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용자가 오래 머무르는 소셜미디어

1. 레딧(Reddit)의 IPO, 2. 뉴미디어 합병, 3. 줄여야 하는 갭
2021년 12월 21일 화요일

오늘은 올해의 이슈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는 게임스탑(GameStop) 주식 열풍을 이끌었던 진원지인 소셜미디어 레딧(Reddit)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첫번째로 준비했고요. 한 때 뉴욕타임스도 위협했던 미국 뉴미디어들의 연이은 합병 소식은 무슨 의미가 있을지, 그리고 전체 생태계를 위해서도 여성 벤처 투자가 늘어야 하는 이유를 살펴볼게요.

[소셜미디어] #커뮤니티 #소셜미디어 #IPO
1. 기업공개하는 레딧, 무슨 서비스길래?
커뮤니티 기반의 소셜미디어 레딧이 2022년 초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에 나섰어요. 기밀유지(Confidential) 형태로 예비심사 청구를 진행한 상태예요. 그래서 총 주식 수, 초기 기업 가치평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요.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투자자 모집을 위해 투자설명서를 준비하며 몇 주 내 알려질 예정이라고 해요. 하지만 이렇게나 알려진 내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외신들은 앞다투어 레딧의 IPO 소식을 전하고 있어요. 

레딧은 미국에서 주로 사용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왜 이렇게 이슈인지 의아한 분들도 계실 텐데요. 올해 '게임스탑(GameStop)’이라는 회사로 대표되는 주식 투자 열풍의 중심에 놓이며 국내에서도 크게 알려졌어요. 이후에도 암호화폐를 비롯한 새로운 자산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주목을 받았고요. 하지만 레딧이 어떤 회사이고 서비스인지 아직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IPO를 앞둔 이 회사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볼게요.

올해 게임스탑 투자 열풍을 이끌었던 월스트리트베츠가 대표적인 커뮤니티이죠. 당연히 여전히 활발하고요. (이미지: 레딧 홈페이지) 
16살 된 소셜미디어의 현황은?
레딧은 2005년 문을 연 16년 차 회사예요. 미국의 온라인 커뮤니티 기반 소셜미디어로, 사용자들이 밈(meme)과 짤방 이미지, 영상과 사진, 텍스트, 웹페이지 링크 등 웹 콘텐츠를 공유하는 플랫폼이에요. 2006년 미디어 회사 콘데 나스트(Condé Nast)에 인수됐는데, 2011년 독립법인으로 분리됐어요. 총 10억 달러(약 1조 1,200억 원)의 벤처투자를 받았고 올해 8월 100억 달러(12조 원)의 기업 가치 평가를 받았어요. 10월에는 일별 활성 사용자(DAU) 5200만 명을 달성했어요. 

레딧의 비즈니스 모델은 세 가지예요. 우선 광고 모델이 있어요. 올해 2분기 광고수익으로 1억 달러(약 1200억 원)를 거뒀다고 발표했어요. 다음은 월 5.99달러(약 7천 원) 프리미엄 구독 모델이에요. 유료 구독자는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되고, 레딧의 프리미엄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으며, ‘레딧 코인(Reddit Coin)’ 700개를 받게 돼요. 레딧 코인 역시 또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이에요. 코인은 좋은 포스팅 또는 글을 남긴 사용자에게 선물로 증여할 수 있어요. 레딧은 유료 구독 및 코인 관련 지표를 아직 공개하지 않았어요. 

다른 소셜미디어와 뭔가 다른데
외신들은 레딧의 주요 경쟁사를 페이스북, 트위터, 스냅 등으로 언급해요. 하지만 운영방식이나 사용자의 이용방식은 많이 달라요. 레딧은 사용자들이 기본적으로 '커뮤니티'에 참여하기 위해서 접속하거든요. 그리고 이 커뮤니티를 ‘서브레딧(Subreddit)’이라고 하는데요. 올해 10월 기준 활성화된 서브레딧만 10만 개가 생겼어요. 주제는 정치, 종교, IT, 주식, 암호화폐, 과학, 영화, 게임, 음악, 책, 스포츠, 피트니스, 요리, 반려동물 등으로 다양하고요. 사용자들은 관심 있는 커뮤니티에서만 자유롭게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돼요. 다른 소셜미디어가 개인과 개인의 개별적인 연결에 집중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에요. 

