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스트리트가 흔들리면 커지는 은행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9화. 팽창하는 JP모건 제국
계속 이어지는 중인 미국의 은행 위기는 불안한 줄타기를 하면서 더 커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진화가 잘 되어 끝날 것 같았던 SVB 사태의 불씨가 번지면서 미국 14위 규모의 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이 문을 닫게 되었고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최근 고조되었죠.

다행히 SVB 사태 당시부터 2008년 금융 위기의 재현을 걱정한 금융 당국의 빠른 조처로 위기는 번지지 않았습니다. 2008년 당시에도 미국의 대표적인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 그리고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은행 파산 사례였던 워싱텅 뮤추얼을 인수했던 JP모건 체이스가 적극적으로 금융 당국과 협조하면서 퍼스트리퍼블릭을 인수했고 시장을 안정시켰죠.

하지만 이 결말이 좋은 결말만은 아니라는 시선도 큽니다. 이렇게 위기마다 구원자 역할에 나선 JP모건의 영향력이 커져도 너무 커진 상황이고, 반복되는 위기를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이죠. 

일단락되는 것으로 보인 이번의 '작은' 은행 위기를 바라보면서 왜 걱정은 커진 것일까요? 오늘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이 그 맥락을 채우고, 반복되는 은행 위기 속에서 진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을 전합니다.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9화.
월스트리트가 흔들리면 커지는 은행
팽창하는 제이미 다이먼의 JP모건 제국
또 백기사 역할 맡은 JP모건
지난 3월,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뜬금없이 파산하면서 미국의 은행 시스템 전반으로 공포감이 번져갔다. SVB에 이어 뉴욕 시그니처 은행, 급기야 전국 은행 규모 14위였던 퍼스트리퍼블릭 은행까지 문을 닫았다.

특히 퍼스트리퍼블릭의 경우는 2008년 금융위기로 무너진 워싱턴 뮤추얼에 이어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은행 파산이었고,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뒤이은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길고 고통스러웠던 금융 위기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시장을 휩쓸었다.

미국 금융 당국은 발 빠르게 대처에 나섰고, 두 달이 지난 지금, 은행 시스템에 대한 불안은 어느 정도 진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현시점에서는 당장 다음 달로 다가온 미국의 디폴트가 더 큰 폭탄으로 보인다. 산 넘어 산인 상황이다.)

SVB가 급격한 뱅크런으로 파산이 초읽기에 들어갔을 때, 영국 정부는 SVB 영국 법인과 거래 중인 자국 스타트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주말 내내 밤을 새는 협상 끝에 HSBC에게 단돈 1파운드에 매각하는 것으로 사태를 수습했었다.

퍼스트리퍼블릭 역시 유동성 위기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미국 금융 당국은 더 늦기 전에 퍼스트리퍼블릭을 인수할 금융기관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몇 군데 대형 은행들이 물망에 올랐고 최종적으로 4곳이 입찰에 참여했으나, 업계에서는 어차피 퍼스트리퍼블릭을 가져갈 곳은 한 군데밖에 없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5월 1일,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퍼스트리퍼블릭의 파산 발표와 함께 예금자 보호를 위해 JP모건 체이스가 총 106억 달러(약 14조 1350억 원)에 자산·부채 이전(P&A(Purchase & Assumption), 부실 기업의 자산과 부채를 우량 기업이 인수하는 것) 방식으로 퍼스트리퍼블릭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은행 역사의 산실인 JP모건이 진정한 제국이 된 건 제이미 다이먼이 CEO가 된 다음부터다. <하우스 오브 모건>은 <하우스 오브 다이먼>이 된 지 오래다. (이미지: 다큐멘터리 <미국의 가장 강력한 은행가>)
금융 위기를 지렛대 삼아 큰 제국
JP모건 체이스가 미국 금융 당국의 백기사를 자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에도 JP모건은 대혼돈에 빠진 금융 시장에서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와 상업은행 워싱턴뮤추얼을 흡수 합병하며 구원 투수 역할을 했다. 정부 입장에서도 더 이상의 혼란을 차단하고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부실 금융기관들은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야 안심할 수 있었다.

2008년에도, 2023년에도 그 '누군가'는 JP모건 체이스의 수장이자 월스트리트 역사상 최장수 CEO인 제이미 다이먼이었다. 월스트리트에서 "모든 길은 JP모건으로 통한다"는 농담이 생긴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전설적인 미국의 금융 황제 존 피어폰트 모건이 설립한 JP모건은 그러나 비교적 최근까지 미국을 대표하는 금융회사라고는 하기에는 2% 부족했다. 1991년까지만 해도 JP모건의 (상업은행 부문) 전신인 체이스 맨해튼의 보유 예금은 370억 달러(약 49조 2730억 원)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다 1999년 투자은행(증권업)과 상업은행(은행업)의 분리를 의무화하는 글래스-스티걸 법이 폐지되면서, 체이스 맨해튼과 월스트리트를 대표하는 투자은행 중 하나였던 JP모건이 합병하고, 2004년에는 시카고를 중심으로 한 중서부에 탄탄한 기반을 가진 전국 5위의 은행 뱅크원마저 흡수합병하며 날개를 달았다.

특히 뱅크원의 CEO였던 제이미 다이먼을 통합 합병 법인의 CEO로 발탁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다이먼은 중소규모의 지역 은행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하여 JP모건을 자산, 보유 예금, 시가총액 기준 모두에서 미국 최대의 은행으로 키워냈다.

2008년 금융 위기는 절호의 기회였다. 금융지주회사에 관한 미국 법은 연방 정부가 그 지급을 보증하는 전체 예금액의 10% 이상을 보유한 회사는 다른 금융기관을 인수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2008년 금융 위기의 심각성은 JP모건이 베어스턴스와 워싱턴뮤추얼을 "공익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사들일 수 있도록 예외 조건을 만들어 주었고, 그 결과 현재 JP모건 체이스는 2조 5000억 달러(약 3328조 원)의 보유 예금과 14%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며, 투자은행 부문에서도 경쟁사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넉넉하게 앞선다. 
JP모건은 2008년 당시 무너지던 베어스턴스를 주당 2달러라는 헐값에 사들이면서 더 큰 제국의 성장을 시작했다. 당시에도 주말에 '쇼킹'한 거래가 긴박하게 이루어졌다. (이미지: 뉴욕타임스 관련 기사, 2008년 3월 17일 자)
작은 위기 통해 또 기회 잡은 제국
2023년 3월 10일, SVB가 파산하며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기 시작하고, "그다음은 (예금보험공사가 지급 보증하지 않는 예금 보유액이 압도적으로 많은) 퍼스트리퍼블릭"이라는 루머가 돌기 시작하자 금융 당국이 제일 먼저 떠올린 사람도 다이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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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은행 위기는 이제 끝난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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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안젤라는 한국과 일본의 최대 인터넷 기업에서 IPO, M&A, 지분 투자 등의 업무를 담당한 후, 현재는 한국의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에서 글로벌 IT 기업과 자본 시장, 거시경제 관련 기사를 큐레이션하여, 페이스북에 소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 등 여러 책도 우리 말로 번역한 바 있다.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은 주목해야 할 거시경제 변화와 그에 따라 영향을 받고 변화하는 각 산업의 이야기를 전하는 롱폼(Long-from) 아티클입니다. 급격히 변하는 거시경제 지형 속에서 놓치지 않고 주목해야 할 이야기를 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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