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추가] ☕️☕️ 테크 기업이 되지 않으면

1. 레고의 진짜 성장, 2. 꼭 테크 기업이어야 할까?
2021년 10월 1일 금요일

오늘은 산전수전 다 거친 레고의 진짜 부활을 알리는 신호 그리고 연이어 상장을 하는 D2C 브랜드들은 과연 테크 기업인지 혹은 그들이 공언한 대로 테크 기업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볼게요.

[리테일] #레고여전히좋아하시나요?
1. 레고는 지속 성장의 길을 열었을까?
팬데믹 들어서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온 레고가 놀라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요. 2020년 전체 실적이 최근 5년간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사상 최대를 기록한 이래 올해 들어서는 더 빠른 속도로 크고 있어요. 최근 발표한 2021년 상반기 실적은 최대 실적을 낸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해서 매출이 46% 증가한 230억 크로네(덴마크 DKK, 약 4조 2500억 원)를 기록했고요. 순이익은 2배 이상 증가한 63억 2000만(약 1조 1680억 원) 크로네를 기록했어요.

전 세계적으로 번져가는 공급 체인 적체 현상의 영향을 받았고, 각종 자원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비용 압박까지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레고인데요. 이마저 극복하고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겪어온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결실을 맺어 나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프라인 매장까지 계속 확대하면서 진행하고 있는 이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때는 토이스토리 캐릭터들보다 더 찬밥이 되었었어요.
<토이스토리>의 처지에 놓였었는데
레고는 2004년에 파산 직전의 위기까지 몰렸어요. 비디오 게임의 인기가 본격 커지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이들의 주고객인 어린이들을 뺏기기 시작하며 서서히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고, 인터넷까지 대중화되면서 결국 1932년 창사 이래 (비즈니스적인 요소로) 가장 큰 위기 앞에 놓이게 됐었죠. 레고는 아이들의 발달을 도와주는, 장난감 이상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던 자신들의 제품이 더 이상 아이들에게 재밌는 장난감이 아닌 세상이 되는 걸 바라보면서 변화에 속수무책이었어요.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에도 (그것도 작은 비중으로) 출연하게 된 레고는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가 고민할 수밖에 없었고, 이 레거시 기업이 미래를 준비하는 계기가 되었죠.

<해리포터>와 같이 당시 아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최신 콘텐츠의 이야기를 담은 신제품을 내놓고, 연령대별 세분화된 제품 전략을 실행하는 등의 노력은 일시적으로 효과를 보였지만 지속가능한 전략이 아니었어요. 게임뿐만 아니라 고품질의 애니메이션과 각종 엔터테인먼트는 아이들과 부모의 관심을 레고에서 계속 멀어지게 했죠. 제품을 잘 만들고, 공급 체인과 비용 관리를 잘하고, 마케팅과 영업을 잘하면 브랜드 네임으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들은 말 그대로 기업 운영의 전 과정에 걸쳐 혁신을 하고 판을 뒤집지 않으면 계속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어요.

어렵고 오래 걸렸던 전환 과정
이에 레고는 2004년 이후 긴 과정을 거치면서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는데요. 조직 전체의 IT 인프라를 재정비하고 통합해 직원들이 소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에 이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왔어요. 기존의 방식대로 제품 생산과 영업 그리고 마케팅 실행 방식을 유지한다면 계속 진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변하는 고객의 기호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이죠. 2005년에서 2006년까지 다시 회사를 안정화하고, 이후 생산부터 판매까지 데이터를 통합해 운영하기 위한 내부 PLM* 플랫폼을 다시 만들었고, 201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고객들과 소통하기 위한 디지털 플랫폼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어요. 이런 노력 덕분에 이들은 위기를 잘 넘기고 2016년까지 10년 넘게 지속 성장했죠.
* 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생산부터 판매까지의 생애주기 전체를 관리하는 시스템이에요. 각 단계에서의 데이터를 포함한 모든 정보를 통합해 운영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사용하는 시스템이죠. 제조기업들에게는 특히나 필수적인 시스템이고요. 레고의 PLM은 레고 전체 사업 프로세스의 80% 이상에 영향을 줬고,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는 결정을 내리는데 역시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하지만 2017년에는 다시금 매출이 크게 하락하는 일이 발생했어요. 당시 수요 예측을 잘못해 너무 많은 양의 제품을 생산했고, 재고 처리가 되지 않아 신제품을 리테일러들에게 공급하지 못하는 문제로 이어지게 되었는데요. 결국 더 체계적인 공급 체인 관리는 물론이고, 마케팅 전략을 다시 짜고 온오프라인의 D2C(Direct-to-Consumer) 판매 채널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었어요. 수요와 공급이라는 기본적인 예측이 빗나간 상황은 충격이 컸고, 마케팅 채널이 되는 각종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진화, D2C를 비롯한 새로운 이커머스 트렌드 등 갈수록 빨리 변하는 디지털 환경이 레고에 또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했죠.

"커뮤니티와 오프라인에서 길을 보았다"
'커뮤니티'가 D2C와 결합할 때
2017년의 충격은 다행히 오랜 기간 준비해왔던 디지털 전환의 노력 덕분에 예상보다 빠르게 해결되었어요. 오히려 프로세스를 가다듬고 실험을 거치며 준비 중이었던 고객용 플랫폼의 성장을 더 당기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레고 팬들의 아이디어를 담고 그중에서 신제품도 출시하는 레고 아이디어스(IDEAS) 플랫폼은 2008년에 만들고 실험을 시작한 이후 지금의 모습으로 2014년에 탄생했는데요. 이 플랫폼은 현재에 이르러서는 레고의 오랜 팬들인 어른들도 다시 불러 모으는 역할을 했고, 새로운 팬 베이스까지 확장하는 커뮤니티가 되었어요

아이디어스는 현재 100만 명이 넘는 사용자와 수만 개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낳으면서 레고닷컴으로도 팬들을 유인했어요. 또, 레고 캐릭터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인 레고 라이프(LEGO LIFE) 앱은 2020년을 기준으로 900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사용하고 있어요. 레고는 플랫폼들이 성장하면서 D2C로만 판매하는 제품 세트의 수도 계속 늘려왔어요.