수많은 콘텐츠가 사용자에게 보이는 방식은, 투표에 따릅니다. 레딧의 포스팅에는 업보트(Upvote, 좋아요)와 다운보트(Downvote, 별로예요) 버튼이 달려있어요. 업보트를 많이 받은 콘텐츠가 서브레딧의 상단에 표시되고요. 가장 많이 받으면 레딧의 첫 페이지 맨 위에 올라가요. 알고리듬에 따라 콘텐츠 배열이 개인화되는 다른 소셜미디어와는 다르지요. 

레딧 사용자가 다른 소셜미디어 사용자와 비교했을 때 조금 다른 점은 밈과 짤방을 유난히 많이 쓴다는 사실이에요. 사용자들 본인이 관심 있는 커뮤니티에서 유쾌한 밈을 사용하며 놀고 교류하다 보니 다른 소셜미디어에 비해 체류시간도 길어요. 쿼츠에 따르면 사용자가 한번 접속해서 머무는 시간이 평균적으로 페이스북은 10분 37초, 트위터는 6분, 레딧은 15분이었어요. 그만큼 레딧은 사용자 사이의 소통이 다양한 방법으로 활발하게 일어나는, 커뮤니티 중심의 소셜미디어라는 점을 알 수 있죠. 

다양한 커뮤니티 중심으로 운영되고, 사용자가 접속 후 머무는 시간이 길어요. (이미지: 레딧 홈페이지) 
소셜미디어의 책임도 다하려 하고
커뮤니티 기반의 소셜미디어다보니 사용자들은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기탄없이 이야기해요. 레딧도 표현의 자유를 매우 중요한 가치로 내세웠어요. 그러다 보니 사용자들은 레딧의 가장 큰 강점이 무한한 자유라고도 말했고요. 인터넷이라는 것 자체가 저마다의 주제로 사람들을 모으는 게시판으로 시작했으니, 레딧이 인터넷의 시작과 비슷하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그러나 이러한 자유는 커다란 그늘도 만들었어요. '자유'라는 명목으로 유해하고 선동적인 콘텐츠들도 공유되기 때문이에요. 물론 레딧은 엄격한 잣대로 그런 콘텐츠들을 거르고 있지만,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았어요. 이와 관련한 리스크가 늘 있고요. 대표적으로 전 CEO인 엘렌 파오(Ellen Pao)가 유해한 콘텐츠를 막으려다가 가장 인기 있는 질문 답변 서브레딧인 AMA(AskMeAnything)를 폐쇄하는 일이 있었는데요. 이때 구성원과 사용자, 특히 서브레딧을 주관하는 모더레이터들은 크게 반발했고, 엘렌 파오는 결국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어요.

현 CEO인 스티브 허프만(Steve Huffman) 역시 큰 사건을 마주했는데요. 2021년 1월 6일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미국의 국회의사당을 점거했을 때 레딧은 약 2천 개의 관련 커뮤니티를 닫았는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표현의 자유 침해이며 부당한 조치라고 비난했죠. 허프만 CEO는 이에 대해 “레딧은 절대적인 자유를 허용한다고 한 바 없으며 오프라인에서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보이는 커뮤니티 활동에는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는 내용을 가이드라인에 명시했다”라고 밝혔어요. 

레딧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위에 언급한 이슈들을 마주할 거예요. 커뮤니티의 활동 하나하나에 존재 가치가 달려 있는 소셜미디어이므로 이것이 운영 측면의 리스크가 될 수 있겠어요.

