하기엔 이르지만, 오늘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과거의 사실과 데이터를 살펴보고, 현재 상존하는 리스크도 짚어보면서 곧 다가올 미래를 전망해 봅니다. 모두가 늘 바라는 호황기가 코앞일 수 있지만, 실력뿐만 아니라 외부 요소도 적정히 통제가 되는 운도 따라줘야 한다는 사실도 짚고요. |
[부엉이의 차트피셜] 미국은 역사적인 연착륙을 할 수 있을까? |
작년 하반기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미국 경제가 침체를 겪을까 걱정했다. 40년래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닥치면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2022년 4월 0.5%에서 2023년 7월 5.5%까지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인상했기 때문이다. 2022년 6월 9%에 도달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준의 통화 긴축으로 2023년 말에는 3%대로 안정됐다. 하지만 금리 상승은 실물 경제도 위축시켰다.
올해 경제는 상대적으로 순항 중이다. 2022년부터 시작된 연준의 통화 긴축에도 경제가 경착륙(Hard Landing)은 피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중 5%를 넘어섰던 미국 장기금리도 파웰 연준의장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4% 내외에서 안정됐다.
채권 시장이 안정되면서 미국 증시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고, 실물 경제도 바닥에서 회복하는 모습이다. 2024년 1월 실업률은 3.7%로 역사상 최저 수준이며, 민간 소비도 조금씩 증가세를 높이고 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안정되고 경제가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경제는 이대로 연착륙(Soft Landing) 할 수 있을까? |
연착륙을 위해 거의 다 온 상황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끝까지 방심하면 안 된다. |
경착륙(Hard Landing)과 연착륙(Soft Landing)은 어떻게 다른가? 요즘 신문 기사나 경제 보고서에서 '연착륙'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한다. 물가가 안정되고 실업률 등 주요 경제 지표들이 양호하게 발표되면서 경제가 심각한 경기침체를 피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루는 매체 혹은 기사마다 연착륙이라는 용어를 같은 뜻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어떤 보고서에는 '약한 경기침체'를 의미하고, 또 어떤 매체는 경기침체가 아닌 잠깐의 경기 둔화를 뜻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람마다 용어를 자의적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연착륙에 대해 공식적인 정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침체 여부를 공식적으로 진단하는 전미경제학협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NBER)도 경착륙과 연착륙의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않았다. 다만,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실업률이 소폭 상승하는 수준의 미약한 경기침체를 연착륙으로 본다.
경착륙을 진단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실업률의 큰 폭 상승을 동반한 실물 경제의 위축이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두 번의 경기침체는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팬데믹이 찾아오면서인데 모두 경착륙이다. |
1965년 이후 경기침체 사례 (자료: Landings, Soft and Hard: The Federal Reserve 1965~2022) 과연 이번에는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까? '완벽한 연착륙'이라고 빈칸에 찍을 수 있게 될까? |
연착륙 성공 케이스는 얼마나 있었나? 앨런 블라인더의 분석에 따르면 1965년 이후 연준은 총 11번 통화를 긴축했고, 긴축 후 여덟 차례 경기침체가 발생했다. 열한 번의 긴축 이후 경제가 심한 경기침체를 맞이한 경착륙이 여섯 차례 있었고, 약한 경기침체 혹은 침체를 피한 연착륙이 다섯 차례 있었다.
다섯 차례의 연착륙 사례 중 경기침체를 완전히 피한 경우는 세 차례(1966년, 1984년, 1994년)였다. 앨런 블라인더는 11차례의 긴축 후 다섯 번이나 연착륙에 성공했다며, "연준의 통화 정책은 꽤나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
(전직 연준 부의장인) 앨런 블라인더가 연준의 통화 정책 솜씨가 나쁘지 않았다고 이렇게 자찬했지만, 외부 관찰자 입장에서 앨런 블라인더의 낙관적인 연착륙 분석은 몇 가지 비판받을 부분이 있다.
우선 IT 버블 붕괴는 실물 경제에 파괴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았기 때문에 연착륙으로 분류된다. 2000~2002년 사이 실업률은 2% 미만으로 상승했고, GDP도 크게 수축되지 않았다. 하지만 해당 기간 나스닥 지수는 거의 70% 하락했다. 그리고 주가지수가 2000년 고점을 회복하는 데 거의 15년이 필요했다. 가구 자산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식 시장이 붕괴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았는데, 연착륙이라고 자찬할 수 있을까?
