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추가] ☕️☕️ 키티의 빅테크 읽기. 서막을 지난 반독점 싸움

[키티의 빅테크 읽기] 1화. 서막을 지난 빅테크와 반독점 싸움
2021년 8월 20일 금요일

오늘은 새로운 정기 아티클로 찾아왔어요. [키티의 빅테크 읽기]는 이제 본격화되는 미국 빅테크에 대한 규제 흐름과 이의 영향에 대해 다룰 롱폼(Long-form) 아티클로 당분간 한 달에 한 번 찾아올 예정이에요. 테크 산업을 넘어 전체 경제와 정치 영역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의 맥락과 행간을 놓치지 않는 시선을 전할게요. 

+ 오늘 1화를 통해서는 그간 서막이 열린 것에 불과했던 빅테크에 대한 규제 흐름이 본격화되는 모습을 한눈에 파악하실 수 있어요. (이번 아티클 시리즈는 유료 구독제인 '샷 추가하기'에 포함됩니다)


[키티의 빅테크 읽기] 1화.
서막을 지난 빅테크와 반독점 싸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애플이 중심이 되는 빅테크 기업들은 유례없는 규제 압력을 받고 있다. 유럽, 인도, 호주 등 다양한 국가에서는 이미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있었지만 정작 이들 기업의 본산인 미국에서는 그동안 규제를 피해왔기에 미국의 정치 동향 변화는 테크 기업과 그 플랫폼에 의존하는 전 세계 수억 명 사용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빅테크 규제에 대한 로드맵이 만들어지는 현재까지의 주요 진행 상황은 크게 3가지 파트로 나눠 볼 수 있다.
파트 1. FTC를 확 바꾸려는 리나 칸의 도전
32세. 미국 기업경쟁정책을 총괄하는 107년 전통의 연방거래위원회(FTC)를 이끄는 최연소 위원장이 탄생했다. 2017년 예일대 로스쿨 재학 시절 쓴 <아마존의 반독점 패러독스(Amazon’s Antitrust Paradox)>란 글로 파란을 일으키며 등장한 반독점법 소장파 리나 칸(Lina Khan)이다. 

칸의 위원장 임명은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FTC 인사는 공화당, 민주당이 추천한 위원들이 상원에서 인준받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대통령이 위원 중 1명을 위원장으로 임명한다. FTC 위원으로 지명됐을 때만 하더라도 최연소 위원인 칸이 위원장이 될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이전 행정부 때는 대통령이 위원장 지명을 먼저 하고 상원이 인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위원장 지명 전에 인준이 진행됐고 바이든 대통령이 인준 후 칸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에 공화당 의원들은 '뒤통수 맞았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칸이 위원장이 될 줄 알았으면 청문회에서 좀 더 꼼꼼하게 질의했을 것이란 토로다. 

하지만 칸이 강성 진보 성향에도 불구하고 상원 인준을 무난히 통과한 데에는 칸이 미 의회 의원들의 자문역으로 이미 상당한 인지도를 쌓은 덕분이다. 칸은 시장의 독점과 경쟁 등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는 오픈 마켓(Open Markets Institutes)이란 연구기관에 있을 때 테크기업의 반경쟁적 행태에 대해 워싱턴 정가에서 들어 줄 사람을 찾다가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상원의원과 만나게 됐다. 워런 또한 이런 칸의 연구에 자극받아 빅테크 기업들을 쪼개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고 마크 저커버그를 비롯한 테크 기업 CEO들이 가장 불편하게 생각하는 대선 경선 후보였다. 칸은 2020년 대형 플랫폼 기업 CEO를 부른 하원 청문회에서 자문 역할을 하기도 했다.  

FTC는 그동안 "초당적(bipartisan) 기구"라고 스스로를 칭해 왔다. 2018년 공화당 추천 연방거래위원으로 위원장을 지낸 조 시몬즈(Joe Simmons)가 했던 말이다. 초당적이라는 이야기는 '모두가 동의할 만한 일만 한다’는 뜻. 조금 삐딱하게 보자면 파격적이거나 역사에 남을 만한 일을 안 한다는 뜻이다. 연방거래위원 수는 5명이고 대통령 소속당이 3명의 위원을 배치하며 대통령이 위원장을 임명한다. 연방거래위원회는 명목상 기업경쟁정책을 총괄하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는 조직이지만 레이건 정부가 들어선 1980년대부터 기구의 예산이 지속적으로 축소됐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위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에도 제대로 손을 쓰지 않고 있었다.