그래서 앞으로 집중할 비즈니스는?
결국 기업공개를 앞둔 회사이기 때문에 어떤 비즈니스에 집중하게 될지가 향후 성장성을 보여주는 힌트가 될텐데요. 최근 발표 내용에 따르면 크게 세가지 레딧토크(Reddit Talk), 숏폼 영상 서비스, 미국 외 국가에서의 확장이 핵심이에요. 레딧토크는 올 4월 론칭한 음성 소셜 서비스이고요. 클럽하우스와 비슷하지만, 지금은 서브레딧을 기반으로 운영돼요. 작년 12월에는 틱톡과 비슷한 숏폼 영상 플랫폼인 ‘덥스매쉬(Dubsmash)’를 인수했는데요. 올 11월 덥스매쉬를 닫고 레딧의 서비스로 흡수하겠다고 밝혔어요.

한편 레딧은 신규 서비스 출시만큼이나 새로운 시장 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어요. '내수용 서비스'를 탈피하기 위해서요. 올해 9월 기준 전체 사용자의 절반이 미국 사용자예요. 영국은 약 7.9%, 캐나다는 약 5.2%입니다. 여기서 해외 사용자 수를 더 늘리고 기반을 넓히기 위해 올해 캐나다, 호주, 독일에 사무실을 열었어요. 앞으로도 레딧은 특히 해외 서비스 운영에 집중할 거라고 하는데요. 기업공개 이후 계속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에서의 확장이 필수적으로 보여요.

레딧은 설립된 지 오래됐지만 지속적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고, 진출 국가 수를 늘려가며 커뮤니티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확장 가능성이 아직 클 것으로 보여요. 운영 측면의 리스크가 있고 이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한편 해외 시장에서 안착할지도 미지수지만요. 최근 화두인 암호화폐, 주식과 관련한 정보가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서브레딧에서 활발히 공유되고 있어서 커뮤니티의 힘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이고요. 그래서 한동안은 독보적인 커뮤니티 기반 소셜미디어로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도 예상됩니다.

By 메이
* 메이는 흥미로운 IT 이슈와 소셜미디어 관련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어요. (최근 이야기)
☕️ 어떤 서비스도 '레딧스럽게'
위에서도 언급한 레딧토크는 클럽하우스가 한창 인기일 때 출시됐어요. 당시 다른 소셜미디어들도 음성 소셜 서비스를 내놓았는데요. 레딧토크는 서브레딧을 기반으로 운영된다는 점이 독특했어요. 서브레딧을 운영하는 모더레이터만이 세션을 열고, 사람들을 초대하고, 운영하고, 닫을 수 있게 만들었거든요. 또 레딧만의 이모티콘, 서브레딧만의 상징 배경색, 아바타 등을 추가해서 다른 서비스들과 차별화했어요.

지금은 음성 소셜 서비스의 인기가 올해 초보다 수그러들었는데요. 레딧토크는 레딧만의 강점을 잘 살린 기능 중 하나로서 잘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레딧의 프로덕트 담당자는 "AMA와 같은 서브레딧에서 현직자, 전문가 등이 참여하여 질문 답변을 주고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서브레딧 사용자가 신뢰하는 모더레이터를 중심으로 레딧토크만의 긍정적인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어요. 

이렇게 레딧은 어떠한 서비스든 '레딧스럽게' 만들어요. 음성 소셜 서비스, 숏폼 영상 서비스 등 새로운 콘텐츠 형식을 레딧의 것으로 만들고, 고유의 스타일을 적용해 내놓는다는 점에서요. 본문에서도 언급한 덥스매쉬를 폐쇄하고 레딧으로 흡수해 버리는 모습도 그런 예로 볼 수 있어요.

