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의 AI 패권 패러독스

[키티의 빅테크 읽기] 젠슨 황의 비전에는 리스크가 없을까?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는 굳혀졌습니다. 얼마 전부터 예견되어 오던 일이지만, 독주는 현실화가 되었고 AI 산업의 판도를 사실상 쥐었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시가총액은 3월 들어 2조 달러를 넘기고 미국 주식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에 이어 3위 자리를 굳혔고요. CEO인 젠슨 황은 어느덧 일론 머스크, 샘 알트먼과 같은 테크를 대표하는 인물들도 뛰어넘는, 세상을 바꿀 AI 산업의 얼굴이 되었죠.

자, 그렇다면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는 이대로 계속 이어질까요? 과연 엔비디아의 수요를 받쳐줄 AI 산업에서 엔비디아에게 리스크가 될 사항은 없는 걸까요?

당분간 엔비디아를 대적할 상대는 없지만, 그렇다고 엔비디아가 끝도 없이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은 또 섣부른 판단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관계는 미국에서 어떤 행정부가 들어서도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나 핵심 반도체의 경우 수출길이 계속 막힐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에요. 또, 대만에 생산 의존도가 큰 엔비디아에게는 중국과 대만의 양안 관계 악화도 리스크가 됩니다. 단기적으로도 중장기적으로도 어쨌든 중국 그리고 대만과 관련한 리스크가 늘 엔비디아를 따라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엔비디아의 질주는 이미 반독점 당국의 레이더망에도 걸려 있는 상황입니다. 기세를 몰아 ARM과 같은 반도체 기업을 엔비디아가 인수하는 일은 현재 규제 당국이 유지된다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오늘 [키티의 빅테크 읽기]는 전합니다. 젠슨 황이 펼치는 비전이 쉽지만은 않을 이유는 기술이 그 자체로 패권이 될 때라는 점을 명확하게 짚으면서요.

엔비디아의 질주를 놀랍게 바라보면서도,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리스크는 분명 있을텐데, 그게 명확하게 무엇일까?"와 같은 질문이 떠오르셨다면 오늘 이야기가 큰 틀에서의 해답이 됩니다. 명확하게 보이지 않던 이면과 그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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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의 빅테크 읽기]
엔비디아의 AI 패권 패러독스
젠슨 황의 비전이 만드는 신제국

"일론 머스크는 코너 너머의 세상을 볼 수 있는 인물이라면 젠슨 황은 세상이 돌아가는 전체 패러다임을 바꿀 레거시를 생각한다.”

경제전문채널 CNBC의 유명 프로그램 <매드 머니>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가 한 말이다. 

크레이머의 '엔비디아 사랑'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유명 헤지펀드 운용자였던 크레이머가 소유한 기부펀드는 오래전부터 엔비디아에 투자해 왔다. 그는 엔비디아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자신의 개 이름을 엔비디아로 바꾸기도 했다. 

크레이머가 이렇게 극찬한 이유는 젠슨 황이 이끄는 엔비디아가 AI시대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젠슨 황은 게임 구동에 주로 쓰이는 GPU를 생산하면서 AI시대에 GPU가 핵심 인프라가 될 것임을 간파해 AI 운영의 효율을 높이는 기술 개발에 총력을 다해 왔다. 그 결과 엔비디아는 3월 1일을 기준으로 시총 2조 달러(약 2620조 원)를 넘겼고, 어느덧 미국 주식시장 시총 3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일단 엔비디아의 시장 점유율은 절대적이다. 하이엔드 AI 칩 시장의 약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매출과 이익이 모두 제이커브를 그리고 있다. AI 산업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로 회계년도 4분기(2023년 10월~2024년 1월) 순이익이 1년 전에 비해 무려 769%나 급증했기에 주가도 급등한 것이다.

애플이 독보적이고 마진율이 높은 프로덕트 개발로 모바일 시대를 지배해 왔듯, 엔비디아는 똑같이 독보적 기술과 고마진 상품으로 AI 시대의 지배자라는 평가다.
젠슨 황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것 같지만, 누구보다 큰 비전을 만들고 있는 비저너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지: MSNBC)
경제적 해자 만들어지는 엔비디아
이렇게 폭발적인 성장 뒤에는 엔비디아의 모토인 '가속 컴퓨팅(accelerated computing)'이란 슬로건이 있다. 엔비디아는 GPU 칩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칩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함께 공급한다. AI를 이미 한참 개발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 뿐 아니라 자체 맞춤형 LLM(대형 언어 모델)을 처음 구축하려는 기업들이 쉽게 가져다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까지 두루 포함한다.

