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파산하는 날 시나리오

[부엉이의 차트피셜] 7화. 만약 일시적으로라도 그렇게 된다면
미국 재무장관인 자넷 옐런은 최근 미 의회에 지속해서 부채한도 상향 합의를 촉구해 왔습니다. 만약 미 의회가 이르면 디폴트 시한인 6월 1일 전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일시적으로라도 미국이 돈이 있어도 부채를 못 갚는 '기술적 디폴트(Technical Default)'에 빠진다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면서요.

미국 연방 정부는 지난 1월에 부채한도 협상 시한을 넘겼을 당시부터, 지출 유예 등의 '특별 조치'로 버틸 수 있는 6월 초까지 밖에 시간이 없다는 경고를 꾸준히 해왔죠. 당시에 전해드린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대혼돈의 미국, 디폴츠 정국의 종착지는?은 합의가 쉽지 않을 상황과 그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혼란을 거시적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4개월 가까운 시간이 지나 부채한도 협상이 시한 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이제는 마음을 졸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는데요.

오늘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미국에서 자넷 옐런을 필두로 경고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는 가운데, 만약 미국이 일시적으로나마 '파산'을 하게 된다면 일어날 수 있는 일 그리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런 소모적인 부채한도 협상이 자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지를 살펴봅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 7화.
미국이 파산하는 날 시나리오
미국 채권은 안전자산이라는 가정
미국 연방 정부가 파산하는 경우를 상상할 수 있을까? 

미국 정부가 발행하고 원리금 지급을 보증한 채권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진다. 미국의 강한 군사력은 타국의 물리적 위협으로부터 채권자를 보호한다. 또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유동성이 깊은 금융 시장을 가지고 있다. 가장 큰 경제, 강한 국방력, 발달한 금융 시장을 기반으로 미국 정부는 글로벌 투자자를 상대로 원하는 만큼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

다양한 수요자들이 미국 국채를 필요로 한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외환 보유고 대부분을 미국 국채로 보유한다. 한국은행은 약 4260억 달러(약 565조 원, 2023년 5월 기준)의 외환 보유고 중 70%를 미국채, 미국 정부보증 모기지 채권 등 달러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또, 연기금과 보험사들은 안정적인 장기 현금흐름 확보를 위해 자산의 상당 부분을 미국 국채와 미국 정부가 보증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채권에 투자한다. 미국 국채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경제위기 때 수요가 증가한다.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에도 안전한 도피처를 찾는 수요가 미국채로 몰려들었다.

부채가 걷잡을 수 없이 누적되고, 재정 적자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미국 정부도 파산할 수 있다. 하지만 GDP 대비 정부 부채가 260%를 넘어선 일본 정부도 문제없이 채권을 발행한다. 미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는 2022년 말 기준 120%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다

미국 정부의 신용등급은 AAA*로 최고 등급을 부여받았다. 부도 가능성을 반영하는 CDS 프리미엄**을 보면 미국의 지난 10년간 CDS 프리미엄은 10~50bp 내외로 투자자들이 보는 미국의 부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 참고로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50%로 상대적으로 더 건전한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은 AA- 이다. 무디스와 Fitch는 미국 정부에 AAA 등급을 부여하고 있으며, S&P글로벌은 2011년 미국국가 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등급 강등한 바 있다.
** CDS프리미엄: 채권에 대한 보증보험을 대가로 채권자가 제3의 금융회사에 지불하는 보험료. 부도 가능성이 높을수록 보험료(CDS 프리미엄)가 높다
미국 정부의 파산 가능성은 있어도 미국 채권은 어쨌든 안전자산이다.
커지는 '기술적 디폴트' 걱정
지난 5월 2일 자넷 옐런(Janet Yellen) 미국 재무장관은 이르면 오는 6월 1일에 연방 정부가 채권 원리금을 갚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의회예산국(CBO, Congressional Budget Office)의 최근 추정치는 이르면 7월 중 미국 정부가 파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정부는 신용등급 AAA의 초우량 채무자인데 어째서 채무불이행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일까?

미국 연방 정부가 올해 1월 이후로 국가 채무를 늘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법으로 정해진 액수(부채한도)까지 부채를 발행할 수 있는데, 2023년 1월 19일부로 부채한도에 도달했다. 추가적으로 채권을 발행할 수 없기 때문에 재무부는 기금 재원을 활용하고 재무부 현금 잔고를 소진하는 방식으로 원리금 지급과 정부 지출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임시 수단도 곧 고갈될 예정이다.

