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즈니가 마주한 시험대

1. 전설의 빠른 컴백, 2. 도요타의 자존심, 3. 사물 인터넷의 현재
오늘은 밥 아이거가 디즈니 CEO로 다시 돌아오게 된 의미를 일차적으로 정리하고요. 이어서 도요타가 전기차 전환 시대에 왜 프리우스라는 하이브리드 모델에 집중하는지, 그리고 가장 큰 버즈 단어 중 하나였던 '인터넷 오브 띵스' 즉 사물 인터넷의 산업 현황을 업데이트했습니다. 

최근 큰 소식이 계속 이어지는 중인데요. FTX사태를 큰 틀에서 바라보는 시선과 트위터 현황과 나아갈 방향을 짚는 샷 추가 이야기들도 참고해 보세요.


[미디어] #밥아이거 #창의성을지휘하라

1. 창의성을 복구하겠다는 디즈니

디즈니의 전설적인 CEO 밥 아이거가 돌아왔어요. 그는 2005년부터 2020년까지 디즈니의 CEO를 지내고, 팬데믹이 발생하기 직전에 이제 전 CEO가 된 밥 체이펙에게 자리를 넘겨주었는데요. 업계의 모두가 놀란 갑작스러운 소식이기도 했습니다. 일단 그에게 주어진 2년 임기 동안 이사회가 기대하는 것은 안 좋아진 실적을 회복하는 것은 물론 회사의 방향을 다시 잡고, 새로운 후임자를 찾는 것입니다.

펜데믹 동안 회사를 잘 이끌어왔다고 평가받으면서 지난 6월에 임기가 2024년까지 연장되었던 체이펙을 이사회가 해고하는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최근 안 좋아진 스트리밍 서비스의 실적 외에도 조직 운영 방식의 문제도 제기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숨 가쁘게 진행된 현재까지의 상황과 밥 아이거가 곧바로 제시한 방향을 살펴봤습니다.

"안녕? 내가 돌아왔어." 되돌아보면 디즈니는 밥 아이거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었어요.  

보이지 않게 빌드업 되던 상황
밥 아이거는 최근 자신과 이사회가 함께 후임자로 결정했던 밥 체이펙이 회사를 이끄는 방향에 대한 실망감을 계속 드러냈고, 이런 이야기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도 꺼려하지 않았죠. 2021년에 회사의 회장직에서도 물러나면서 디즈니 소속 일원이 아니었지만, 기존의 주요 임원들이 회사의 방향이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불만을 밥 아이거에게 털어놓고 논의했다고도 알려졌어요. 

이런 와중에 회사의 핵심으로 성장한 디즈니+가 공격적인 투자로 구독자를 늘리면서 성장하고는 있지만, 지난 3분기에 14억 7000만 달러(약 1조 99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해 위기감이 커지고 있었어요. 전체 실적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 성장했지만) 시장의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어요. 회사의 주가도 최근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는데, 실적 발표 다음 날 12%나 떨어졌죠. 밥 체이펙이 부임한 날 대비해 디즈니 주가는 22% 떨어진 상황이었어요.

디즈니가 매출과 주당 순이익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이례적이에요. 이번 결정은 투자자들의 입김도 크게 작용하게 만드는 상황을 밥 체이펙이 자초했다고 보는 시선도 큽니다.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실적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결과를 바라보고 보고한 그의 모습이 내부의 인원들도 그에게 등을 돌리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고도 알려졌어요.

CNBC의 유명 주식 방송인 매드 머니(Mad Money)를 진행하는 짐 크레이머(Jim Cramer)는 실적 발표를 보고 "이런 실적에 대한 책임을 전혀 지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인 체이펙을 당장 해고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어요. 월스트리트저널에 의하면 디즈니의 CFO인 크리스틴 맥카시를 비롯한 주요 임원들이 체이펙에게 실망한 자신들의 의견을 디즈니 이사회에 직접 전달했습니다. 

아이거가 말하는 방향과 '창의성'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밥 아이거가 CEO에 재선임된 이후 바로 전한 메모를 통해 파악할 수 있어요. "향후 몇 주간 회사의 조직 및 운영에 변화를 주는 조치들이 도입될 것이다. 나는 마음이자 영혼이라고 할 수 있는 '창의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회사의 구조를 다시 설계할 계획이다"

회사의 핵심인 디즈니+의 구독자 성장은 놀라운 페이스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올해부터 급격히 달라진 거시경제 기류는 해당 사업이 기록 중인 손실에 대한 우려를 키웠어요. 디즈니+가 2019년 11월에 론칭한 이래 현재까지 쌓은 손실은 무려 85억 달러(약 11조 5000억 원)가 넘었고, 최근 4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손실이 계속 커지고 있었어요. 올해에만 콘텐츠에 300억 달러(약 40조 5700억 원) 넘게 쓰겠다면서 넷플릭스보다 큰 베팅을 했죠. 

