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핏이 걸어야 하는 마지막 승부

[부엉이의 차트피셜] 17화. 사상 최대 실적과 현금이 가리고 있는 것들
최근 평생의 파트너 찰리 멍거를 떠나보낸 94세의 워런 버핏은 여전히 버크셔 해서웨이와 함께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한 2023년 실적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현금까지 쌓아놓은 상황이죠. 하지만 워런 버핏도 이제 마지막 여정을 준비해야 하는 이때, 버크셔 해서웨이는 어쩌면 또다시 도전적인 상황에 놓여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사상 최대치의 실적을 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올해가 그 정점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현금은 두둑이 쌓여있지만 고평가되었다고 판단한 시장에서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처 역시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고요.

버크셔 해서웨이가 수십 년간의 누적 성장률이 압도적으로(라고 표현해도 담을 수 없을 만큼) 높을 수 있었던 가증 큰 비결은 효율적인 '자본배분'으로 꼽힙니다. 그리고 이 일을 가장 훌륭하게 소화해 낸 것이 워런 버핏이었고요. 하지만 그런 워런 버핏도 현재 마땅히 자본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수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면서, 워런 버핏에게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미래와 자신의 레거시를 위해 마지막 승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죠. 

과연 워런 버핏은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까요? 현재로서는 그의 자본배분 역량을 따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찾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워런 버핏이 때가 아닌데 액션을 취하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오늘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전합니다. 평생의 파트너인 찰리 멍거에게 바친 헌사와 2023년 주주서한 발표를 계기로 워런 버핏의 마지막 승부수는 무엇이 될지를 살펴보면서요.

오히려 때를 기다리고, 설령 그에게 남은 시간 동안 기회가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 원칙을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가 만든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 원칙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어쩌면 가장 멋진 마지막 승부수일 수 있습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 
버핏이 걸어야 하는 마지막 승부
사상 최대 실적과 현금이 가리고 있는 것들
버크셔 해서웨이의 2023년 결산 실적과 함께 워런 버핏의 주주서한이 공개됐다. 결산실적을 보면 2023년 말 현금 보유량이 1676억 달러(약 223조 원)로 사상 최대치에 도달고, 사업 자회사들은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보험, 철도, 에너지(발전), 그리고 기타 수백 개의 자회사로 구성된 기업 집단은 한 해 373억 달러(약 50조원)를 벌었다.

막대한 현금을 쌓아두고 엄청난 영업이익을 벌어들이는 투자 구루의 기업 집단은 탄탄대로에 올라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사정을 살펴보면, 버크셔의 미래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다. 버크셔의 성장 비결인 자본배분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앞날이 그려지지 않고 있다.

고령의 회장이 완수해야 할 임무가 막중하지만 시간은 그의 편이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상황을 맞이한 버크셔 해서웨이는 워런 버핏과 함께 그 이후의 미래를 더 선명하게 그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지: HBO 다큐멘터리, <비커밍 워런 버핏> 중)
넘치는 현금을 어찌할까
버크셔는 주로 보험 자회사들을 통해 여유 현금을 비축했다가 긴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경우 아낌없이 꺼내 쓴다. 버핏이 "비상사태를 대비하여 항상 넉넉하게 현금을 보유한다"라고 했던 만큼 버크셔는 일반적인 회사보다 많은 여유 자금을 현금으로 굴리고 있다. 현금성 자산을 대부분 1년 이내 단기 국채에 투자하기 때문에 단기 국채 수익률 수준의 이자도 받는다.

자회사들이 끊임없이 현금흐름을 창출하기 때문에 매년 막대한 금액을 태워 없애지 않으면 현금 보유량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2000년대에는 400억 달러(약 53조 2000억 원) 내외였던 현금 잔고가 회사가 성장하면서 2010년대 말에는 1200억 달러(약 159조 6000억 원) 수준으로 자연스럽게 늘었다. 따라서 버크셔가 보유한 현금의 의미를 정확하게 해석하기 위해서 현금의 총량이 아닌 회사 총자산 대비 현금 비율을 봐야 한다.
버크셔 해서웨이 현금 및 현금 비중 (데이터: 블룸버그)
현금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현금 비중도 '관리되어' 왔다는 점도 봐야 한다.
총자산 대비 현금 비율은 지난 20년간 10~20% 사이에서 움직였다. 투자를 보수적으로 집행하는 시기에 비율이 늘었다가,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시기에 감소한다. 현금 비중은 금융위기 직전 평균보다 높은 17% 수준에서 자산가격이 폭락하고 버핏이 공격적으로 투자한 2008년~2013년 사이에 10% 아래로 줄였다. 자산 가격이 저평가된 시기에 버핏이 상장 주식 매수, 기업 인수 등을 진행하면서 2008~2013년 현금 잔고는 400억 달러(약 53조 2000억 원) 내외를 유지했다. 해당 기간 버핏은 다수의 상장 주식을 염가에 매입하고, 현재 주요 자회사 중 하나인 BNSF(Burlington Northern Santa Fe)를 인수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2020년에 현금 비율은 18%까지 증가했으나, 2021년 중 버핏이 자사주 및 상장사 주식을 매수하고 몇몇 자회사를 인수하면서 10%까지 떨어졌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증시가 급락할 때 주식을 50억 달러(약 6조 6580억 원) 가량 매입한 2022년 이후로는 투자가 줄어들면서 현재 15% 수준이다.