비상 자금이 완전히 소진되기 전에 의회가 부채한도를 늘려주지 않으면 미국 정부도 의도치 않게 채무를 불이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근데 부채한도를 둘러싼 의회의 불협화음은 계속되고 있다.

물론 양당은 미국 정부가 일시적이라도 채무를 불이행할 때 발생할 재난적 결과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부채한도 상향 법안은 반드시 통과될 것이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쪽 모두 미국을 파산시킬 의도는 없다. 

하지만 현재 하원의장 케빈 매카시를 중심으로 한 공화당은 여당인 민주당에 정부 지출 삭감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카드로 부채한도 협상을 활용하고 있다. 재량적 지출(Discretionary spending)을 삭감하지 않으면 부채한도 인상에 합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공화당이 수적으로 우위인 하원은 정부의 재량적 지출을 2022년 수준으로 축소하고, 향후 10년간 연간 재정 지출 증가율을 (인플레이션보다 낮은) 1%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출 축소의 대가로 부채한도는 2024년 3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1조 5000억 달러(약 1986조 원) 상향된다.

민주당이 우위에 있는 상원은 공화당이 통과시킨 법안을 거부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조건 없는 부채한도 상향을 주장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채한도와 재정 지출을 분리해서 협상할 것을 요구했다.

부채한도 협상 진행은 아래와 같은 단계를 넘어야 하는데 간단치가 않을 전망이다.

  1. 대표자(하원의장 맥카시)가 법안을 발의하여 하원의 단순 과반 동의로 통과
  2. 상원에서 표결 진행, 상원 과반의 동의로 법안 통과
  3. 상원 통과 후 위원회(하원 및 상원 의원으로 구성)는 최종 법안 도출
  4. 대통령이 10일 내에 등록된 최종 법안에 서명하여 법안 시행

재무장관이 경고한 채무 불이행 예정일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양당이 팽팽히 맞서면서, (여전히 가능성은 낮지만) 모두가 원치 않는 미국 정부의 '기술적 디폴트(Technical Default)'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만의 하나라도 미국 정부가 채무를 불이행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기술적 디폴트가 잠시 와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양당의 타협 속도가 중요하다.
디폴트 상황이 실제 발생한다면
먼저 부채한도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고, 디폴트 후 발생할 재앙적 결과들을 예상해 보자. 이제는 골치를 아프게 하는 미국 부채한도가 어떻게 도입되었는지부터 짚고 넘어가면서. 

1) 미국 부채한도가 설정된 이유는?
부채한도는 법으로 정해진 미국 연방 정부가 차입할 수 있는 금액의 한계를 의미한다. 부채한도는 1917년에 처음으로 법으로 제정되었고, 당시 한도는 115억 달러(약 15조 2300억 원)였다. 이후 부채한도는 100회 이상 상향 조정되어 현재 한도는 2021년 12월 15일에 통과된 법안에 따른 31조 4000억 달러(약 4경 1579조 원)다.

부채한도는 채권 발행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제정됐다(발행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다). 부채한도가 설정되기 이전에 재무부는 정부채 발행 시마다 의회의 승인을 득해야 했는데, 이러한 비효율을 개선하고자 부채한도를 설정하고 정해진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발행하게 했다. 

문제는 미국 정부의 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한도에 도달하는 경우도 빈번하면서 발생했다. 당초 국채 발행을 돕기 위해 제정되었으나, 부채한도 협상이 정쟁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면서 의도치 않게 국가 파산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되었다.
미국 부채한도 상향의 역사는 길다. (자료: CRFB(연방예산위원회))
2) 부채한도에 도달하면 정부는 파산하나?
부채한도에 도달해도 정부는 파산하지는 않는다. 정부는 채무의 원리금을 지급하기 위해 추가적인 채권을 발행할 수 있고, 세금 수입이 충분한 경우에는 흑자 재정으로 부채를 갚을 수도 있다. 지금처럼 부채한도 때문에 추가 차입이 어렵고, 재정 적자 때문에 갚을 수도 없는 상황이 오면 재무부는 '특별 조치(Extraordinary Measure)'를 통해 부채 규모를 늘리지 않고 재원을 조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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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부엉이는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채권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현재 자산운용사에서 채권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채권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가치투자에도 관심이 많다. 워런 버핏의 열렬한 추종자로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를 2차례 방문하고 다수의 관련 기고도 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매월 1회 찾아옵니다. 친숙하지만은 않은, 하지만 누구에게나 중요한 금리와 채권 시장을 비롯한 금융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주요 지표와 차트를 기반으로 풀어드릴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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