하지만 콘텐츠에 대한 외형적인 투자 외에 콘텐츠를 배분하는 조직이 만들어진 구조에 대한 우려도 컸다고 널리 알려졌어요. 체이펙은 취임 후 얼마 되지 않아 각 콘텐츠를 만드는 조직 외에 해당 콘텐츠들을 스트리밍, 영화관, TV 네트워크 등으로 배분하는 결정을 내리는 조직인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를 별도로 만들어 운영했어요. 스트리밍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두겠다면서 신설한 이 조직의 탄생은 기존에 디즈니가 콘텐츠 사업을 운영하던 방식과는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었죠. 영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각종 TV 프로그램 등의 콘텐츠를 만드는 각 조직이 콘텐츠를 어디에 공급한다는 결정은 물론 관련 예산 운용에 대한 권한도 잃게 되었고요. 

아이거는 오늘 자로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를 이끌던 임원인 카림 대니엘이 회사를 떠나게 되었으며, "크리에이티브팀들에게 더 많은 결정을 내릴 권한을 돌려주고 비용을 합리적으로 운영할 방안이 담긴 새로운 조직 구조를 짤 것이다"라는 메모를 또 보냈어요. 그는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사업부의 일부 요소는 남길 것이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스토리텔링이 이 회사를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사업을 만드는 방식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죠.

아이거가 말한 창의성은 일단 콘텐츠를 만드는 조직과 그 콘텐츠들이 회사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어떤 통로로 고객들에게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권한도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해야 할 일은 많고
디즈니는 최근 행동주의 펀드들이 차례로 운영에 대한 간섭을 시작했어요. 유명 행동주의 펀드인 써드 포인트(Third Point)의 댄 로엡(Dan Loeb)은 지분을 사들이면서 더 효율적인 운영에 대한 압박을 가했고, 트라이언 펀드 매니지먼트(Trian Fund Management)도 이사회의 자리를 노리는 지분을 취득했죠. 트라이언은 밥 아이거의 선임에도 반대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밥 아이거는 조직을 재정비하면서 이들의 요구에도 대응을 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물론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이 한층 격화되는 중인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의 수익성을 빠르게 개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려운 경기 상황 속에서 성장에 대한 초점보다는, 이제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사업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 과제가 되었죠. 이제 1억 642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면서 넷플릭스를 바짝 따라잡는 중이지만, 계속 큰 금액을 쏟는 것보다는 효율적인 운영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어요.

그리고 또 가장 중요한 것은 2년이라는 임기 동안 자신의 뒤를 이을 적합한 후임자를 다시 찾는 것입니다. 디즈니라는 거대한 온오프라인 엔터테인먼트 사업자가 계속해서 그 지위를 유지하고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그의 뒤를 이어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새로운 인물의 발굴이 필요한 상황이에요. 밥 체이펙의 선임 이후 그의 후임자 라이벌들이었던 주요 인물들도 회사를 떠났는데요. 새로운 인물들을 발굴하거나 데려오는 것이 더없이 큰 과제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최대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넷플릭스의 창업자이자 공동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그가 복귀한다는 소식이 밝혀지자 "윽. 나는 아이거가 대통령 선거에 나갔으면 했다. 그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면서 (진심이 일정 부분 담긴) 농담과 견제의 마음이 섞인 트윗을 올렸는데요. 픽사, 마블 엔터테인먼트, 루카스 필름, 그리고 21세기 폭스 등 디즈니의 주요 콘텐츠 기업 인수를 모두 총괄하고, 디즈니+까지 론칭하면서 디즈니를 키운 아이거의 행보는 당분간 업계의 모두가 주목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다시 정비되는 조직 구조가 기존에 그가 운영했던 조직 구조와는 또 어떻게 다를 것이며, 실적 압박을 받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디즈니의 본질이라고 하는 '창의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포함해서요.


[전기차] #하이브리드 #도요타

2. 아직 프리우스의 시간일까?

도요타가 7년 만에 확 달라진 모습의 프리우스를 출시했어요. 아직은 하이브리드의 시대라고 주장하면서 말이죠. 도요타는 충전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는 이상, 자동차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로 전환될 수 없다고 주장해 왔어요.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중단 간계인 하이브리드를 징검다리로 거쳐갈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요.