[미디어] #한때잘나가던미디어 #인수합병 
2. '뉴'하지 않은 뉴미디어들의 빅딜
대표적인 뉴미디어 기업 복스 미디어(Vox Media)와 그룹 나인 미디어(Group Nine Media)가 한 식구가 됐어요. 지난주에 복스미디어가 그룹나인 미디어를 인수하는데 동의했거든요. 근래 디지털 미디어 업계는 합병 빅딜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뉴미디어 기업 간의 지속적인 합병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좋아요'가 아니라 '수익'을 찾아야 할 때.
일단 합병의 영향력은? 
복스 미디어는 미국의 유니콘 뉴미디어 기업이에요. 설명 저널리즘(Explanatory Journalism)을 표방하는 디지털 뉴스룸 복스(Vox), 음식을 다루는 이터(Eater), 집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루는 커브드(Curbed), 스포츠 네트워크인 SB 네이션(SB Nation), 대표적인 IT 미디어 더버지(The Verge) 등이 모두 복스미디어 소속이고요. 2019년에는 뉴욕 매거진을 인수하기도 했어요. 그룹 나인 미디어는 라이프스타일 웹사이트인 팝슈가(PopSugar)와 음식과 여행 이야기를 전하는 스릴리스트(Thrillist), 뉴스 미디어인 나우디스(NowThis), 동물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도도(The Dodo) 등 다양한 미디어를 운영하고 있고요. 

이렇게 다양한 미디어를 거느리고 있는 두 회사가 합병을 하게 되면 소셜미디어 팔로워는 약 3억 5000만 명, 월별 미디어 조회수는 약 60억 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광고 외에도 콘텐츠 라이센싱을 통한 수익도 큰 두 회사는 2022년 7억 달러(약 8400억 원) 이상의 매출과 1억 달러(약 1200억 원) 이상의 이익을 내면서 수익 구조도 견고해 질 것으로 보이고요. 두 회사가 합침으로 인해 거의 모든 분야의 뉴스 콘텐츠를 다루게 되고, 소셜미디어 영향력도 일단 외형상으로는 커지게 되죠.

빅딜이 계속되는 이유 
복스미디어와 그룹 나인의 합병뿐만 아니라 요즘 미디어 업계에서는 뉴미디어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계속되어 왔어요. 2006년에 창업해 뉴미디어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버즈피드(Buzzfeed)는 한국에서도 크게 성장했던 허프포스트(Huffpost)와 소위 MZ세대를 타겟하는 엔터테인먼트 미디어인 컴플렉스 네트워크(Complex Networks)를 인수했고요. 역시 대표적인 디지털 미디어로 성장했던 바이스 미디어(Vice Media)는 여성을 타겟하는 리파이너리29(Refinery29)를 인수했어요.

새로운 뉴스 문법으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디어 업계에서 가장 잘 나가던 (그리고 당시 ‘밀레니얼(MZ세대 아니고요)’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던) 디지털 미디어 기업들이 최근 들어 계속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이유는 둔화된 성장성 때문이에요. 이들은 기존의 언론사를 긴장하게 할 정도로 혁신적이고 새로운 미디어로 연이어 등장했지만, 대부분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만들지 못했어요.

주목받는 최근의 사례
이 중 대표적인 예가 버즈피드인데요. 등장과 함께 큰 임팩트를 만들며 '전 세계 미디어 시장의 파괴자’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광고 수익마저도 빅테크인 구글과 페이스북의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지면서 성장세가 둔화되었죠. 버즈피드는 최근 회사 가치를 15억 달러(약 1조 7900억 원)로 평가받은 후 상장을 했지만 기업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어요.
* 버즈피드는 상장 전인 2021년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51% 성장한 8,910만 달러(약 1060억 원)였고, 그중 광고 매출이 50%가 넘는 4,780만 달러(약 570억 원, 전년 대비 79% 성장)였어요. 실적상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어요.

현재로서는 디지털 미디어가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지 않고 실제로 수익을 증가시키기 위한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현실이죠. 이번 기업공개 당시 버즈피드는 2016년 투자 받을 때의 기업가치인 17억 달러(약 2조 300억 원)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고 기업가치가 더 커지리라는 기대도 크지 않았어요. 하지만 디지털 미디어 업계는 버즈피드가 상장 이후 어떻게든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 좋은 사례를 만들어주길 기대하고도 있어요.

