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세점은 이제 본 기능을 회복할까?

[조디의 리테일 우화] 5화. 글로벌 면세 시장과 따이공 이후의 한국 면세점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이후 해외여행이 완전히 회복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미 5월과 6월의 연휴 그리고 이어질 여름 휴가철을 맞이하여 해외여행은 급증하는 중인데요. 면세 사업도 이에 맞춰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중입니다.

다만, 한국의 면세 사업자들은 팬데믹 동안에 매출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중국의 보따리상 '따이공'들에게서 더는 이전과 같은 매출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습니다. 루이비통과 같은 글로벌 럭셔리 사업자들이 차익 거래 시장에 제동을 걸기 위해 나서고, 중국의 면세 사업자가 급성장하는 등 시장 상황은 급변하는 중입니다.

글로벌 면세 시장에서 한국의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큽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성장하는 사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차익 거래를 하기 위해 물건을 '떼가는' 보따리상에 의지하지 않고 본 기능을 회복하는 정상적인 시장에서 다시 사업을 정상화해야 하죠.

이들 앞에는 어떤 과제가 놓여있을까요? 그리고 앞으로 '정상적인' 성장을 이어가는 것이 왜 더 중요할까요? 오늘 [조디의 리테일 우화]는 본 기능을 회복해야 하는 면세 시장의 현황과 이를 운영하는 한국 유통 사업자들의 현재까지 짚어봅니다. 

여행철을 맞이해 면세점과 관련 시장이 새롭게 보일 이야기에요 :)

[조디의 리테일 우화] 5화.
면세점은 이제 본 기능을 회복할까?
글로벌 면세 시장과 따이공 이후의 한국 면세점 
본격적인 여행 시즌이 돌아왔다. '듀티 프리'와 '택스 프리'를 구분할 시기이기도 하다.
면세점, 여행길의 설렘 한 스푼 더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사람은 한 해 3300만명에 달한다(2019년 기준). 출국 시 보안 검색대와 출국 심사대를 통과하면 맞이하는 공간이 바로 면세점이다. 설레는 해외 여행길, 비행기 탑승 전 남은 시간에 여유 있게 쇼핑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면세점이다. 여행길이 아니더라도 출국 전 시간을 보내는 출국장은 대부분 화려한 브랜드 상점들이 즐비한 면세점으로 채워져 있다.

면세점은 듀티 프리(Duty Free)와 택스 프리(Tax Free(Tax Refund))로 구분된다. 듀티 프리는 관세와 소비세(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주세, 담배세 등)가 모두 면세되며 택스 프리는 부가가치세와 개별 소비세가 면세되는 것을 의미한다.

가끔 우리나라 시내 혹은 해외여행 중에 간혹 상점 앞에 'Tax Free(Tax Refund)'라고 적혀있는 곳을 볼 수 있는데 이 상점들도 면세를 해주기 때문에 우리가 모두 면세점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전에 관세와 소비세가 면제된 듀티 프리와 엄연히 구별된다. 

택스 프리의 경우 일단 세금을 포함한 가격을 지불한 후 영수증을 가지고 공항이나 상점 내 환급 카운터에서 출국 전에 환급 신청을 해야만 소비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 환급 절차는 해당국을 방문 중인 외국인만 가능하고 사후에 진행된다고 해서 이른바 '사후 면세점'이라고 부르며 그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사전에 면세가 되었다고 해서 듀티 프리를 '사전  면세점'이라고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시내 면세점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듀티 프리 중심으로 발달해 있으며 해외 시내점은 택스 프리 매장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국 면세점은 전통의 유통 사업자이자 호텔 사업자들이 사업을 확대해 왔다.
면세점은 일반 유통과 어떻게 다를까?
우리나라 면세점은 외국인 및 외교관을 위한 시내면세점을 롯데면세점이 1980년에 소공동 롯데호텔에 1호점을 개점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모두가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고, 출국하는 내국인에 한해 여권 확인 후 출입을 허가했다고 한다. 이후 1986년에 장충동 신라호텔 내 시내 면세점 2호점이 개점했다.

면세 유통은 한국 로컬 브랜드와 일부 명품의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기본적으로 직매입 시스템에 기초하는바, 한국 백화점의 수수료 기반의 수익 모델과 완전히 차별화되는 특징을 보인다. 참고로 백화점은 상품을 직매입하지 않고 위탁받아 판매하고 판매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수취하는 수익 모델이다. 재고는 입점 업체에게 귀속된다.

상품 재고를 사업자가 직매입한 뒤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보니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 역량이 되는 특성을 가진다. 규모의 경제가 확보된 경우, 구매 규모 확대에 따라 바잉 파워가 커지면서 원가율이 하락하고 소비자에게 제품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면세점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요소로 핵심 브랜드 유치 여부, 즉 머천다이징(merchandising) 역량을 꼽을 수 있다. 시내점의 경우 점포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유치가 필수인데 일부 럭셔리 기업들은 매출이 일정 수준을 상회하는 대형 점포이거나 성장성이 뚜렷한 점포가 아닌 이상 새로 오픈한 면세점에는 입점하려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신생 면세점은 고가의 럭셔리 브랜드 유치에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 대표적인 예로 지난 2011년 호텔신라가 인천공항 면세점에 루이비통 매장을 오픈한 게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루이비통은 공항 출국장 면세점에 입점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한국 인천공항 면세점에 입점한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당시 1위 사업자인 롯데면세점을 제치고 루이비통을 입점시킨 호텔신라의 브랜드 협상력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였다. 핵심 브랜드 라인업 구축은 면세점이 성장하는 토대가 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 확보를 위해서라도 면세업에서 성공을 위한 필수 요소이다.

