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v 중국, 반도체 전쟁의 의미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이미 시작된 기술 냉전의 시대
미국 정부는 얼마 전 엔비디아와 AMD의 중국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조처를 발표했죠. 자국 기업의 단기적인 사업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미래 산업을 재편하는데 필수적인 반도체 기술을 중국이 습득하는 속도를 줄이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데요. 오늘 이야기는 바로 이 계산과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냉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미국 의회가 올해 초 반도체 산업 지원법인 '칩스 포 아메리카(CHIPS for America Act)'를 통과시킨 맥락, 중국이 대만과의 관계 긴장도를 높이는 이유, 그리고 현재 미국 주도의 칩4 동맹 추진까지의 흐름을 단숨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모두 반도체에 왜 존망을 건 싸움을 하는지, 큰 그림을 살펴볼 수 있어요.

+ 이번 이야기는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이라는 롱폼 아티클이에요. 거시경제 현상을 살펴보며 이에 따라 자본 시장과 기업이 받는 영향에 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미국 v 중국, 이미 시작된 기술 냉전 시대

지난 8월 31일, 바이든 행정부가 전격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에 고성능 반도체 수출을 사실상 금지했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칩셋 업체인 엔비디아와 AMD가 생산하는 하이엔드 GPU 제품이 대상이다. 같은 날 엔비디아와 AMD도 주주들을 대상으로 내보내는 보도자료에서 이러한 사실을 재확인하고, 이로 인해 회사 실적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알렸다. 

해당 제품들은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에서 거의 필수적이어서 테크 분야에서 중국의 질주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읽힌다. 사실 미국은 전임 트럼프와 오바마 정권 시절부터 중국의 기술 굴기를 저지하겠다는 의도를 꾸준히 보여왔기 때문에, 미국 국내의 정파적인 배경에서 단기간에 내린 결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과 AMD CEO 리사 수. 이들 회사에 대한 수출 금지 조치는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출처: 엔비디아, AMD)

기술 냉전의 서막, 반도체
GPU(Graphics Processing Unit)는 원래 컴퓨터 게임에서 이미지 렌더링 목적으로 개발된 일종의 그래픽 카드였지만, 지난 십여 년간 엔비디아의 주도로 CPU(Central Processing Unit,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의 처리를 지원하는 프로세서 유닛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최근에는 초대용량 슈퍼컴퓨터의 데이터 처리나, 음성 인식, 이미지 내의 사물 인식과 같은 인공지능(AI) 기능에 널리 쓰이고 있다.

슈퍼컴퓨터의 가장 큰 수요자는 군수와 정보보안 업계이다. AI가 가장 발전하고 있는 분야는 다름 아닌 개인의 안면 인식이다. 왜 해당 기술이 중국에 수출되는 것에 미국이 예민할 수밖에 없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중국에서는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무슬림 인구를 탄압하기 위한 목적으로 안면 인식 기술 시스템을 활용해온 것이 드러나 한번 문제가 된 적이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미국과 중국은 새로운 시대의 '기술 냉전'에 이미 들어갔다고 보아야 한다. 전임 대통령 트럼프도 화웨이와 같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을 포함한 서방 진영에서 고성능 칩과 반도체를 수입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치들을 내린 바 있다.

물론 중국도 가만히 앉아서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중국도 미국만큼이나 일찌감치 '기술 냉전'에 대비해왔다. 2015년 무렵부터 시진핑 정권은 지속해서 "기술 자립, 자강"을 강조해왔다. 또 중국 지도부 내부에서는 어느 시점에서든 숙원인 대만 흡수통일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미국 및 그 동맹국들과의 군사적 충돌도 각오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다국적 기업들이 매출의 높은 비중을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 경제 역시도 무역과 해외 직접 투자에 기대고 있다. 그리고 중국 무역 대금의 4분의 3은 달러화로 결제된다. 가장 간단한 예를 들면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상대로 단행한 스위프트(SWIFT, 국제 송금 네트워크) 제재라는 카드라도 꺼내 들 경우 중국 경제가 입을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원래도 미국과의 신냉전 시대를 염두에 두고 있던 중국이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맞닥뜨린 각종 고강도 제재를 바로 코앞에서 목격하면서 더욱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IT, 에너지, 식량, 금융 등의 분야에서 최소한의 자구자립이 필수적이며, 더 나아가 거꾸로 서방 국가들이 이들 분야에서 중국에게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이른바 '성채(Fortress China)' 전략이다.

미국도, 중국도, 서로의 패를 환히 들여다보면서 벌이는 이 총성 없는 전쟁의 첫 전선이 바로 반도체인 것이다.
두 국가 모두 자신들의 향후 존망이 반도체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턱 밑까지 쫓아온 중국 반도체
2022년 9월, 시진핑이 직접 이끄는 중국의 주요 정책 기구인 중앙종합심화개혁위원회는 반도체는 국가의 핵심 기간산업이므로 민간에 위임할 수 없고 그 개발과 생산을 국가가 직접 관리감독하겠다는 메시지를 관영 CCTV를 통해 공식 발표한다. 시진핑이 개인적으로 얼마나 반도체에 집착하는지는, 그가 200명의 기술 전문 관료들로만 구성된 제2의 국가위원회를 발족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데서도 알 수 있다. 

중국은 이미 1500억 달러(약 209조 원)의 천문학적인 금액을 반도체 산업에 쏟아붓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인용한 미국 반도체 산업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이 중 390억 달러는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가 이미 투자를 완료했고, 15개 이상의 지방 정부가 250억 달러를 추가로 출자하겠다고 나섰다. 정부 지원금, 직접 투자, 저금리 대출 등의 형태로도 500억 달러가 책정되어 있다. 

이러한 폭풍 질주의 배경에는 외국산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현실에 대한 위기감이 있다. 2020년 한 해 동안만 중국이 해외로부터 수입한 반도체와 관련 제품은 무려 3780억 달러(약 528조 원)에 이른다. 더 심각한 것은 전체 반도체 공급망으로 놓고 볼 때 중국 국산 기술은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아주 초보적인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반도체는 중국 산업계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그리고 2022년 여름, 중국은 마침내 처음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는 데에 성공한다. 중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회사 SMIC(중신궈지)가 7나노 공정 반도체를 생산해낸 것이다. 이는 대만의 TSMC나 한국의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반도체 리더들과의 기술 격차를 '한두 세대' 이내로 좁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갈 길은 멀다. 

대만 TSMC의 공정을 입수한 반쪽짜리 기술 자립이기도 하거니와, 중국이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자급자립을 넘어 서방 세계가 중국의 기술에 의존하게 하는 단계"까지 도달하려면 장비 기술의 국산화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이 타이밍에, 미국이 고성능 GPU 수출 금지라는 다음 수를 둔 것이다.

사실상 완전한 수출 차단 조치
세계 최대의 GPU 생산업체인 엔비디아는, 앞으로 데이터 센터의 서버 시스템에 쓰이는 두 종류의 하이엔드 칩, A100과 H100을 수출하기 위해서 미국 연방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재미있는 것은 엔비디아는 중국에 방대한 고객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재 러시아에는 전혀 수출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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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안젤라는 한국과 일본의 최대 인터넷 기업에서 IPO, M&A, 지분 투자 등의 업무를 담당한 후, 현재는 한국의 유니콘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에서 글로벌 IT 기업과 자본 시장, 거시경제 관련 기사를 큐레이션하여, 페이스북에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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