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알던 홍콩은 돌아올까?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18화. 홍콩스러움이 사라진 시대
2024년 2월 22일 목요일
홍콩 하면 떠오르는 장면들은 지난 몇 년 사이에 많이 달라졌죠. 전 세계 대표 금융 허브로서의 입지는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그리고 팬데믹 이후 강화된 중국 정부의 통제의 영향으로 더 흔들리기 시작했고요. 입지의 흔들림은 홍콩 증시 추락, 기업공개(IPO) 숫자 등 대표적인 수치들로도 명확하게 증명되고 있습니다. 홍콩 증권거래소의 항셍 지수는 1997년 반환 당시의 수준까지 거의 떨어진 상황이죠.

홍콩이 1997년 반환된 이후에도 오랜 기간 흔들리지 않던 입지는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어 흔들리기 시작했을까요? 광활한 중국 시장으로 들어가기 위한 관문이었기에 더욱 잘 나가던 홍콩이었는데, 아무리 여러 요소가 겹쳤다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위상이 추락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저명한 전문가들은 왜 "홍콩의 시대는 끝났다"라고까지 선언하고 있는 걸까요?

오늘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은 최근 위기론이 더욱 커진 홍콩의 상황을 우선 살펴봅니다. 중국 정부의 통제가 더욱 큰 영향을 미치게 된 홍콩은 해외 자본이 계속 빠져나갔고, 결국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진 홍콩이 홍콩 달러까지 포기하게 될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도 현재 그려볼 수 있는데요.

최악의 상황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이유가 큰 홍콩이 가진 '입지'의 힘은 무엇인지도 같이 살펴봅니다. '포스트 홍콩'으로 거론되는 여러 곳이 결국 홍콩이 오랜 기간 쌓아온 시스템과 중국의 주요 경제 지구들과 연결되는 지리적 장점을 쉽게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핵심으로 짚으면서요.

홍콩과 중국 그리고 나아가 아시아를 넘은 자본의 이동을 그려보며 읽으면 더욱 재밌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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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18화.
우리가 알던 홍콩은 돌아올까?
금융업계 종사자가 아니라도 아시아 자본시장과 약간이라도 관련된 업무를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출장으로 가게 되는 곳이 홍콩이다. 홍콩의 센트럴(Central) 지구는 뉴욕의 월스트리트, 런던의 시티와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을 대표하는 이름이었다. 

그 홍콩의 입지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이제 아시아의 금융 허브 자리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온 지 벌써 수년째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이후 일국양제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중국 중앙 정부의 입김이 날이 갈수록 세지는 데다, 공교롭게도 이 무렵부터 미국과의 관계가 눈에 띄게 냉각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과, 다른 나라들보다 1년 이상 숨 막히는 봉쇄가 계속된 중국의 방역 정책은 그야말로 결정타였다.

모건스탠리 회장을 역임했으며, '중국통'으로도 유명한 경제학자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최근 "홍콩의 빛나는 시대는 막을 내렸다"라고 단언하기까지 했다

홍콩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우리가 보고 듣던 홍콩은 이제 추억과 영화 속에만 남아 있다. (이미지: 영화 <무간도> 중)
'홍콩스러움'이 사라진 이유
지난 수십 년간, 홍콩은 뉴욕이나 런던과는 다른 매력을 자랑하는 도시였다.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잇는 위치는 물론, 눈부시게 성장하는 세계 최대 시장이 바로 코앞에 있었다. 영국령이었던 시절에 구축된 시스템과 어디에 가도 영어와 중국어가 모두 통하는 환경 덕분에 아시아인들은 물론 서양인들도 언어적, 문화적 장벽의 부담에서 자유로웠다. 개혁개방 이후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며 성장한 중국의 기업들은 홍콩을 통해 서방 세계를 만났고, 홍콩을 통해 유치한 자본을 자양분으로 한 치씩 더 도약했다. 

서방의 투자자들은 중국 본토의 내재적인 정치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황금알을 낳는 시장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전 세계에서 몰려온 뱅커들과 펀드매니저들은 홍콩에 큰돈을 아낌없이 투자했고, 그보다 더 큰 돈을 벌었다. 영어의 편리함과 아시아의 이국적인 분위기, 인구 14억의 중국 본토 시장을 드나들 수 있는 관문. 2019년 초까지만 해도 홍콩의 지위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에 급격하게 추락한 홍콩의 위치는 2023년 숫자 몇 개만으로도 한눈에 들어온다. 