'엔비디아 AI 파운데이션 모델'(텍스트 생성 모델인 니모(Nemo), 이미지 생성 모델 피카소(Picasso), 신약 개발 생성모델 바이오니모(BioNemo))이 그 사례다. 예를 들어 셔터스톡, 어도비 등의 기업들이 자사가 보유한 이미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엔비디아 피카소를 통해 생성 AI 서비스를 구축하는 식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칩을 개발하거나, 최근 샘 알트먼이 7조 달러(약 9175조 원)규모의 AI칩 생산 투자를 유치하려고 하지만 칩 생산 능력은 둘째치고 엔비디아가 지난 10여 년간 쌓아 온 AI 관련 가속 컴퓨팅 기술과 노하우, 글로벌 공급망 구축, 엔비디아 기술에 익숙한 엔지니어 인력 풀까지 다 따라잡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는 AI 기술 주변으로 '해자(moat)'를 깊게 파고 있는 셈이다. 

엔비디아가 AI에 올인하게 된 이유 
엔비디아의 창립자 젠슨 황은 대만계 미국인이다.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 와 소년 시절 인종차별과 따돌림을 겪었고 공부와 좋아하는 컴퓨터 탐구로 돌파구를 찾았다. 컴퓨터공학으로 스탠포드대 박사학위까지 수료한 후 AMD(현재도 엔비디아의 가장 큰 라이벌 기업)에서 일한 칩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친구들 2명과 공동으로 엔비디아를 창립했다. ‘부러움’을 나타내는 '엔비(envy)'의 라틴어인 '인비디어(invidia)'에 'Next Version’의 앞 글자를 따서 회사명을 정했다. 게임에 쓰일 수 있는 고성능 그래픽 처리 칩인 GPU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엔비디아가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건 아니다. 제품이 잘 팔리지 않거나 제품이 마이크로소프트 표준과 맞지 않아서 실패하는 등의 이유로 회사가 파산 직전까지 간 적도 있었다.

게임용으로 쓰이던 엔비디아의 GPU가 연구 목적으로 쓰이게 된 첫 계기는 이렇다. 2000년 스탠포드대에서 컴퓨터 그래픽 전공 대학원생 이안 벅(Ian Buck)이 엔비디아의 제품인 GeForce GPU 카드 32개를 한꺼번에 연결해 비디오게임 <퀘이크>를 하는 경험을 한다. 이후 벅은 미 국방부 연구기관 다르파(DARPA) 보조금을 받아 연구하면서 엔비디아 GPU를 통해 저예산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구현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벅은 엔비디아 GPU의 성능에 대해 "일반 CPU가 스타벅스 가는 한 가지 길을 평면적으로 알려준다면 엔비디아 GPU는 어디서나 어떤 스타벅스에 도달할 수 있는지 동시에 알려주는 셈"이라고 비유했다. 벅은 엔비디아에 합류했고 GPU 칩용 개발 플랫폼-프로그래밍 언어인 쿠다(CUDA, Compute Unified Device Architecture) 개발을 2006년 지휘했다. 
비디오 게임을 좋아해 엔비디아의 성능을 몸소 경험한 대학원생 이안 벅은 엔비디아 개발과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미지: 엔비디아)
상장 기업이었던 엔비디아가 쿠다 개발에 많은 비용을 들이는 걸 월가에서는 탐탁치 않아 했다. 수요가 그다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비용은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였다. 엔비디아는 이 GPU 칩을 위한 총체적인 개발도구를 개발자들에게 널리 배포했다. 개발자들이 그래픽 처리용 이외에도 다른 연구 목적으로 이 도구를 쓰길 바래서였다. 전 세계의 수학, 천문학 등 고속연산이 필요한 개발자들이 쿠다와 함께 엔비디아 GPU를 찾았다. 국립대만대 연구팀은 빅뱅 연구에 엔비디아의 슈퍼컴퓨팅 능력을 활용했다. 하지만 확산은 더뎠다. 2009년에는 쿠다 다운로드 횟수가 정체되기 시작했고 엔비디아 주식은 70%나 폭락했다. 

