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쉬인의 경제학은 유효할까?

[조디의 리테일 우화] 15화. 초스피드 패션이 지속가능하려면
2024년 3월 14일 목요일  
쉬인(Shein)은 기존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의 초스피드 패션 브랜드라고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틱톡의 짧은 영상들이 전시하는 짧은 주기의 유행에 들어맞는 속도로 옷을 디자인하고 생산해 내면서 새로운 세대들의 SPA 브랜드로 자리 잡은 이들은 어느덧 그 규모 면에서 H&M은 이미 넘어섰고, 자라(인디텍스)까지 넘보는 브랜드가 되었죠.

본격적으로 지금 모습의 의류 이커머스를 시작한 것인 2012년부터인데, 아무리 팬데믹 당시 틱톡을 비롯한 소셜미디어 챌린지 붐까지 탔다고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중국에 있는 수많은 벤더들과 만든 극도로 효율적이고 빠른 소위 리얼 타임(Real-time) 생산 시스템 같은 테크 혁신이 가장 큰 요인이었을까요? 

물론 거대하고도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의 운영을 마스터한 모습이 현재의 쉬인이라는 거대한 가치를 인정받는 기업을 만든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현재 쉬인은 환경 오염을 더 유발하고, 제품 카피가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생산 과정에서의 노동 착취 이슈까지 불거지면서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큰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합니다. 

오늘 [조디의 리테일 우화]는 이들이 어떤 시스템을 만들었고, 뒤이어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폭풍 성장하기까지의 배경을 살펴봅니다. 앞으로의 성장은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의 리스크를 해결하는데 달렸다는 점도 짚으면서요. 거대한 자동화 공장처럼 돌아가는 이 브랜드가 향후 어떤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가늠해 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조디의 리테일 우화]
쉬인(Shein)의 경제학과 과제
초저가, 초스피드 패션은 지속 가능할까?
틱톡을 비롯한 소셜미디어에서 팬데믹 당시부터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면서 이제는 전 세계 패스트 패션 시장을 바꾸는 중인 쉬인(Shein)은 갑자기 나타난 것 같지만, 인터넷에 등장한 지 꽤 오래되었다.

창업자인 크리스 쉬(Chris Xu)는 2008년에 영미권 쇼핑객을 대상으로 웨딩드레스를 판매하는 이커머스를 시작했고, 2012년에 '쉬인사이드닷컴(Sheinside.com)'이라는 도메인을 사들여 여성 의류 전체로 사업을 확장했다. 2015년에는 회사명을 지금의 '쉬인(Shein)'으로 리브랜딩하고 미국에 진출했다. 현재는 남성복, 신발, 액세서리, 화장품, 생활용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도 확장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빠르게 변하는 패션 시장의 트렌드를 쫓아 스타일리쉬한 디자인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며 디자인과 가격 측면 모두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며 성장한 것이 바로 패스트 패션이다. 명품 스타일을 표방하지만 가격이 저렴해 누구나 접근 가능하고 유행에 발맞추어 빠르게 소비할 수 있는 패션인 것이다.

패스트 패션의 대명사로는 역시나 자라(ZARA)와 H&M을 손꼽는다. 그런데 자라나 H&M 보다 더 빠르고 더 싸게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디자인의 옷들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 바로 쉬인이다. 그것도 온라인으로만 아주 효율적으로.
쉬인도 어느덧 대표적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되었다. (이미지: 퍼블릭 아이)
극단적으로 효율적인 생산 구조
이들의 기획 및 생산 구조는 패스트 패션을 넘어 초스피드 패션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극단적으로 짧다.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단 5~7일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기존 패스트 패션이 이 공정에 걸리는 최단 시간 2주보다도 일주일 이상 짧다. 참고로 전통적 패션 업계에서 디자인 기획부터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3~6개월이다.

이렇게 극도로 짧은 공정이 가능한 것은 쉬인만의 몇 가지 독특한 시스템 덕분이다. 쉬인은 중국 동관의 수많은 벤더들과 계약을 맺고 판매하고자 하는 옷의 디자인, 스펙 등이 확정되면 주문량을 시스템에 입력한다. 그러면 그 시스템이 어떤 업체가 생산할지 결정하고 해당 업체에 자동 발주가 되는 프로세스를 거친다.

특정 디자인이 인기를 끌면 주문 플랫폼이 자동으로 추가 발주를 한다. 이런 시스템하에서는 특정 아이템의 수요가 늘어나는지 줄어드는지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반응 생산이 훨씬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쉬인은 일반적으로 시장의 반응을 테스트하기 위해 생산하는 초도 물량도 극도로 소량으로 생산한다. 전통 패션 기업의 초도 물량이 평균 1만~10만 장이라면 쉬인의 초도 물량은 100~200장에 불과하다. 기성 패션 업체들의 최소 물량 1만 장은 오프라인 매장에 물건을 깔기 위해 최소한으로 생산해야 하는 수량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쉬인은 그럴 필요가 없다. 초도 물량 100~200장만으로도 온라인에서 수집되는 반응에 즉시 충분히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옷은 다른 공산품에 비해 계절성이 뚜렷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기 때문에 생산 후 판매가 되지 않은 재고가 쌓이게 되면 할인 판매가 늘고 이는 수익 악화로 이어진다. 소수의 초도 물량으로 시장의 반응을 체크하고 인기 많은 아이템이 그때 그때 자동 발주되는 시스템은 의류 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재고 문제를 해소해 준다.

