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핏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 2화. 최근 투자 행보가 시사하는 것들
금리 인상에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나날이 커져가는 지금 그 움직임이 다시금 주목을 받는 회사와 인물이 있죠. 바로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와 그 수장인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인데요. 최근 그의 움직임은 또 한 번 투자 업계를 넘어 전체 산업계에 큰 뉴스를 만들었어요. 대만의 반도체 회사인 TSMC에 40억 달러(약 5조 2100억 원)를 넘게 투자한 것이죠.

반도체 회사에 대한 버크셔의 투자는 인텔에 단기매매를 한 적이 있을 뿐이라고 알려졌어요. 모두가 놀란 (사실상 처음으로) 반도체 회사에 투자한 소식은 한 가지 원칙으로 귀결되기도 합니다. 바로 TSMC에서 '경제적 해자'를 발견했다는 것일 텐데요.

오늘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버크셔 해서웨이와 워런 버핏의 투자 원칙으로 바라본 최근 그들의 냉철한 투자 결정들을 핵심 차트와 함께 담백하게 전합니다. 2016년 드디어 테크 기업인 애플에 대한 투자부터 최근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 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결정에는 어떤 배경이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물론 투자 자문이나 권유가 담긴 이야기가 아니에요. 다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 버크셔 해서웨이와 워런 버핏이라는 투자자가 어떻게 시장을 바라보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를 짚어봅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차트와 함께 풀어볼 수 있는 금융 시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샷 추가하시면 계속 받아보실 수 있어요!

[부엉이의 차트피셜] 2화.
버핏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최근 투자 행보가 시사하는 것들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41억 달러의 TSMC 매수를 공시하다" (로이터)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반도체기업 TSMC 지분 40억 달러를 매수하다" (파이낸셜타임스)


지난 11월 중순, 전 세계 주요 경제 및 비즈니스 미디어는 동일한 헤드라인을 뽑았다.

"워런 버핏, TSMC를 매수하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투자자인 워런 버핏이 직접 경영하는 회사다. 1965년 워런 버핏은 쇠락하는 섬유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하여 세계에서 가장 큰 지주회사로 키워냈다. 그는 업황이 어두운 섬유 사업을 접고, 다수의 성공적인 기업 인수와 주식 투자를 통해 버크셔 해서웨이를 보험, 철도, 에너지 및 기타 다수의 자회사를 거느린 거대 기업 집단으로 탈바꿈시켰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장부가치는 지난 50년간 연평균 20% 이상 성장하여 버핏을 세계 최고의 부자 중 한 명으로 만들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는 1987년 상장 이후 약 150배 상승했다. 2022년 11월 현재 버크셔 해서웨이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S&P500 기업 중 6위에 해당한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독특한 지배구조로 유명하다. 포춘 500(Fortune 500) 기업 중 6위에 해당하는 거대 기업 집단으로 60개 이상의 자회사와 전세계 37만 명의 임직원을 거느리고 있지만, 네브라스카 주 오마하 시에 위치한 본사에는 50명 미만의 직원이 근무한다.

버핏은 자회사 경영에 간섭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직원의 도움이 필요치 않다. 그는 자회사의 세세한 숫자 하나하나까지 다 꿰고 있을 정도로 사업에 밝지만, 경영은 전적으로 경영진에 일임한다. 단, 자회사에 큰 자금을 지원하거나, 경영진을 교체하는 등 굵직한 의사 결정은 직접 한다. 

버크셔 해서웨이와 S&P500의 주가 추이
추이만 살짝 훑어봐도 버크셔가 오랜 기간 어떤 성과를 올려왔는지 극명하게 보인다. (데이터: 블룸버그, 비교를 위해 버크셔 해서웨이가 상장한 1987년 11월 기준 주가 및 S&P500 지수를 1로 조정) 

버크셔가 주식을 오래 보유한다는 믿음

버크셔 해서웨이의 또 다른 특징은 3450억 달러(약 449조 원)에 이르는 주식 포트폴리오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경영권을 가진 자회사와 분리된 별도 계정으로 수백조 원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운용하고 있다. 버핏은 90년대 코카콜라 투자, 2000년대 중국 및 한국 주식 매입, 2010년대 애플 투자 등 굵직한 홈런을 연달아 터뜨리며 투자 실력을 증명했다. 

버핏은 한번 매수한 기업을 팔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이는 경영권을 가진 자회사만 해당된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 포트폴리오에 담긴 투자 지분은 기업의 전망에 따라 유동적으로 사고판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보유 종목 공시는 모두의 관심 대상이다. 세계 최고의 투자자가 어떤 종목을 선택했는지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버핏은 2002~2003년 사이에 페트로차이나(Petro China) 지분 1.3%를 4억 8000만 달러(약 6260억 원)에 매입하여 2007년 40억 달러(약 5조 2100억 원)에 전량 매각하기도 했다. 버핏이 처음 페트로차이나 투자를 공개한 2003년에는 해당 투자를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중국 기업일 뿐 아니라 40만 명이나 종업원 인건비도 비용 부담이기 때문이다. 