2012년 캐나다 토론토대 제프리 힌튼 박사팀이 뉴럴 네트워크인 '알렉스넷'을 쿠다와 단 2대의 엔비디아 GPU를 이용한 병렬 연산을 통해 구현했다. 같은 해 초 구글이 개발했던 '고양이 사진 구별' 뉴럴넷에 1만 6000개의 CPU가 들어간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효율이다. 알렉스넷은 이미지넷 이미지 인식 대회(ImageNet Large Scale Visual Recognition Challenge, 이하 ILSVRC)에서 경쟁자에 비해 월등한 성능 차이를 보이며 우승했고 인공지능 학계에서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기나 에디슨의 전구와 맞먹는 수준의 찬사를 받았다. 

이 사건은 AI 업계에 본격적으로 엔비디아의 칩과 소프트웨어의 우수성을 알리게 된다. 알렉스넷은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 연구를 자극한다. MS가 2015년 이미지넷 챌린지를 통해 인식오류율을 현저히 줄이게 되고 2016년에는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등장했다. 이후 AI 개발에 특화되어 있는 엔비디아의 칩과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몰리면서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 칩 시장의 80% 이상을 공급하게 됐다. 

엔비디아의 GPU 칩 수요가 거대 컴퓨팅 파워가 필요한 LLM을 트레이닝하는 시기를 지나고 AI 추론(inference)으로 옮겨가면 칩 수요 자체가 지금처럼 폭발적으로 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지난 4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데이터 센터의 40%가 AI 추론에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하며 월가의 기대(모건스탠리가 당초 추정한 비중은 20%)를 뛰어넘었다. AI에 대해서는 전방위 능력을 가진 곳이 엔비디아인 셈이다.
엔비디아의 GPU 칩 수요는 (경기를 타지 않고) 끊이지 않을 것으로도 보인다.   
엔비디아의 단 한 가지 약점, 중국
반도체 칩은 '경기 민감 주'라고 한다. 수요가 급증하면 공급이 딸리고 공급을 늘리면 수요가 줄어드는 사이클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는 엔비디아 상품 수요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에 있다. 현재는 주로 미국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AI 기술 개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증권가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를 AI 시대에 맞춰 현대화하는 수요가 1조 달러짜리 시장, 이어 테크가 아닌 일반 기업들의 AI 전환이 또다시 1조 달러의 시장 규모를 갖고 있다고 예상한다.  

엔비디아의 매출을 실제로 끌어내릴 만한 지금 시점 딱 한 가지 약점은 바로 중국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해 미국과 중국의 관계다. 엔비디아는 해외 매출 비중이 크다. 엔비디아 데이터 센터 매출의 20~25%은 중국 시장이 차지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중국 AI 칩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90% 이상이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미국 기업의 첨단 AI 칩이 중국에 흘러 들어가는 것을 지난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막기 시작했다.

2023년 10월 미 상무부 산하 산업 안보국은 중국으로의 미국 반도체 칩 수출에 대한 수출통제조치를 내렸다. 미 정부가 규제안을 내면 엔비디아는 규제안보다 성능이 낮은 칩을 중국에 팔겠다고 발표하고, 정부가 그마저 규제하면 회사는 그보다 낮은 사양의 칩을 판매하겠다고 하는 식으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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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키티의 한글 이름은 홍윤희이다. 대표적인 이커머스 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리드했고, 소셜임팩트를 담당했다. 딸의 장애를 계기로 장애를 무의미하게 하자는 취지의 협동조합 무의(Muui)를 운영하며 2021년 초 카카오임팩트 펠로우로 선정됐다. IT, 미국 정치, 장애, 다양성, 커뮤니케이션 등의 주제를 넘나들며 페이스북과 브런치에 글을 쓴다.

한국일보와 이투데이에 정기 기고 중이며, 장애-유니버설 디자인-ESG-사회혁신 등의 주제로 대중 강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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