버핏이 현금을 소진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1. 상장 주식을 매입한다. 2008~2009년에는 주식 가격이 폭락한 기회를 활용하여 골드만삭스, 제네럴 일렉트릭스(GE), 뱅크오브어메리카 등 굵직한 투자를 집행했다. 2018년 말에는 애플 주식을 저가에 추가 매입하기도 했다.
  2. 자회사를 인수한다. 이 경우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여 자회사로 편입하고, 경영진을 선임하는 등 경영에 관여한다. 1998년에 인수한 재보험 회사 제너럴 리, 1999년 매입한 미드아메리칸 에너지(이후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로 사명 변경), 북미 지역 최대 철도회사인 BNSF(2010년 매수) 등 현재 주요 사업 자회사가 모두 인수로 탄생했다.
  3. 자사주를 매입한다. 버핏은 작년에도 약 90억 달러(약 12조 원)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가가 적정 가치 이하로 떨어지거나, 다른 상장 주식들 대비 저평가되어 있을 때 자사주를 매입하곤 했다.

정황상 2024년에는 현금 비율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우선, 버핏 기준에 현재 미국 증시는 (어느 정도는) 고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증시 조정이 없다면 적극적인 미국 주식 투자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또, 대규모 자회사 인수 가능성도 낮다. 버핏은 올해 주주서한에서 자회사 인수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인수 경쟁이 치열해졌을 뿐 아니라, 버크셔 해서웨이의 규모가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버크셔의 순자산은 5610억 달러(약 746조 9720억 원)로 S&P500 전체의 6%를 차지한다. 버크셔 해서웨이 크기에 걸맞는 유의미한 인수 대상은 미국에 몇 개 되지 않고, 당장 매수가 가능한 상황도 아니다. 버크셔의 현금은 2023년 한 해 390억 달러(약 51조 9300억 원)가 늘었다. 현재 추세로는 연말에 2000억(약 266조 원) 달러가 넘어설 수도 있다.
버핏 지수 추이 (데이터: 블룸버그)
버핏 지수는 최근 주가가 높다는 경고를 다시 보내고 있다. 
'버핏 지수'는 경고를 보내고
버핏은 일찍이 GDP(Gross Dometic Product, 국내총생산) 대비 시가총액 비율을 증시의 밸류에이션 정도를 살펴보는 '단 하나'의 가장 좋은 지표라고 소개한 적 있다. 버핏은 (지금도 여전히 인용되는) 2001년 포춘지(Fortune) 기고 글에서 미국 GNP(Gross National Product, 국민총생산) 대비 시가총액 비율 차트를 보여주며 2년 전(1999년) 해당 비율이 유례없는 수준으로 상승했으며 (버블의) 강한 경고 신호였다고 언급했다.

해당 계산식은 '버핏 지수(Buffett Index)'로 명명됐다*. 이후 학자들이 해당 지수의 유의성을 검증한 결과 통계적으로 예측력도 높은 것으로 판명됐다.
* 버핏이 해당 지수를 처음 소개할 당시에는 분모에 GNP를 사용했으나, 대다수의 이용자들은 편의상 GDP를 더 많이 사용한다.

버핏 지수의 논리는 직관적이다. 모든 기업의 총이익증가율이 (아주) 장기에는 GDP 증가율에 수렴해야 한다. 경제의 전체 성장분 대비 기업 이익이 무한정 증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가 상승률도 장기에는 기업 이익 증가률에 수렴해야 한다. 따라서 주가지수 증가율이 경제 성장률 혹은 기업 이익 증가율을 한참 앞선다면 증시가 고평가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고평가된 증시에 투자한다면 향후 수익률은 저조할 것이다. 

현재 버핏 지수는 다시 한번 경고를 보낸다. 2월 말 기준 버핏 인덱스는 191%로 지난 20년 평균(130%)를 아득히 넘어섰다. 2000년 버블 정점에도 버핏 인덱스는 150%였다. 미국 금융시장이 성장하면서 해당 지표가 장기적으로 우상향 해온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현재 수치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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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부엉이는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채권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현재 자산운용사에서 채권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채권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가치투자에도 관심이 많다. 워런 버핏의 열렬한 추종자로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를 2차례 방문하고 다수의 관련 기고도 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매월 1회 찾아옵니다. 친숙하지만은 않은, 하지만 누구에게나 중요한 금리와 채권 시장을 비롯한 금융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주요 지표와 차트를 기반으로 풀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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