도요타는 대부분의 기존 자동차 회사들이 다양한 순수 전기차를 공격적으로 출시하는 것에 비해 보수적인 접근 방식을 취해왔는데요. 야심 찬 프리우스 출시와 함께 이들은 무슨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짚어봤습니다.
도요타는 프리우스에 대한 베팅을 거둬들이지 않았어요. © 도요타
가솔린 기반 하이브리드에 베팅?
도요타는 지난 1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오토쇼에서 2023년 신형 프리우스를 선보였어요. 프리우스는 2015년에 4세대가 출시된 뒤 올해까지 디자인이나 기술적 요인에 큰 변화가 없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죠. '재탄생'을 기조로 외관이 완전히 달라진 프리우스와 프리우스 프라임 두 가지 모델이 출시됐어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인 프리우스 프라임은 배터리로 주행할 수 있는 범위가 기존 대비 50% 이상 늘었어요.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3만 달러(약 4000만 원) 대에서 시작할 것으로 예상돼요.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가 신규 모델로 순수 전기차를 출시하는 상황에서 가솔린 기반의 하이브리드에 베팅하는 도요타는 조금 특별하다고 볼 수 있어요. 참고로 하이브리드는 배터리로 구동되는 전기 모터와 가솔린 기반의 엔진이 동시에 장착되어있어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배터리 용량이 더 크고 고성능의 전기 모터가 들어가 배터리만으로 수십키로미터를 주행할 수 있는 모델입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부터는 넓은 범주에서 전기차로 분류되지만, 여전히 가솔린이 필수라는 점에서 순수 전기차와는 종이 다르죠.

도요타는 하이브리드가 탄소배출을 절감하는 방법 중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확신해요. 하이브리드 원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가장 두터운 하이브리드 소비층을 소유한 도요타만이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답변이기도 하죠. 그리고 도요타는 전기차 전환 속도가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해요. 


전환 계획이 너무 앞서간다고?
도요타는 2030년까지 전기차의 신차 판매 비중을 50~100%로 맞춰야 한다는 (이들의 주요 시장인) 미국 정부의 새로운 기준은 너무 공격적인 목표라고 봐요. 자동차 충전기를 집에 설치하기 어려운 인구가 많고, 충전 인프라가 충분하지 못한 지역에서는 장거리 운전, 여행 등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죠. 차량 가격도 전기차 대비 하이브리드 차량이 낮게 책정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옵션이라고 꼽는 것도 있어요. (전기차 평균 단가는 6만 6000달러(약 8800만 원)로 일반 내연기관 차보다 아직까지 2만 달러 가량 비싸요)

또한 도요타는 배터리 전기차가 탄소 배출 절감을 위한 유일한 옵션이 아니라고 해요. 수소 전기차나 내연기관에 청정 연소 연료를 쓰는 선택지도 열어놔야 한다고 주장하죠. 이들은 올해 5월에야 유일한 순수 전기차 모델 bZ4X를 선보였는데 10년 리스 형태라는 독특한 판매 형태를 취했어요. 배터리 수급이나 원재료 확보가 어려워질 미래에 대비하기 위함이에요. 

전기차 판매 목표도 2030년까지 30~40%에 불과해요. 다임러와 볼보 등은 같은 시기까지 전기차 판매 비율을 100%로 맞추겠다는 목표를 내놓을 것을 고려하면 도요타는 차세대 차량 전략에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2021년을 기준으로 합쳐서 약 3억달러(약 4080억 원) 규모의 도요타 주식을 보유한 덴마크스웨덴영국국교회등의 연기금들은 도요타의 이러한 보수적인 입장을 비판해 왔고하이브리드 전략을 고수하는 것이 전기차로의 전환 속도를 더디게 한다고 보고 있어요. 또 그린피스와 같은 환경단체의 비판도 받기도 하지만 큰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아요.

선택을 과연 증명할 수 있을까?
도요타는 2021년 기준 10.5%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유지 중이에요. 2030년까지 현재 생산량의 약 30% 수준인 35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을 세웠는데, 이는 전년에 세운 200만 대에서 상향 조정한 수치예요. 시장 점유율이 현재 약 3%인 다임러와 비슷한 규모의 계획이죠. 전체 시장 규모가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가정하더라도, 도요타는 2030년 전기차의 판매 비중을 50%보다 한참 아래로 예측하고 있어요.

아직까지는 충전 인프라 확충, 전기차 가격 인하가 선행되지 않는 한 전기차가 완전히 대중화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도요타는 바라보고 있어요. 다수의 소비자들은 결국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순서를 밟아 점진적으로 전기차로 넘어가게 되어있다는 게 이들의 기존 예상이죠. 전기차의 시간이 이미 도래했다고 보는 많은 제조사들의 시각과 달리, 도요타는 아직 전기차의 시간은 오지 않았다고 계속 베팅하는 것이에요. 그 결과가 새로운 프리우스의 귀환이고요.

