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본격 준비하는 미디어 플랫폼의 시대 이후 미디어 기업들은 구글과 페이스북에 운명을 맡겼다. 아니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제대로 된 디지털 사업 모델을 만들거나, 그 어떤 보호장치를 마련하기도 전에 가장 큰 수익을 안겨주던 광고는 모두 플랫폼들로 옮겨갔고, 디지털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타지도 못했다. 콘텐츠를 플랫폼들에 실어주면서 결과적으로는 남 좋은 일만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사업 모델을 통째로 빼앗겼던 이들은 AI 시대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테크 기업들의 시대가 도래한 이후, 이들도 디지털 전환을 위한 노력을 이어오면서 이제는 기술의 발전이 끼칠 영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먼저 감지하게 되었다.
이번에도 생성 AI 흐름이 커지자, AI가 스크래핑해 가는 데이터에 대한 문제를 앞서 제기하고 나섰을 뿐만 아니라, 거대한 변화가 몰려오고 있음을 분석하고 AI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차례차례 내놓고 있다. (과연 그 대응이 빨랐느냐에 대한 이견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곧장 대응이 나왔다) 니먼랩(NiemanLab)은 이미 AI 도구를 마법의 상자가 아닌 어떻게 잘 활용해야 하는 도구로 이해하는 것이 먼저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AP는 지난주에 자신들의 보도에서 생성 AI의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AI '도구'를 당연히 활용할 테지만 기사 작성에는 반영되지 않을 것임을 선언했다. 이미지와 영상 등에도 마찬가지이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와 가디언도 이미 지난 5월과 6월에 앞서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사람'이 기사를 작성하고 콘텐츠를 만들 것임을 확실히 했다.
로이터도 AI 원칙을 발표했다. 악시오스 역시 AI를 콘텐츠 만드는 데 활용하고 있지 않다고 명시하고 있다. 미디어 그룹 악셀 스프링거 산하의 인사이더도 "챗GPT는 저널리스트가 아니다. 이야기의 유효함, 공정성, 오리지널리티 그리고 질을 유지하기 위해 단어 하나하나에 책임져야 하는 것이 저널리스트의 몫이다"라면서 AI를 실험할 수는 있지만, 엄격한 토대 위에서 콘텐츠가 만들어져야 함을 확실히 했다.
이 선언들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모두가 AI는 엄격하게 관리해 사용을 하고, 독자들에게 전하는 이야기에서는 그 사용이 극히 제한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 놓은 것인데, AI의 활용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즉, 생성 AI의 발전이 지속될 것이며 향후에는 이를 상당 부분 활용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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