면세업과 기존 유통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잠재고객 기반이다. 백화점과 할인점 등 전통적인 모델은 인구 밀집 지역에 출점한 뒤 입지적 강점을 중심으로 인근 소비 수요를 흡수하며 성장한다. 이 때문에 입지와 주변 상권의 경쟁 구도가 전통 유통업의 출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반면 면세점은 일반 소비자에게 자유롭게 오픈된 채널이 아니고 근래에 해외여행 일정이 확정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제한된 쇼핑 장소이다. 즉, 여행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유통업체의 역량과 무관하기 때문에 소비자 기반을 자력으로 영위하는 사업 모델이 아니다.
글로벌 면세 사업자 연도별 매출 순위(데이터: Moodie Davitt Report, 단위: 백만 유로)
늘 1위였던 스위스의 듀프리(Dufry)는 공항에 사업이 집중되어 있어 팬데믹 이후 추락했고, 중국의 CTG가 급부상했다. 롯데와 신라도 비교적 잘 버텼다.
글로벌 경쟁이 벌어지는 면세 산업
글로벌 면세 산업은 2010년 초까지만 해도 세계 각지 공항에 먼저 진출한 유럽과 미국 기업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글로벌 면세사업자 1위 기업은 스위스의 듀프리(Dufry)로 동사는 팬데믹 이전 줄곧 글로벌 면세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였다.

듀프리는 1865년 공항, 항만, 크루즈, 기차역 등지에서 여행객들을 위한 상점 운영을 시작으로 1952년에 면세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유럽과 미주 대륙을 근거지로 하며 공항 매출액이 전체의 91%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보니 팬데믹 동안 가장 피해가 컸지만 2022년 공항들의 정상화로 (공항 매출액이 2019년의 81%까지 회복하면서) 팬데믹 동안 4위로 추락했던 순위가 2022년에 다시 2위까지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듀프리가 절대 1위를 수성하던 2013~2019년 기간에 아시아 면세점들이 대약진한다. 이 시기부터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가까운 인접국인 우리나라의 면세점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게 되었다.

2013년 글로벌 4위에 머물렀던 롯데면세점이 2015년 3위, 2016년에는 2위에 오른다. 신라면세점도 2013년 8위에서 2015년 6위로 올라서고, 이후 2018년에는 3위로 등극하게 된다.

우리나라 입국자 수는 2010년대 초 1000만~1100만 명에서 2015년 1323만 명, 2016년 1724만 명으로 증가했는데 중국인 입국자 수는 2010년대 초 200만 명대에서 2015년 598만 명, 그리고 2016년 807만 명으로 급격히 증가한다. 국내 면세 산업이 중국인들의 소비에 의해 성장했다고 유추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한국 면세점만 성장한 것이 아니었다. 중국 정부가 중국인의 해외 소비를 자국 내로 회귀시키기 위해 면세 사업에 대한 투자를 본격적으로 단행하였는데 이 때 등장한 기업이 CTG-Duty Free(China Tourism Group-Duty Free, 中國中免)이다. 중국 여유그룹이 지분을 53% 보유한 국유 기업이며, 중국 내 점유율이 약 86%이다.

CTG는 팬데믹 동안 중국 정부의 주도하에 다수 면세 사업자를 인수하면서 급속도로 성장하였고 팬데믹을 거치면서 대표 관광지인 하이난섬 면세점의 빠른 성장과 해외 면세사업자들의 성장 둔화로 팬데믹 이전 글로벌 랭킹 4위에서 이후 1위로 부상하게 된다. 

팬데믹 동안 공항점을 중심으로 발달한 서구권의 면세 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것과는 달리 한국은 시내 면세점 덕분에 상대적으로 피해가 크지 않았다. 중국의 경우는 하이난섬 면세점 덕분에 오히려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팬데믹 이전 대비 국내 면세 시장 규모(데이터: 인천공항공사, 한국면세점협회)
2019년 대비 방한한 외국인 비중은 크게 줄었는데, 면세 시장 규모는 그리 크게 줄지 않았다. 이게 모두 중국 '따이공' 덕분이다.
차익 거래의 공급처가 되어버린 한국 면세점
그렇다면 팬데믹 동안에 한국의 시내 면세점의 주 고객은 누구였을까?

2020년과 2021년 방한 입국자 수는 2019년 1750만 명의 14%와 6%에 불과한 250만 명과 97만 명에 그쳤다. 그러나 2020년, 2021년 국내 면세점 총매출액은 2019년 대비 각각 62%와 73% 수준으로 입국자 숫자에 비하면 크게 줄지 않았다.

이는 코로나로 입국과 출국이 극히 제한되었지만, 면세점을 이용하는 고객의 1인당 구매 금액이 엄청나게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가 이렇게 물건을 많이 사갔을까?

이 고객들은 바로 한국 면세점에서 물건을 싸게 사다 중국 내수 시장에 되파는 보따리상, 즉 따이공(代工, daigou)들이었다. 이들이 구입하는 규모가 커지다 보니, 한국 면세점들은 아예 물건을 매대에 놓지도 않고 박스채 그대로 실어 공항에서 선적 서비스를 해주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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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면세점은 유통 기업들에게 왜 중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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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조디의 이름은 유정현이다. 증권사 리서치 부문에서 20여 년간 소비재 담당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국내외 소비 시장을 분석하며, 국내와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소비재 기업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경제 주간지들이 선정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매년 선정되기도 했다.

[조디의 리테일 우화]는 소비재 산업과 그 안의 주목해야 할 지표 그리고 주요 기업들의 현황을 분석하는 롱폼(Long-form) 아티클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늘 소비하는 상품의 산업이 어떤 흐름을 만들고 있는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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