FTC의 권한은 크지만, 권한을 휘두를 힘은 최근까지 축소되어 왔다. 참고로 FTC는 록펠러의 스탠다드오일, 아메리칸 토바코 등과 같은 독점 기업의 폐해를 산업화 초기인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반에 겪은 이후 1914년에 설립되었다.
80년대 이후 계속 축소된 FTC의 힘
리나 칸 같은 진보성향 학자를 경쟁정책을 총괄하는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한 게 전형적인 민주당표 인사조치일까? 그렇지만은 않다. 우선 최근 20년 동안의 민주당 정부가 딱히 진보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하자. 바이든은 중도주의 성향이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친기업 성향, 특히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가까웠다. 오바마는 2011년 대선 재선 모금차 캘리포니아주를 방문했다가 페이스북 직원들과의 라이브 타운홀 미팅에서 "나 때문에 (절대 정장을 안 입는) 마크 (저커버그)가 정장을 다 입었다"며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영상). 

오바마 정부 시절 대부분의 빅테크 기업들은 잠재적 경쟁자를 사들이고 독점력을 강화했다(가장 대표적인 예가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왓츠앱 인수이다). 엄밀히 말해 1980년대 이후로는 민주당이건 공화당 행정부건 기업 규제와는 거리가 멀었다. FTC는 이런 정치 환경에서 별다른 대형 규제를 할 이유도, 새롭게 부상하는 테크 기업들을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적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이 페이스북과 아마존이 두려워한다는 리나 칸을 FTC 위원장에 임명한 건 분명 빅테크에 대한 워싱턴의 기류 자체가 달라졌음을 뜻한다. 

FTC의 과제는 이렇다. 부족한 예산과 인력을 충원하는 한편(현 FTC 인력은 레이건이 대통령이던 1980년대보다도 적다고 한다), 내부의 '정파주의'를 극복해야 하며 (칸이 취임하자마자 공화당 쪽 위원들이 주요 결정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 궁극적으로 제도 실행뿐 아니라 새로운 경제-경쟁 여건에 적합한 규정을 직접 만들어내야 한다.

빅테크의 질주가 만든 원칙 전환
칸은 취임 후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2015년 도입됐던 FTC의 법 집행 원칙인 '소비자 후생(Consumer Welfare)’을 폐지한 것이다. 소비자 가격을 낮추면 기업의 독점을 규제하지 않는 로버트 보크(Robert Bork)식* 법 해석에 정면으로 반박한 본인의 논문 <아마존의 반독점 패러독스> 논리를 적용했다. 테크 기업은 물론 항공사, 제약사 등 대형화 및 과점화되는 전체 산업군을 대상으로 한다. 칸은 플랫폼 기업들이 소비자에게는 저렴한 상품을 공급하지만, 판매자에게는 과도한 요율의 수수료를 매기는 등 다면시장(multi-sided markets, 수요자와 공급자를 포함한 다양한 참여자로 구성된 플랫폼 혹은 시장)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봤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상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고 데이터를 끌어모아 독점이 강화되는 등 기존 소비자 후생 원칙만으로는 사업 구조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봤다. 
* 미국의 대법관을 지냈으며 저서인 <반독점 패러독스(Antitrust Paradox)>를 통해 소비자 후생 개념을 정립했다. 소비자 후생을 앞세우는 논리를 흔히 보키즘(Borkism)이라고도 부른다.