하지만 지난 계획을 세운 이후 전기차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넘었는지를 논하는 변화가 일고 있고, 전기차와 관련 인프라의 성장을 촉진할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도 통과되었어요. 그래서인지 최근 2030년 전기차 생산 목표를 다시 한번 400만 대로 상향 조정하고 추가적으로 350억 달러(약 47조 원)를 전기차 분야에 투자할 거라는 소식이 흘러나오며 전기차에 힘을 싣는 모습도 관측되고 있기는 하죠.

과연 향후 2~3년간 전기차 채택률은 도요타가 예상한 대로 흘러갈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계획을 수정 중인 이들은 베팅을 유지할까요? 만약 유지한다면 훗날 하이브리드에 대한 자신감이 장기적인 통찰력을 잃게 만들었다는 평가로 되돌아오거나, 다른 이들과 반대되는 선택을 해 기존의 지위를 공고히 만드는 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도요타의 주무대인 미국과 일본의 작년 전기차의 신차 판매 비중은 아직 4%대예요. 13~17%대를 기록하는 유럽이나 중국과는 아직까지 소비자들의 분위기가 달라 필요성이 작게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미국의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은 올해 3분기 기준 6.1%로 전년대비 2%p 올라 속도가 붙으며 5%라는 티핑 포인트를 넘었어요.

By 캐롤라인
*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의 이슈를 전하고 있어요.

[벤처캐피털] #사물인터넷 #투자감소

3. 인터넷오브띵스(IoT)의 현황은?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라는 말, 최근에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한때 매일같이 뉴스에 나오던 이 말은 최근에 노출 빈도가 많이 줄었죠.

IoT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된다는 개념이죠. 특히 스마트폰이 출시된 2010년대 이후에 "이제는 텔레비전, 냉장고 등 가전제품도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다양한 온라인 기능이 가능해진다"며 크게 주목받았는데요.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스마트TV와 로봇청소기 등 IoT가 어느덧 많은 사람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어요.

더는 각광받는 미래 기술이 아니기 때문일까요? 투자시장 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벤처캐피털(VC) 등 투자기관의 IoT 스타트업 투자 건수가 올해 2분기에 총 300건으로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IoT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액수 역시 전 분기 대비 57% 감소한 약 28억 달러(약 3조 7980억 원)에 그쳤어요. 최근 벤처 투자가 위축된 상황이라 IT 스타트업 투자 액수 전체가 22% 감소했지만, IoT 스타트업 투자 액수의 감소 폭이 눈에 띄게 더 컸죠.

스마트워치 등의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원격진료 등의 헬스케어 분야는 IoT가 커질 핵심 분야이죠. 

보안 우려로 인한 규제 도입

IoT 투자 감소는 시장 전체의 위축 때문이에요. 여기에 더해, 주요국에서 추진되는 IoT 관련 규제 강화 분위기가 투자 감소에 힘을 보탰다는 관측도 있죠. 파이낸셜타임스가 입수한 유럽연합(EU) 법안 초안에 따르면 EU는 이르면 2024년부터 IoT 제품에 강력한 수준의 사이버 보안 규제를 적용할 계획이에요.

법안에는 IoT를 만드는 기업이 사이버 공격에 대해 당국과 소비자에게 즉각 알려야 하며, 신속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어요.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될 경우 제품을 리콜하거나 판매가 금지될 수 있고, 최대 1500만 유로 또는 전년도 글로벌 매출액의 2.5%를 벌금으로 내야 합니다.

EU 측은 법안 초안에서 "(IoT 제품이) 광범위한 취약성과 불충분한 보안 업데이트 등으로 사이버 보안 수준이 낮다"라며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정보도 충분하지 않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EU는 "연결된 환경에서 한 제품에 보안 사고가 발생하면 조직이나 공급망 정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몇 분 안에 국경을 넘어 전파될 수 있다"면서 "이는 경제와 사회에 심각한 지장을 줄 수 있고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죠.

미국도 내년부터 IoT 보안 규제를 도입한다고 예고했어요.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앞으로 IoT 등 인터넷에 연결되는 기기는 사이버 보안 수준을 표기한 라벨을 제품 포장에 붙이게 됩니다. 에너지 효율을 표시하는 스티커랑 비슷한 방식이라고 하는데요. 이용자는 바코드를 스캔해서 보안 수준 및 업데이트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어요.