우선 홍콩에 신규 상장하려는 기업들이 크게 줄었다. 2023년 홍콩의 IPO는 금액 기준 59조 달러(약 7경 8410조 원)로, 무려 20년 전 규모로 후퇴하며 세계 8위로 떨어졌다. 인도 증시들에게 밀린 것은 물론 아부다비 증권 거래소보다 약간 앞선 정도이다. 

더 큰 문제는 기존 상장기업들의 시가총액이다. 텐센트와 같은 글로벌 IT 기업은 물론 중국 굴지의 대기업들이 상장되어 있는 홍콩 증권거래소의 항셍 지수는 4년 연속 하락을 기록하며 주가 역시 2021년 1월 대비 50% 가까이 빠졌다. 홍콩 증시의 총 시가총액은 인도에 밀려 세계 4위로 내려앉았다. 중국 본토의 인수합병(M&A) 거래 역시 금액 기준 9년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이에 더해 2019년 민주화 시위 이후 중국 정부는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는 홍콩보다는 중국 본토 증시에 힘을 실어주었다. 2022년과 2023년 공모 금액 기준 세계 1, 2위 기업공개(IPO) 시장은 상하이와 선전 거래소였다. 그리고 이 거래 건들은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아닌 중국 국내 증권사들이 주관사를 맡아 리드했다. 자국 금융산업을 밀어주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도 있었을뿐더러, 애초에 본토의 금융감독 당국과 끈끈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 로컬 투자은행들이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IPO와 M&A 양쪽 모두 지지부진하니, 거래 수수료로 먹고사는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홍콩 오피스 인력 감축에 나섰다. 자산운용 업계에도 찬바람이 불어닥쳤다. 주가가 계속 떨어져서 자산 가치가 감소하는 데다, 미국과의 관계 악화로 인해 불안해진 중국의 부유층들이 분산 투자를 선호하면서 이들의 포트폴리오에서 홍콩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홍콩 항셍 지수 현황 (자료: 구글 금융)
홍콩 증권거래소의 항셍 지수는 현재 1997년 7월 반환 시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결정타 때리는 정부 통제
홍콩의 입지는 중국 정부가 홍콩에 대한 통제력을 늘리면서 줄어들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융통성 없는 '제로 코비드' 정책이 홍콩 경제를 질식사 직전까지 몰고 갔다. 1997년 중국 반환 이후 2020년 초까지 홍콩 경제는 거의 2배로 성장했다.

하지만 2019년 민주화 시위의 기폭제가 되었던 범죄인 인도법을 시작으로, 중국 정부는 2020년부터 우선 3년 동안 지속된 팬데믹 기간 동안 방역을 빌미로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홍콩이 30년 동안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는 경제자유지수(Index of Economic Freedom, 월스트리트저널과 헤리티지 재단이 측정하는 각 국가의 경제 활동 자유도 지표)에서 라이벌인 싱가포르에게 밀려 2위로 떨어진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여기에 2000년대 들어 중국을 '세계의 공장'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소프트파워로 등극시킨 IT 업계가 시진핑 정권의 '기업 손보기'에 직격탄을 맞았다. 전격적인 사교육 금지령으로 대형 에듀테크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시가총액이 반토막 나기도 하고,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결제 플랫폼을 운영하는 플랫폼 기업들에게 거액의 벌금이 부과되었다. 특히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앤트 그룹은 역대 최대 규모의 IPO로 기대를 모았으나 홍콩-상하이 동시 상장 하루 전날 금융 당국의 제동으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2021년 미국 나스닥 상장을 불과 몇 달 앞두고 당국의 전격적인 조사를 받았던 차량공유 서비스 디디추싱 역시 상장 후 끊임없는 표적 규제에 시달려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30년간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을 견인한 부동산 경기가 급락했다. 부동산 대출 부실로 인한 금융 위기를 차단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대출을 강력하게 규제하기 시작하자 업계 1, 2위였던 헝다, 완커 그룹들이 줄도산 위기에 몰렸다. 부동산 개발업은 경제 파급 효과가 크다. 건설 경기가 차게 식으면서 코로나19 종식 후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킬 것으로 예상되었던 중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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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안젤라는 한국과 일본의 최대 인터넷 기업에서 IPO, M&A, 지분 투자 등의 업무를 담당한 후, 현재는 한국의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에서 글로벌 IT 기업과 자본 시장, 거시경제 관련 기사를 큐레이션하여, 페이스북에 소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 등 여러 책도 우리 말로 번역한 바 있다.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은 주목해야 할 거시경제 변화와 그에 따라 영향을 받고 변화하는 각 산업의 이야기를 전하는 롱폼(Long-from) 아티클입니다. 급격히 변하는 거시경제 지형 속에서 놓치지 않고 주목해야 할 이야기를 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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