쉬인의 재고자산회전일수는 40일인데 이는 자라의 63일과 H&M의 107일(2023년 3분기 기준)에 비해 훨씬 짧다. 그만큼 평균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재고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미국에 대형 물류창고를 세워 재고를 쌓아 두지만 쉬인은 (소비자들의 피드백, 주문에 즉각적 반응하며) 생산 후 곧바로 미국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하기 때문에 물류창고가 필요 없다. 이는 비용을 30~40%를 낮출 수 있는 기재로 작동한다.
빠르게 100~200장의 초도 물량을 생산하고 시장의 반응을 살피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 (이미지: 쉬인) 
극단적인 구조를 뒷받침하는 테크
쉬인의 이런 생산 시스템은 리얼 타임(real-time) 생산까지 가능하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생산과 유통에서 패스트 패션 업계가 보여줬던 혁신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생산 시스템은 쉬인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에 기반한 것이다. 

쉬인은 알고리듬을 활용해 웹과 소셜미디어에서 수집한 데이터들을 분석한다. 가장 인기 있는 컬러, 스타일 등을 고객에게 보여주고 그중에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상품들(계속 검색하며 들여다보는 상품, 클릭을 많이 한 상품, 혹은 장바구니에 추가하는 상품들)을 기반으로 다시 다양한 스타일들을 만들어낸다.

각종 소셜미디어상에서 이목을 끄는 디자인 데이터를 수집해 유사한 디자인의 옷들을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제시할 경우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구매 도달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흐름이 짧은 시간에 계속 반복되도록 디자인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 핵심이다. 이들은 인공지능과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디자인 개발과 생산, 그리고 재고 관리까지 아우르는 자사 시스템을 "온디맨드(On-demand) 모델"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검색 엔진 전문가였던 쉬인 창업자 크리스 쉬의 배경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쉬인 웹사이트에는 매일 약 5000개의 신상품이 게시된다. 그러면서도 재고는 어느 패션 회사보다도 빠르게 회전된다는 것이 놀라운 것이다. 기존 사업 모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광범위한 카테고리에 걸친 트렌디한 상품을 취급하면서도 과도한 재고 부담을 피가는 모습이다. 
유행 따라 저렴하고 저렴한 다양한 종류의 옷들이 끊임없이 생산되어 나온다. (이미지: 아시아쉬인닷컴)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극단의 스피드
쉬인은 2015년 미국에 진출한 이후 완만한 성장을 보이다 팬데믹 기간부터 급속도로 성장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 쇼핑이 더 크게 확산된 것이 쉬인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지만 누구보다도 유행에 민감하면서도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젊은 MZ 세대들에게 저렴한 가격의 옷들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어필한 것이 효과가 컸다. 보통 아이템 당 10달러 넘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기존에 패션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던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의 반의반 값에도 미치지 않는 가격이다.

미국 시장에서 쉬인의 존재감은 이미 자라와 H&M을 넘어섰다. 쉬인의 2019년 매출액은 31억 5000만 달러(약 4조 2000억 원)였으나 3년 뒤인 2022년에는 230억 달러(약 30조 3100억 원)로 급증했다.이는 연평균 94%에 해당하는 매출 성장이다. 같은 기간 자라의 인디텍스(Inditex) 매출액은 연평균 5% 성장하였고, H&M의 매출액은 연평균 1%씩 감소했다. 

지난 2022년 쉬인의 매출액은 H&M 매출액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 인디텍스의 매출액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쉬인의 매출액 230억 달러(약 30조 3100억 원)의 상당 부분이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미국 내 점유율은 쉬인이 인디텍스를 추월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2022년 인디텍스의 미국 매출액은 71억 달러(약 9조 3600억 원)로 추정된다.)
쉬인의 고속 성장 추이 (데이터: 인디텍스, H&M 실적 보고서, 월스트리트저널 보도)
쉬인은 2022년에 이미 H&M을 넘어섰고, 인디텍스까지 따라잡는 중이다.
미국에서 쉬인의 존재감은 앱 다운로드 수에서도 확인된다. 전 세계 이커머스 앱 사용 분석 조사 기관인 센서타워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11월까지 미국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 받은 앱은 테무(Temu)와 쉬인인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이는 비단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앱 다운로드 수만 봐도 전 세계적인 현상임을 알 수 있다. (이미지: 센서타워)
역시나 운도 따라준 성장의 배경
보통 이런 미친 성장의 배경에는 '운'도 작용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쉬인도 절묘하게 운이 따라준 케이스이다.

... 

☕️☕️ 쉬인은 어떤 운까지 따라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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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조디의 이름은 유정현이다. 증권사 리서치 부문에서 20여 년간 소비재 담당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국내외 소비 시장을 분석하며, 국내와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소비재 기업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경제 주간지들이 선정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매년 선정되기도 했다.

[조디의 리테일 우화]는 소비재 산업과 그 안의 주목해야 할 지표 그리고 주요 기업들의 현황을 분석하는 롱폼(Long-form) 아티클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늘 소비하는 상품의 산업이 어떤 흐름을 만들고 있는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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