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연준과 제롬 파월의 이유


[부엉이의 차트피셜] 내년에도 대출금리가 오를까?
지난밤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렸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또 한 번 0.75%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로 했는데요. 이제 4.00%에 이르렀고, 12월에 또 한 차례 인상이 예상되면서 4.50% 이상에도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기준금리는 무슨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경제를 이루는 모두에게 큰 영향을 끼치지만, 금리와 채권 시장은 어렵습니다. 이해하고 따라가기 위해서는 여러 지표를 복합적으로 살펴봐야 하고, 이 지표들이 이루는 차트를 짚어볼 수 있다면 좋은데요. 오늘 전해드리는 새로운 롱폼 아티클인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최근 금리 인상과 채권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차트를 통해 하나씩 짚고, 연준이 계속 금리를 올리는 이유를 살펴봅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금리와 채권의 상관관계, 지금 금리를 계속 올리는 이유, 그리고 최근 일어난 여러 경제 이슈에 대한 이해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모두에게 가장 익숙한 이름이 되어가는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 의장과 연준이 과거의 어떤 사례를 들어 지금 결정을 내리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상황도 가늠해 볼 수 있어요. 차근히 짚어보면서 읽어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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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는 새롭게 시작하는 이야기의 '긴' 미리보기인데요. 미리보기로도 좋은 이야기 얻어가실 수 있어요! :) 

[부엉이의 차트피셜]도 매월 1회 찾아옵니다. 커피팟에 처음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부엉이가 모두에게 친숙하지만은 않은, 하지만 누구에게나 중요한 금리와 채권 시장의 이야기를 주요 지표와 차트를 기반으로 풀어 전해드릴 예정이에요.

[부엉이의 차트피셜]
미 연준과 제롬 파월의 이유
feat. 내년에도 대출금리가 오를까?

"OO 고객님 안녕하세요. 10월 신용 대출금리가 6.10%로 산정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필자는 거래 은행으로부터 받은 문자 한 통에 깜짝 놀랐다. 신용 대출금리가 7월 4.00%에서 10월 6.10%로 3개월 만에 2% 넘게 오른 것이다. 한국은행이 8월과 10월에 기준금리를 각각 0.25%, 0.50%씩 총 0.75%를 올렸기 때문에 대출금리 상승은 필연이었다. 

하지만 2% 넘는 대출금리 상승은 채권 투자를 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에게도 예상을 넘는 숫자였다. 신용대출을 처음 받았던 2021년 5월 대출금리는 2%대였다. 불과 1년 사이 이자 비용이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자, 아래 차트를 우선 한번 보자.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가 셧다운되다시피 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기준금리를 0.0~0.25%로 긴급으로 급격히 인하했다. 한국은행도 연이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수준인 0.5%로 인하했다.

그 후 1년 이상 기준금리 동결이 이어졌으나 한국은행이 2021년 8월 선진국 중 가장 먼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그리고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도 금리는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차트1. 미국, 한국, 유럽의 기준금리 추이 (데이터 출처: 블룸버그)

금리 인상의 연쇄 작용

1년 사이 금리가 왜 이렇게 많이 올랐을까? 우선 각국 중앙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사상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인상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기준금리를 2022년 3월 0.25%에서 11월 3.75~4.00%까지 올렸다. 12월에도 각각 0.50%~0.75%가량 올리겠다고 이미 예고한 상황이라 연말 미국 기준금리는 4.5%를 넘어설 수 있다.

한국은행은 미국보다도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2021년 8월에 0.75%로 첫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해서 2022년 10월에 3%까지 인상했다. 최근 금리 인상 속도는 유례가 없는 수준이다.

지난 30년 동안 미국이 금리를 가장 가파르게 올린 1994년에는 3.0%에서 6.0%로 올렸다. 상승 폭은 비슷하지만 경제 주체가 부담하는 이자 비용 부담은 올해가 훨씬 무겁다. 1994년에는 이자 비용이 고작 두 배 높아졌지만, 올해는 제로 수준에서 4%까지 올린 터라 이자 비용 증가는 몇 배에 달할 것이다.