주요국에서 IoT 보안 규제를 도입하는 이유는 관련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에요. EU 규제당국이 조사해보니, 사이버 공격에 충분한 안전 조치를 취하고 있는 IoT 기업은 절반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사이버 범죄로 인한 피해 규모는 지난해 6조 달러(약 8134조 원)에 육박했다고 해요.

벤처케피털 투자는 줄었지만
이처럼 IoT에 대한 보안 우려가 제기되고 관련 규제가 도입되고 있다 보니 이 분야에 도는 투자금이 당장은 줄어든 상태인데요. 그러나 IoT 자체가 하락세에 접어든 건 아니에요. 시장에서는 IoT 산업은 계속해서 성장할 거라고 내다봅니다.

그 첫 번째 근거는 이제 스마트홈에서 나아가 스마트빌딩, 스마트시티 등 갈수록 더 큰 공간에서 IoT를 통한 연결이 필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동안에는 가전제품처럼 작고 일상적인 분야에서 IoT가 발달했다면, 이제는 건물이나 공장, 도시처럼 큼직한 단위에서 다양한 온라인 연결이 보편화하는 것이죠. 바로 IIoT(Industrial IoT, 산업용 사물인터넷)라고 불리는 영역인데요.

IIoT는 제조, 물류, 유지 및 보수, 재고 관리 등 생산 및 유통의 전 분야에서 최적화와 효율화를 돕습니다. 공장이나 건설 기계에 IoT가 접목되면 기계가 스스로 정비가 필요한 시기를 감지하고 예측하죠. 화물 컨테이너에 IoT가 들어가면 컨테이너의 스마트 센서가 자동으로 온도를 조절하고요.

공장이나 도시를 돌아가게 만드는 기계들이 5G와 인공지능(AI) 및 머신러닝(ML)으로 연결되는 데에도 IoT가 연결고리 역할을 하게 됩니다. 최근 가장 유망한 분야로 손꼽히고 있는 스마트 공장, 스마트 도시 건설에 IoT는 필수 요소가 되는 것이죠. 퓨처 마켓 인사이트는 전 세계 산업용 IoT 시장 규모가 2021년 3230억 달러(약 438조 원)에서 연평균 12.2% 성장해 2032년에 1조 3000억 달러(약 1763조 원) 규모까지 커진다고 전망했습니다.

슈퍼마켓 등 소매업계에서 사용하는 리테일 IoT 역시 유망한 분야입니다. 인플레이션 상황이 지속하면서 소매업체들은 실시간 판매 및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는데, 이를 디지털로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한 IoT 기술 도입이 늘어날 전망이에요. IDC에 따르면 소매업계의 IoT 기술 지출은 2021년 550억 달러(약 74조 6000억 원)에서 올해 626억 달러(약 84조 9000억 원)로 늘어날 전망이며, 2026년 말에는 950억 달러(약 128조 8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내년이면 430억 개 장치가 IoT
IoT 분야의 성장성을 확신하는 두 번째 근거는 우리의 몸과 일상을 연결하는 기술의 발전입니다. 바로 헬스케어 영역이죠. 헬스케어에서 가장 유망하다고 손꼽히는 세부 분야는 스마트워치와 골전도 헤드셋 등 웨어러블 기기와 이를 활용한 원격진료입니다. 두 분야 모두 IoT가 필수적이죠. 

앞으로 우리는 식습관과 운동 정도 등 라이프스타일을 일상적으로 디지털 환경에 기록할 수 있게 되고, 이를 원격으로 전송해 건강 상태를 체크하거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아예 수술을 원격으로 집도하거나 뇌를 디지털로 연결하는 기술까지 개발되고 있죠. 시장조사업체 더비즈니스리서치컴퍼니에 따르면 헬스케어 IoT 시장 규모는 올해 약 1580억 달러(약 214조 원) 규모에서 연평균 22%씩 성장해 2026년 3546억 달러(약 48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이처럼 IoT는 계속해서 인류 사회의 연결고리로 확산할 전망입니다. 2023년이 되면 무려 430억 개 장치가 인터넷에 연결된다고 해요. 중국에서도 지난해 일부 도시에서 IoT 박람회를 성대하게 개최하는 등 관련 산업에 계속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 IoT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할 여지가 있답니다. 전 세계 IoT 시장 규모가 2029년에는 2조 5000억 달러(약 3390조 원)에 이를 거라는 전망도 나고 있는데요. 우리 일상 속에 앞으로 더 많은 IoT가 자리 잡을 거라는 것은 현재로서는 자명해 보입니다.

By 데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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