작년에 이르러서는 레고의 세계관을 만들어나갈 캐릭터 아이디어를 팬들로부터 받는 플랫폼인 레고 월드 빌더(LEGO World Builder)라는 플랫폼을 만들고, 레고 블럭뿐만 아니라 <레고 무비>와 같은 영화의 아이디어가 될 수 있는 콘텐츠 세계를 확장하려 하고 있어요. (아이디어스는 로열티를 지급하고, 월드 빌더는 아이디어를 레고가 직접 구매하는 방식으로 두 플랫폼 모두 '크리에이터’에게 수익을 공유하는 모델을 만들었고요) 레고는 팬과 커뮤니티 그리고 크리에이터라는 요즘 비즈니스의 키워드를 통해 D2C를 점차 키우는 사업 모델을 만들고 있죠. 

왜 오프라인에 집중하고 있을까?
레고는 팬데믹이 심각해지는 와중에도 다른 리테일 기업들과는 달리 분기별로도 견고한 실적 성장을 이어왔어요. 그리고 길게 이어진 락다운으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들이 문을 닫고 있는 와중에도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는 전략을 실행했어요. 작년에만 120개가 넘는 오프라인 매장을 새로 오픈했고, 그중 80곳은 일찍이 락다운을 끝낸 중국에서 열었죠. 2021년 상반기에도 역시 60개의 새로운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고, 이중 2/3는 역시 중국에서 열었어요. 온라인 플랫폼과 연결되는 오프라인 매장은 이제 전 세계에 737개가 되었고, 40%가 중국에 위치해 있어요. 이미 마련해둔 장기 계획을 차질없이 실행했던 것이에요.

중국을 성장을 위한 주요 시장으로 바라보고 마케팅을 이어온 점도 주효했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험이 결합되었을 때 브랜드 경험이 완성되고 판매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인데요. 1990년대 이후 비디오 게임이 등장하고, 온라인 게임이 등장하고, 게임 스트리밍이 등장하고, 이제는 '로블록스'까지 등장했지만 이들은 실제 물리적인 경험이라는 가치가 계속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어요. 이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플랫폼의 시너지를 초점에 맞춘 D2C 전략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죠.

10년에 걸쳐 이루어낸다고 했고
물론 레고 온라인 판매의 큰 비중(70~80%)은 여전히 아마존이라는 거대 리테일 채널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요. 하지만 지속된 성장의 원동력은 고객들이 레고를 경험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채널을 확대하고 직접 판매 비중을 높이면서 이루어졌고, 아이들에게 장난감이 더 필요한 시기를 만든 팬데믹을 만나면서 오랜 기간 이어온 전환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죠. 스타워즈 그리고 슈퍼마리오를 테마로 한 온라인 게임도 개발해 레고와 번들링 하는 (본래 잘하는) 최신 제품 전략도 역시 성장의 핵심 요인 중 하나였고요.

레고의 CEO인 닐스 B. 크리스티안센(Niels B. Christiansen)은 지난해 9월 CNBC와 인터뷰를 하면서 "레고의 디지털 생태계 구축 과정은 이제 초입에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이커머스 매장을 차리는 게 아니라 어떤 생태계를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고, 이는 긴 여정이다. 10년은 걸릴 여정이라고도 생각하는데, 우리는 이제 한 2년 정도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했는데요. 지난 3월엔 올해 내 수백 명의 컴퓨터 전문가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혔어요. 팬데믹 와중에도 이어온 큰 성장을 바탕으로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중이에요.
☕️ 레고 말고 다른 경쟁사들은?
트랜스포머의 제조사인 해즈보로(Hasboro)와 바비 인형을 판매하는 마텔(Mattel)이 대표적인데요. 해즈보로는 지난해 대비 매출 성장을 이어가는 중이지만, 지난 2분기 실적은 적자를 기록했고, 마텔 역시 상반기 매출 성장에 수익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어요.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죠. 아직 눈에 띄는 디지털 전략이 없는 상황이고요. 레고는 장난감 기반 기업 중에 현재 유일하게 큰 성장을 이어가는 기업이에요. 아마 얼마 있으면 "우리는 장난감 기업이 아니다. '테크' 기업이다"라고 선언하는 테크 전략을 발표할 수도 있겠죠. (많은 기업들이 그러했듯이요)

[스타트업] #D2C #올버즈도상장예정
2. 테크 기업인가, 마케팅 잘하는 회사인가?
D2C의 시작이자 교과서에 실리는 모델이 된 아이웨어 스타트업 와비파커가 드디어 상장을 했어요. 오늘 상장으로 인해 앞으로 기업공개(IPO)가 예정된 친환경 신발 판매 스타트업인 올버즈나 역시 가장 대표적인 D2C 스타트업 중 하나인 화장품 스타트업 글로시에(Glossier)와 같은 기업들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새로운 상품과 새로운 판매 방식을 만들어 온 이들은 테크를 바탕으로 새로운 모델을 만든 혁신적인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디지털 시대의 마케팅이 가치를 부풀린 기업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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