또, 앨런 블라인더가 연착륙 성공 사례로 분류하는 1960년대의 두 차례의 통화 긴축도 평가의 시계를 넓히면 실패한 정책이다. 1960년대에 금리를 충분히 올리지 않은 탓에 1970년대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
기준금리 추이 및 경기침체 기간 (데이터: NBER) 1960년대에 금리를 충분히 올리지 않아, 결과적으로 1970년대에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1980년대 초반까지 경기침체에 따른 경착륙이 이어졌다고도 분석된다. |
몇 년간 오락가락한 통화 정책의 결과 1965년 중반 미국 경제는 완전고용(실업률 4.5% 내외) 상태에 도달했고, 베트남 전쟁을 위한 재정지출이 급증하고 있었다. 과열된 경제로 인해 물가 상승률이 1966년 내내 꾸준히 오르기 시작했다. 윌리엄 마틴(William Martin) 연준의장은 1965년부터 1966년까지 기준금리를 1.75% 올렸고, 일시적으로 물가와 경제 성장률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당시 대통령 린든 B. 존슨은 베트남 전쟁 비용 조달을 위해 금리를 낮추길 원했다. 또, 대통령이 추구한 복지 계획 및 차별 금지 정책인 '위대한 사회(The Great Society)' 정책을 위해서도 국채 금리가 낮은 것이 유리했다. 대통령은 윌리엄 마틴 연준의장을 해고하겠다고 위협했다.
경제가 후퇴하는 상황에서 정권의 압박까지 받은 마틴 의장은 기준금리를 다시 1.75% 인하하여 원래 위치로 되돌렸다. 물가는 약 1년 가량 안정화되었으나, 1967년 하반기부터 재차 오르기 시작하여 1969년 봄에는 6%에 도달했다. 연준이 충분히 긴축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연준은 1967년부터 1969년까지 다시 기준금리를 올려야 했다. 5.40%의 기준금리 상승과 연방 정부의 소득세 인상으로 경제는 1970년에 미약한 경기침체를 경험한다. 하지만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연준이 다시 기준금리를 인하하자, 소비자물가는 1972년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그 뒤 발생한 중동전쟁으로 국제 유가까지 큰 폭 상승하면서 연준은 1970년대 내내 인플레이션을 제어하지 못했다. 최근 다수의 연구자들이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예방하기 위해 경착륙을 각오하고 1960년대에 더욱 적극적으로 통화를 긴축해야 했다"라고 주장한다. 폴 볼커 전 연준의장도 자신의 회고록에서 베트남 전쟁 관련 군비 지출이 늘어나고 경기가 과열되는 상황에서도 연준이 추가적인 제약적 조치를 취하기를 주저하고, 대통령은 경제 참모들이 요청했던 세율 인상을 무시함으로써 1970년대 치명적인 대인플레이션(Great Inflation)이 도래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1년 안에 경제가 1% 미만으로 수축하는 연착륙을 달성했더라도, 자산 가격 급락(2000년)과 향후 인플레이션 재급등(1965년, 1967년)을 모두 예방한 사례는 드물었다.
연준이 지나치게 높지도 낮지도 않게 기준금리를 인상하여 물가 상승을 사전에 예방하고, 장기간 안정적인 자산 가격과 경제 성장을 이룩한 완벽한 연착륙 사례는 단 한 차례 존재한다. |
1990년대 후반, 앨런 그린스펀은 '완벽한 연착륙'을 만들어낸 마에스트로라고도 불렸다. |
마에스트로가 탄생한 '완벽한 연착륙' 모두가 꼽는 대표적인 연착륙은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의장이 1994년에 만들어냈다. 당시 경제는 1990~1991년 경기침체를 경험하고 3년째 회복 중이었다. 1994년 2월까지 실업률은 7.8%에서 6.6%로 떨어졌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 내외였다. 연준의 기준금리는 장기간 3%에 머물고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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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부엉이는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채권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현재 자산운용사에서 채권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채권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가치투자에도 관심이 많다. 워런 버핏의 열렬한 추종자로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를 2차례 방문하고 다수의 관련 기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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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꼽는 대표적인 연착륙은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의장이 1994년에 만들어냈다. 당시 경제는 1990~1991년 경기침체를 경험하고 3년째 회복 중이었다. 1994년 2월까지 실업률은 7.8%에서 6.6%로 떨어졌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 내외였다. 연준의 기준금리는 장기간 3%에 머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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