뉴미디어가 다시 '뉴'해지려면
뉴욕타임스와 같은 대표적인 언론사들은 유료 구독제로의 전환을 안착 시켰고, 한편에서는 소위 크리에이터 경제가 커지는 흐름 속에 서브스택(Substack)처럼 작은 기업과 개인도 구독제를 운영하도록 해주는 플랫폼이 새로운 콘텐츠와 미디어를 만들어내며 함께 성장하고 있죠. 지금 뉴미디어 업체들은 합병을 통해 성장을 모색하고 있지만, 디지털 광고 수익에 크게 의존하는 현실에서 벗어나야 하는 상황이에요. 

복스 미디어와 버즈피드 모두 한 때 구글과 페이스북에게 광고 수익을 빼앗겨 힘들어하던 뉴욕타임스와 같은 미디어를 넘어 새로운 대형 미디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 받기도 했는데요. 이제는 이들이 수익을 꾸준히 창출할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해야 해요.
By 핀핀
* 핀핀은 커지는 크리에이터 경제의 흐름과 미디어/콘텐츠 분야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어요. (최근 이야기)
☕️ 한편 뉴욕타임스의 근황
뉴욕타임스는 한 번 결렬되었던 스포츠 미디어 스타트업인 디애슬레틱(The Athletic)의 인수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고 알려졌어요. 최근 뉴미디어 기업들의 통합은 우선 광고 사업의 규모를 키워 생존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면, 뉴욕타임스의 디애슬래틱 인수 논의는 구독제를 더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에요. 

뉴욕타임스는 지난 실적 발표를 기준으로 약 840만 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데요. 디애슬레틱은 작년을 기준으로 유료 구독자가 100만 명이라고 밝혔어요. 디지털 전환을 선언한 이후 2025년까지 1000만 명의 디지털 구독자를 모으겠다는 목표를 금새 달성할 수 있는 인수가 되죠.

[벤처캐피털] #스타트업 #여성창업가
3. 생태계를 위해서도 줄여야 하는 갭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이 우리의 삶을 크게 바꿔 놓았죠. 그중에서도 여성들의 경력이 남성에 비해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것 또한 주목을 받았는데요. 돌봄 노동이 더 많은 여성이 커리어를 그만두게 만들었고, 여성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직무에서는 더더욱 남성보다 여성의 일자리가 1.8배 취약했다는 컨설팅사 맥킨지의 분석도 눈에 띄었어요.

이런 흐름은 여성이 창업한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 투자에서도 나타났는데요. 최근 크런치베이스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19년에 2.8%였던 여성 창업자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2020년 2.3%로 떨어졌어요. 2.8%도 작은 수치이지만 이 수치가 사상 최고치였다는 점과 2019년 이후 벤처 투자가 전체적으로 증가해왔고, 투자 분야도 다양해졌는데 여성 창업자에 대한 투자 비율이 이렇게 낮아졌다는 결과를 업계에서는 놀랍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미국에서 여성 창업가들은 매년 증가하고 있고, 전체 기업의 40% 이상은 여성 리더가 운영해요.
투자가 적은 것이 왜 문제일까
이런 벤처 투자에서의 '젠더 갭(gender gap)’, 자금 쏠림 현상을 왜 문제라고 볼까요? 단순히 ‘여성 창업자에게도 더 투자해야 한다'는 선언적인 이야기는 아니에요. 실제로 지난 2019년을 기준으로 미국의 기업 중 42%는 여성 창업자 혹은 오너가 이끌고 있고, 2020년에는 남성보다 2배나 더 많은 여성이 창업을 했다고 하는데요. 창업자가 여성이기에 그들의 아이디어에 대한 잠재력이 저평가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것이에요.

실제로 투자자들이 때때로 성별에 따라 투자 결정을 하고, 여성 창업자들에게는 남성 창업자들에게는 안 하는 질문들을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는데요. 남성 임원이 있는지, 임신과 출산, 육아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서부터, 여성의 관점으로 발견한 시장의 문제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고요. 이와 더불어 여성 창업자를 '덜 진지하게' 보는 탓에, 좋은 투자 기회로 연결되지 않을 때가 많다고도 전하고 있어요.