또, 은행이 부담하는 가산금리가 가파르게 올랐다. 은행이 기업과 개인에게 대출하는 자금의 원천은 예금과 채권이다. 예금 금리뿐만 아니라 은행이 발행하는 채권(이하 은행채)에 가산되는 금리가 크게 상승했다.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이 발행하는 은행채는 신용평가사에서 AAA 등급을 부여하는 매우 안전한 채권이다.  

부도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낮은 금리에도 은행채에 투자한다. 은행채 금리는 국고채보다 평균적으로 0.20% 높은 수준에 거래되었다. 예를 들어, 3년 국고채 금리가 3%일 때 은행들은 3년 은행채를 3.20% 수준에 발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반기부터 증시가 하락하고 회사채 가산금리도 오르기 시작했다. 하반기에는 투자자들이 주식, 회사채 가릴 것 없이 외면하면서 은행채 가산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10월 30일 국고채 3년 대비 은행채 3년 가산금리는 0.98%이다. 은행의 조달금리 상승은 대출금리에 그대로 전가된다. 

요약하면 기준금리 상승에 더해서 은행채 가산금리도 크게 올랐기 때문에 채무자가 부담하는 대출금리 상승 폭은 훨씬 컸다. 

아래 차트를 보면 지난 1년 사이에 국고채 대비해 은행채와 회사채 모두 금리 차이가 가파르게 벌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차트2. 은행채/회사채 가산금리 추이 (산출 방식: 은행채/회사채 금리 - 국고채 금리 = 은행채/회사채 가산금리
경제위기로 은행 건전성이 우려되는 경우 혹은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으로 채권 거래가 어려운 경우에는 국고채 금리 대비 은행채 금리가 크게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현재 국고채 대비 은행채 가산금리는 2008년 금융위기를 제외하면 비교 대상이 없는 높은 수준이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부담을 느끼는 것은 가계만이 아니다. 일부 국가와 한계 기업들도 금리 상승으로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선 국가 재정이 부실한 파키스탄, 스리랑카, 이집트가 올해 차례로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해당 국가들은 외채가 누적되던 와중에 금리까지 오르면서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민간에서는 부동산 개발업과 금융업 등 전통적으로 부채를 많이 쓰는 업종이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에서는 작년부터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연쇄 도산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아파트 건설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막대한 자금을 차입하였으나, 해외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외화 표시 채권에 대해 이자를 갚지 못했다. 

국내에서도 이로 인한 영향을 받았다. 최근 큰 이슈가 된 레고랜드 사업이다. 강원도가 사업 조성을 위해 발행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 증권에 대해 지급보증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 노출이 큰 일부 증권사와 여신전문업체(신용카드사, 캐피탈사 등)의 채권 금리가 급등하는 등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를 되짚어 본 대응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가계, 국가, 기업 모든 주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중앙은행(특히 연방준비은행)은 왜 이렇게 금리를 올리려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방준비제도 의장(이하 파월 의장)은 "지금 빨리 금리를 올려서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이롭기 때문" 이라고 답했다.

그에 따르면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에 실패해서 사람들의 물가 상승 시대가 항구적으로 높아지면 사회가 물가 상승의 악순환에서 탈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물가가 높은 수준에서 방치되면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이 큰 타격을 받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물가를 법으로 명시한 2% 수준에서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연초 이후 대부분의 나라에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치솟으면서 중앙은행의 관리 수준을 벗어났다.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 9월 8.5%로 40년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60년대 중반까지 2% 이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으나, 재정지출 확대 등으로 1966년부터 3%를 넘어 상승하기 시작했다. 1960~1970년대 연방준비은행이 통화 긴축에 적극적이지 않은 탓에 1970년대 후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통제를 벗어났다. 