버핏이 옳았다. 페트로차이나 투자로 큰 수익을 올렸을 뿐 아니라, 그의 매도 이후 주가는 폭락하기 시작하여 다시는 고점을 회복하지 못했다. 2007년은 모두가 중국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그리던 시절이다. 한국의 한 대형자산운용사는 2007년에 수조 원이 넘는 펀드로 중국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곧 이어진 금융위기 때 큰 손실을 보기도 했다. 

해당 펀드 관계자는 "중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의 펀더멘털이 신용위기에 처한 미국 등 선진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고하다는 판단에 따라 투자를 결정했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등으로 결과가 좋지 못하다"라고 실토했다버핏이 중국 포지션을 모두 청산한 이유를 분석해 보았다면, 투자자들의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장기 투자자로 유명한 버핏도 가끔 단타 투자를 한다. 버핏은 2011년 3분기에 종합반도체기업 인텔의 주식 933만 주를 21.3달러에 매수하여, 바로 다음 분기인 2011년 4분기에 23.9달러에 전량 매각했다. 그리고 이듬해 1분기에 다시 775만주를 26.75달러에 매수했다가, 2분기 27.07달러에 전량 매각했다. 버핏의 첫 반도체 투자로 주목을 끌었지만, 단타 투자로 끝나고 말았다. 버핏이 인텔을 단기매매한 이유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어떤 이유에서건 인텔의 장기전망을 밝게 보진 않았던 것 같다. 

2022년 11월 현재 인텔의 주가는 29달러 수준이다.

버크셔 해서웨이 톱10 보유종목 (데이터: SEC 13F Filing)
테크 기업인 애플 보유율이 압도적으로 크고, TSMC는 단숨에 톱10에 진입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규정에 따라 버크셔 해서웨이는 매 분기 보유 주식 포트폴리오를 공시해야 한다. 감사하게도 버핏의 포트폴리오를 매년 2월(작년 말), 5월(1분기), 8월(2분기), 11월(3분기)에 확인할 수 있다. 이날이 오면 경제지와 투자자들은 버핏이 새로 선택한 종목, 확대한 종목, 매도한 종목을 분석하고 해석한다.

지난 3분기 보유 종목 변화는 평소보다 언론의 이목을 끌었다. 우선, 버핏이 대만 반도체기업 TSMC의 지분 1.2%를 4억 1000만 달러(약 5345억 원)에 매수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TSMC 비중은 단숨에 포트폴리오 10위로 올라섰다. 금번 TSMC 투자는 버핏의 첫 반도체 하드웨어 기업 투자이며(단기 매매한 인텔은 제외), 해외투자라는 점에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또, 버핏은 에너지 기업인 쉐브론(CHEVRON)과 옥시덴탈 페트롤리움(Occidental Petroleum) 지분을 추가로 늘렸다.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의 경우 향후 경영권 인수까지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지분을 확대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버핏은 현금을 소진해서 투자를 늘렸다. 경기 침체 우려로 모두가 몸을 사릴 때, 버핏은 적극적으로 주식을 샀다.

드디어 반도체 회사에도 투자하다

버핏은 비즈니스를 이해할 수 있고, 큰 변화에 휩쓸리지 않는 기업을 선호한다. 테크 기업 투자를 꺼렸던 이유도 기술 영역에서 너무 빠른 속도로 변화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테크 기업들은 장기 전망이 어렵기 때문에 버핏에게 매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2016년 버핏이 대표적인 테크 기업 애플(Apple)에 투자하면서 버핏의 테크 기피도 막을 내렸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2016년부터 애플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하여 2018년 중순에는 전체 지분의 5%를 확보했다. 지난 5년간 애플 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2022년 3분기 현재 애플의 지분가치는 버크셔 해서웨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40%에 이른다.

버핏이 테크 기업 투자를 시작했지만, 투자 철학은 변함없다. 여전히 강력한 해자를 가지고 장기 현금흐름이 예측 가능한 기업에 투자한다. 그는 애플이 강력한 브랜드 해자를 가진 필수 소비재 기업이 되었기 때문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아마존과 구글에 투자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2017년 주주총회에서 언급하기도 했지만, 최종 선택은 애플이었다

애플이 가진 기술의 세부적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도 투자에 큰 무리가 없고, 기술 영역의 변화에 사업이 휩쓸리지 않으며, 장기 예측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핏은 TSMC가 영위하는 파운드리 산업도 큰 변화 없이 독과점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파운드리 시장이 TSMC와 삼성전자로 양분된다면 현재 TSMC가 향유하는 30%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이 장기간 지속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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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부엉이는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채권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현재 자산운용사에서 채권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채권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가치투자에도 관심이 많다. 워런 버핏의 열렬한 추종자로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를 2차례 방문하고 다수의 관련 기고도 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매월 1회 찾아옵니다. 친숙하지만은 않은, 하지만 누구에게나 중요한 금리와 채권 시장을 비롯한 금융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주요 지표와 차트를 기반으로 풀어드릴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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