이런 칸을 불편해하는 이가 많다. 공화당 의원은 이런 칸을 '힙스터 반독점(hipster antitrust)'이라며 폄하했다. 공화당 출신 FTC 위원들은 칸이 "수십 년 동안 지속된 FTC의 선례도 뛰어넘고 현 FTC 권한을 벗어나는 월권행위를 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아마존과 페이스북은 칸 위원장의 예전 논문을 들어 본인들에게 칸이 편견을 갖고 있으므로 반독점 소송 결정을 할 때 칸이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기피 신청'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면 바이든은 바로 그 점 때문에 칸을 위원장으로 임명했을 것이다. 수십년 동안 고인 물처럼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경쟁정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자는 것. 그리고 바이든은 지난 7월에 <미국 경제 경쟁 촉진> 행정명령에 사인했다. 반독점 규제 규정 마련 촉구를 비롯한 72개의 명령인데, 대부분은 즉시 실제 효력이 발생하기보다는 각 기관들에 행동을 촉구하는 것에 더 가깝지만 FTC에게 아주 많은 할 일을 부여한 명령이기도 했다.

이 명령에 따르면 FTC가 주요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의 불공정 경쟁 차단 규정을 만들고 대형 인터넷 플랫폼의 불공정한 자료 수집과 사용자 추적·감시 관행 규제도 마련하라고 촉구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 사인 후 바로 오른쪽에 서 있던 칸에게 만년필을 건넸다. 칸은 받은 만년필을 차례차례 함께 배석한 다른 참석자들에게 건넸다(영상). 그중에는 메릭 갈랜드(Merrick Garland) 법무장관과 경제정책위원회, 연방통신위원회 인사도 포함돼 있었다. 흡사 FTC와 법무부를 비롯한 여러 부서의 합동 작전을 예고하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바이든의 서명 2주 후 법무부 반독점 담당 국장으로 '구글 저격수'로 유명한 조나단 캔터(Jonathan Kanter)가 임명됐다.

FTC는 이 명령에 따라 '중소기업에게 불리한 인수합병 재검토'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마침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합병 건에 대한 FTC의 반독점 제소가 6월 말에 기각되어서 FTC가 이 제소장을 수정해 다시 제소할지도 주목된다. 제소 시한은 오는 10월이다.

빅테크는 사력(돈을 쏟아부으며)을 다해 로비하고 있지만, 예기치 않은 흐름도 생기고 있다.
파트 2. 구체화되는 빅테크 겨냥 법안들
지난 대선의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고, 상원 반독점 소위 위원장인 에이미 클로버샤(Amy Klobuchar) 상원의원은 최근 <반독점(Antitrust)>이란 책을 펴내고 팟캐스트에 출연해 사법부의 판단에만 반독점 판단을 맡길 수 없으며 입법개혁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트럼프가 밀어붙여 보수 성향 법관 6명과 진보 성향 법관 3명 구도를 만들어 놓은 대법원 이야기다. 대기업 반독점 행위 등은 일반적으로 FTC, 검찰의 소장 제기로 법원에서 결판이 나는데, 트럼프 임기 동안 무려 3명의 보수 대법관이 인준되는 바람에 충분히 진보적 판결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법관은 종신직이며 트럼프가 임명한 3명은 모두 40~50대로 젊은 편이다) 대법원만이 아니다. 각 주 법원에도 보수 성향 판사가 포진해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상원 다수당이었던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가 '법원의 보수화'에 커리어를 바친 결과 100명이 넘는 보수 성향 판사들을 각 주 법원에 앉힌 덕분이다.

약점을 건드리는 디테일
그래서인지 올해 들어 빅테크를 겨냥한 법안이 상하원에서 무더기로 발의됐다. 6월 23~24일 양일간 하원 법사위에서 6개의 반독점 관련 법안이 통과됐다. 그리고 이 법안들은 아주 디테일하게 빅테크의 약점을 건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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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키티의 한글 이름은 홍윤희이다. 이커머스 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소셜임팩트를 담당하고 있다. 딸의 장애를 계기로 장애를 무의미하게 하자는 취지의 협동조합 무의(Muui)를 운영하며 2021년 초 카카오임팩트 펠로우로 선정됐다. IT, 미국 정치, 장애, 다양성, 커뮤니케이션 등의 주제를 넘나들며 페이스북브런치에 글을 쓴다. 한국일보, 아웃스탠딩, KBS 제3라디오 등에 정기 기고와 출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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