아래 차트를 보면 1979년 부임한 폴 볼커(Paul Volcker)* 연준 의장이 적극적으로 통화를 긴축하여 1980년대 중반 이후 물가 안정에 성공한다. 볼커 의장 이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대체로 연준의 목표 수준인 2% 내외에서 안정되었다가 2021년 이후 급등하였다.
* 참고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만든 미국 은행 자산운용 규제책인 '볼커 룰(Volcker Rule)'의 그 볼커이다.
차트 3.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데이터 출처: 블룸버그)
유례없는 인상은 아니고
연준이 기준금리를 적극적으로 올리지 않은 탓에 전세계에 인플레이션이라는 병마를 뿌렸던 1970년대의 실수를 돌아보자. 누적된 재정지출 확대와 베트남 전쟁 비용 탓에 이미 1960년대부터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하지만 물가 상승보다 경기 둔화를 우려한 아서 번스(Arthur Burns) 연준 의장(1970~1978년 재임)은 통화 긴축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물가 상승에 발맞추어 금리를 찔끔찔끔 올렸으나, 1970년대의 극심한 달러 약세와 국제유가 폭등에 맞서려면 금리를 더 공격적으로 올렸어야 했다.

많은 사람이 중동 전쟁과 석유수출기구(OPEC)의 원유 가격 인상 탓에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다고 기억한다. 하지만 폴 볼커 연준 의장(1979~1987년 재임)의 자서전에 따르면 1970년대 물가 상승의 근본 원인은 미국 정부가 장기간 방만한 재정과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한 탓에 금태환 제도 유지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은 달러 가치를 금 1온스(OZ)당 35달러에 고정시켜두고, 타국 정부가 달러를 가져오면 금으로 바꿔 주었다.

하지만 시중에 점점 더 많은 달러가 풀리면서 몇몇 국가들이 미국 정부의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는) 태환 능력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결국 프랑스가 선제적으로 달러를 금으로 바꾸기 시작하면서, 다급해진 다른 나라들도 보유한 달러를 금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금이 고갈될 것을 우려한 닉슨 대통령은 더 이상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금의 속박에서 풀려난 달러 가치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자 달러로 원유를 결제하던 산유국들의 수입이 감소했다. 산유국이 구매력을 보존하려면 원유 가격을 인상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결국 세계 경제는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을 동반한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든다. 후임인 폴 볼커 연준 의장은 극약처방으로 물가 상승을 간신히 제압한다. 기준금리를 11.5%까지 올려서 달러 가치를 방어함과 동시에 실업률이 상승했고, 경기침체를 유발한 것이다.

폴 볼커의 극약처방으로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나, 그 대가로 기업들이 도산하고 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었다. 1970년대 초중반에 조금 더 빨리 금리를 올렸다면, 더 적은 비용을 치르고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차트4. 미국 기준금리 및 실업률 추이 (데이터 출처: 블룸버그)
폴 볼커 연준 의장의 적극적인 통화긴축으로 미국 경제는 침체에 빠진다. 미국 실업률은 1980년 3월 6.3%에서 1983년 3월 10.3%까지 상승했다.
파웰 의장은 과거 연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한다.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더 높이 들기 전에 경제에 다소 부담을 주더라도 금리를 빨리 올리려는 것이다. 기준금리를 2021년부터 올렸어야 했다는 연준 내부의 비판도 의장을 채찍질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연준이 경기침체를 유발할 때까지 금리를 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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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부엉이는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채권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현재 자산운용사에서 채권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채권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가치투자에도 관심이 많다. 워런 버핏의 열렬한 추종자로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를 2차례 방문하고 다수의 관련 기고도 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매월 1회 찾아옵니다. 모두에게 친숙하지만은 않은, 하지만 누구에게나 중요한 금리와 채권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주요 지표와 차트를 기반으로 풀어드릴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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