미국 카우프만 펠로우스(Kauffman Fellows)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 창업자의 스타트업은 2.5배 많은 여성을 채용한다고 하고, 여성 창업자와 임원까지 있는 곳의 경우에는 6배 많은 여성을 채용한다고 해요. 고용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죠. 투자사 스스로도, 투자 의사 결정에서 젠더 다양성을 고려하는 것이 수익성 측면에서도 좋아요. 여성이 창업한 스타트업의 경우, 벤처 투자사에서 투자한 1달러 당 78%의 수익을 창출하는 반면, 남성이 창업한 기업은 31%를 창출한다고 해요.

여전히 부족한 여성 투자자 
따라서 고용 생태계 문제나, 젠더 다양성의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투자사 입장에서는 수익률을 위해서, 더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여성 창업자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 더 큰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에요. 그렇다면 현재 투자 갭이 점점 더 벌어지는 문제는 어떻게 풀 수 있을까요? 

업계에서는 투자 갭의 가장 큰 원인으로 ‘투자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하는 여성 투자자가 여전히 적은 것’을 꼽고 있어요. 세계적으로 최신 테크와 산업 트렌드를 이끌어온 미국 벤처투자 업계는 여전히 “남자들의 클럽(boys’ club)"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성이 적은 분야 중 하나예요. 벤처 투자사의 의사결정자 중 약 12%만이 여성이고요. 대부분이 아직도 여성 파트너가 한 명도 없다고 해요. 그리고 여성 파트너가 있는 곳 중에서도, 2.4%만이 창립 파트너(founding partner)이거든요. 

여성 투자자가 여성 창업자에게 투자할 가능성은 최대 3배 높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 따르면 "벤처 투자사에서 여성 파트너 비율을 늘렸을 때 수익률이 9.7% 증가하고, 전체 펀드 수익이 매년 1.5% 급증했다"라고 하니, 여성 창업자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여성 투자자가 나타나야 하기도 하는 것이죠.

여성을 돕는 여성들의 투자
그래도 다행인 점은 글로벌 벤처 투자 업계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직접, 여성에게 더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흐름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에요. 대표적인 사례를 몇 개 꼽아보자면요.
  • 2018년에 만들어진 이니셔티브인 '비욘드더빌리언(Beyond The Billion)'이 대표적인데요. 젠더 투자 갭을 줄이기 위해서 만든 벤처 펀드의 글로벌 컨소시엄이예요. 이 컨소시엄은 여성이 창업한 스타트업에 10억 달러(약 1조 2000억 원)를 투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론칭 후 9개월 만에 86개 펀드가 이 목표에 동참해 지난해 말까지 약 6억 3800만 달러(약 7610억 원)를 투자했어요. 또 같은 기간 동안 479개의 포트폴리오사가 40억 달러(약 4조 7700억 원)의 추가 투자를 유치했고요.
  • 최근 독일에서는 여성 창업 스타트업에만 투자하겠다는 첫 벤처 캐피탈, 악소(Auxxo)가 등장했어요. 베를린을 기반으로 한 이 투자사의 60%가 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벤처 투자 영역에 여성 투자자가 더 많아져야 여성 창업자도 충분한 자본을 확보할 수 있다"라고 밝혔고요.
  •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벤처캐피털인 더펀드(The Fund)는 시드 스테이지에 투자할 여성 투자자와 기업가 커뮤니티를 모아 The Fund XX라는 새로운 엔젤 투자 펀드를 조성한다고도 10월에 밝혔어요. 여성이 주도하며, 여성이 CEO인 회사에 투자하는데 특화한 펀드를 만들겠다고요.

최근 몇 년 사이 이렇게 여성 창업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다는 펀드가 속속 나타나는 것은 향후 생태계가 더욱 다양해지는 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에요. 이런 움직임들이 모여 현재의 통계가 보여주는 쏠림 현상이 서서히 해소되고, 나아가 여성 창업가가 이끄는 유니콘도 더 많이 탄생하는 바탕이 될 수 있겠죠. 그런 시작이 되길 기대도 하고요.
By 스텔라
* 스텔라는 벤처캐피털 동향과 대체 식품 등의 기후테크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어요. (최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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